[이슈메이커_스몰파워 II] ‘스몰브라더’ 사회 진입하며 생겨난 ‘새로운 권력’
[이슈메이커_스몰파워 II] ‘스몰브라더’ 사회 진입하며 생겨난 ‘새로운 권력’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12.1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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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스몰브라더’ 사회 진입하며 생겨난 ‘새로운 권력’
총·칼보다 무섭고, 범죄보다 끔찍한 결과 초래하는 스몰파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막대해지고 있다. 현대사회는 웹에서 SNS로의 진화를 거듭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명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힘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 소수의 의견이 확대·재생산되며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소수의 힘, 바로 스몰파워(Small Power)가 야기하는 문제를 진단해봤다.
 
소영웅주의에 빠져 비뚤어진 정의실현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고 그들의 의견이 공론화되는 현장인 SNS. 이 SNS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자신과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과 새로운 소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막대한 사회적 순기능을 가져온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혼란은 부추기는 ‘지라시’, 괴담의 진원지라는 평을 내리기도 한다.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이고 편향된 매체가 많아지며, 여기서 생산되는 일명 ‘카더라 통신’ 이슈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방송인 이상벽은 KBS1 ‘아침마당’에서 자신이 카더라 통신의 피해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명 여자 아나운서와 재혼을 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도 배우 정유미, 조정석 그리고 나영석 PD도 카더라 통신에 피해를 받았다. 배우 정유미와 나영석 PD는 근거 없는 염문설에 휩싸였고, 최근 가수 거미와 결혼 발표를 한 배우 조정석 역시 가수 겸 배우 양지원과 염문설이 나며 카더라 통신의 피해자가 됐다.
 
당사자의 나이, 성별, 지위를 불문하고 이러한 카더라 통신의 피해는 계속된다. 이 같은 근거 없는 지라시는 공인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일반인들, 그리고 특정 단체 역시 지라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2년도에 있었던 ‘채선당 사건’, 2017년도에 발생한 ‘240번 버스 사건’ 등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례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맘카페 갑질’ 논란 등이 카더라 통신, 지라시 등이 대표적인 부정적 영향의 예다.
 
이 같은 카더라 통신과 지라시 등은 스몰파워(Small Power)로 귀결된다. 스몰파워는 소수의 의견이 SNS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현상을 일컫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에 대한 정도의 벽이 없어 방향성 없이 무한한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 무책임한 고발과 추측성 글에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라는 절대 권력이 정보를 통제하며 ‘빅브라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감시자의 권력을 갖게 되며 ‘스몰브라더’ 사회로 진입했고,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이 스몰파워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생겨난 것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큰 권력에 억눌렸던 개인들이 ‘나도 정의를 구현했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소영웅주의에 빠진 결과”라고 이 같은 현상을 분석했다.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박창호 교수는 “자기만 만족하는 정의실현은 위험하다. 사람들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정의라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성숙한 시민의 자세로 주어진 권력 활용해야
 
스몰파워가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스몰브라더 사회에서 야기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마녀사냥’이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김포의 한 맘카페에서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보육교사는 어린이를 밀쳤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로 아이의 ‘이모’에게 물세례를 받고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동료 보육교사는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자살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을 올렸고, 이를 계기로 일부 커뮤니티의 신상털기, 마녀사냥은 새로운 혐오·선동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스몰파워가 증오도 선동한다는 이면이 드러난 것이다.
 
스몰파워는 곧 군중심리를 반영한다. 군중심리란 타당한지 아닌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이기에 비판 주체의 정보가 많지 않을 때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왕따’와 같이 눈에 보이는 주체가 아니기에 시민들 스스로가 대상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내놓고, 이 해석들이 모여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카더라 통신의 내용을 그대로 맹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카더라 통신에 노출된 이들은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검증되지 않은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곽 교수는 “온라인상에서의 군중심리는 오프라인 군중심리보다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작은 영향력이 모여 피해 당사자에게는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불확실한 정보에 대해 동조하지 않는 자기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 역시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무분별한 마녀사냥을 일삼는 행위에는 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일부 유명 정치언론인과 종교인이 언론 등을 통해 소수민족인 ‘투치족’을 대상으로 대중들의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을 반복했고, 결국 ‘대학살’이라는 참사가 발생되기도 했다. 카더라, 지라시, 혐오·증오 선동 등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해주는 사건이다.
 
‘내가 한 말 한마디쯤이야’, ‘내가 쓴 글 하나쯤이야’가 모여 스몰파워라는 힘을 갖게 된다. 이 힘은 총과 칼보다 무섭고, 범죄보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시민 스스로가 인지하고 보다 성숙한 시민의 자세로 우리에게 주어진 권력을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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