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범죄의 면죄부로 전락한 심신미약
[이슈메이커] 범죄의 면죄부로 전락한 심신미약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12.18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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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범죄의 면죄부로 전락한 심신미약
기소부터 구형까지 더욱더 엄한 판단 기준 마련 필요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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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의 PC방 살인사건. 사건 피의자인 김성수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선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국민들은 ‘또 심신미약’이라며 이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도 많은 잔혹범들이 심신미약을 빌미로 감형을 받거나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많다. 이때마다 국민들은 과연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과연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죗값은 충분히 받아야 한다
 
대구지방법원 이혜랑 판사와 경찰대학교 최이문 교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년 동안 법원에서 피의자의 심신장애가 쟁점이 된 사건은 총 1,597건으로 조사됐고, 이 중 심신장애를 인정해 감형이 진행된 사건은 305건으로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수치다.
 
그렇다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피의자 심신미약에 의한 대표적 감형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2008년 ‘나영이 사건’의 주범 조두순은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15년에서 12년으로 감형됐고, 2014년 난간에 던져져 사망한 두 살배기 아기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으며 심신상실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는 심신미약이 인정되며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형되기도 했고, 2017년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1심과 2심에서 환각 증세가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 결국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그리고 올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 심신미약 주장하며 선처를 요구해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건 피의자들이 심신미약·심신상실을 주장하며 감형을 선고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국민들이 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10월 1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심신미약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청원 글이 게재됐고, 2018년 11월 15일 기준 약 120만 명이 서명에 참여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돌파했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심신미약·심신상실에 의한 감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학습효과’가 작용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동안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가해자 쪽에 판결이 유리하게 반영되는 사례가 알려지다 보니, 이번 사건 역시 심신미약으로 인해 죗값을 충분히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신미약이 일종의 면죄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심신미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범행 당시 피의자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혹은 그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우려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심신미약 감형 제도 폐지에 대해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볼 때 이러한 시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선·악에 대한 판단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리분별력이 없는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심신미약에 대한 논란이 무고한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다 위험한 건 절대 아니고, 더군다나 우울증 환자들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판결 이후에도 꾸준한 관심 가져야…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 범죄자의 심신미약을 판단하는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함은 물론 양형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0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심신미약의 경우에 범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형량을 줄이도록 하는 현행 형법이 사법 정의 구현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지 검토해 달라. 검찰은 기소부터 구형까지 심신미약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는지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심신미약·심신상실을 주장하는 범죄자들이 가진 질환은 ‘우울증’이다. 마음의 감기로 표현되는 우울증은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고, 죽음에 대한 생각, 부정적인 생각 등이 보통 2주 이상 지속된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범행이 일어나는 과정 동안 우울증에 의한 심신미약·심신상실을 주장해 감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교수는 “심신미약은 사실 법률상의 개념이기에 가해자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한 것인지 불가항력적인 증상에 의해서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심신미약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우울감이 심해지면 보통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남에게 해를 가해야겠다는 사고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 아니다. 때문에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은 다른 부분에 대한 평가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약을 먹을 정도로, 컴퓨터를 할 정도로 인지기능을 가지고 있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은 심신미약에 해당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심신미약·심신상실 감형 제도. 이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범죄자가 악용하는 실정에 다다랐다.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감형을 받으면 그 이후로는 관심도가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가 더욱더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함께 분노하고 악과 대립하려는 대중들의 관심과 노력은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나누고 싶다면 사건 판결 뒤에도 해결 방법은 어땠는지, 또 유사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대책이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발전된 방향으로 법의 울타리가 만들어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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