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Focus] 당신의 눈을 가리는 ‘폭탄 세일’의 허울
[Consumer Focus] 당신의 눈을 가리는 ‘폭탄 세일’의 허울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5.01.0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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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현혹하는 연말 시즌 세일 전략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Consumer Focus] 할인의 유혹



당신의 눈을 가리는 ‘폭탄 세일’의 허울

소비자 현혹하는 연말 시즌 세일 전략




지난 11월 28일 금요일. 국내외 쇼핑업계를 통틀어 가장 큰 행사가 시작됐다. 이른바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목요일 바로 다음날 펼쳐지는 이것은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폭풍 할인이 이루어지는 세일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이 기간에는 모든 상점과 브랜드가 최소 50%에서 최대 90%의 세일을 하며, 어떤 곳은 1년 매출의 80% 이상을 이날 기록하기도 한다.




할인대목 혹은 매출대목

미국 최대의 쇼핑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는 각지에서 진귀한 풍경이 펼쳐진다. LED TV 같은 고가의 한정 전저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형 전자제품 매장 앞에 새벽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같은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용어가 미국 전역에 걸쳐 널리 통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 등을 부각시켜 상품 매출을 늘리듯,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용어 또한 상술의 결과물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적어도 1억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쇼핑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최고의 ‘쇼핑의 날’이다. 단순히 쇼핑객만 많은 게 아니라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에 참가하는 도소매 업체들은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동시에 미국 최고의 쇼핑 시준으로 알려진 연말 쇼핑 시즌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 날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크고 작은 할인 행사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계속된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블랙 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소비자는 물론 업체로서도 매출을 크게 올려 흑자 (in black)로 돌아설 수 있는 전기가 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먼데이 또한 블랙 프라이데이와 함께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이 날은 블랙 프라이데이 다음에 바로 찾아오는 월요일을 가리킨다. 이런 저런 이유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하지 못했다면 인터넷상에서, 즉 온라인으로 할인 쇼핑을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이렇게 불린다. 두말 할 것 없이 인터넷의 발달이 이 같은 용어의 탄생을 가져왔다. 서남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은 보통 날씨가 춥기 때문에 줄서기 등 쇼핑 자체가 고역인 경우도 많은데, 온라인 쇼핑은 이런 불편을 덜고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눈 가리고 아웅, 가격조정전략 (high-low pricing)

블랙 프라이데이가 되면 상점들은 손님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대폭 세일한 미끼 상품들을 내놓는다. 소매업체 전문가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바겐세일이 구매자들로 하여금 싸게 쇼핑한다는 착각을 느끼게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소매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가 되면 재고품 가격을 대폭 인하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상은 다르다. 대형 소매업체들은 공급업체와 짜고 시작가를 책정한다. 때문에 아무리 엄청나게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여전히 수익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예컨대 기존 판매가에서 40%를 인하해 39.99 달러에 팔리고 있는 붉은 가디건 스웨터의 시작가는 68달러다. 하지만 사실 원가가 68달러는 아니다. 가격 인하를 감안해 처음부터 부풀린 가격이 책정된 것뿐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점에 둔감하다. 이들은 특히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싸게 물건을 샀다는 만족을 원한다. 이처럼 조작된 디스카운트에 관한 진실은 연휴 쇼핑 시즌이 개시될 때 대폭 할인된 제품을 사는 것이 과연 이익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가격 거품은 또한 소매업체들이 어떻게 수익성에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도 바겐세일 수위를 높일 수 있었는지 설명해 준다.

  베스트바이, 월마트, 메이시 백화점과 같은 소매업체는 올해 이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론 소매업체의 판매 경쟁이 심화되거나 잉여 재고를 떠안고 있어서 예상보다 더 큰 할인을 해야 한다면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업체들은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 상품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래는 실제 예상 판매가보다 월등히 높은 판매가를 책정해 수익을 올리려는 게 목적이다. 한 산업 컨설턴트는 주요 소매업체에서 판매중인 실제 스웨터 제품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공급업체는 스웨터를 소매업체에게 약 14.5 달러의 가격에 판매한다. 소매업체는 이 제품의 판매가를 50 달러로 책정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가격이 약 70% 정도 인상된다. 50 달러라는 정가에 제품이 팔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첫 인하가인 44.99 달러에 팔리다가 최종 인하가인 21.99 달러에 대량으로 판매되는 게 보통이다. 이렇게 되면 평균 소매가는 28 달러 정도가 되고, 소매업체는 약 45%의 총 마진을 거둘 수 있다.

  소매업체들이 늘 이런 식으로 가격을 책정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제품이 정가에 판매됐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털기 위해 제한된 수의 제품들에만 세일이 적용됐다. 그러나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이에 상황이 변했다. 소매상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격화되자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 이야기에서 한 여성은 자신이 국내 대형 마트에서 40% 인하된 가격으로 구입한 품목의 3개월 전 가격이 그가 지불했던 세일가와 정확하게 동일했다고 밝히고 있다. 




판매전략의 고전, 왼쪽 자릿수 효과(Left digit effect)

미국의 상점에 가면 대부분의 물건 가격이 ‘$12.99’와 같이 끝이 99센트로 끝나게 되어 있다. 사실은 조금이라도 싸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이렇게 표기한다는 것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관행처럼 뿌리 박힌 지 오래이다. 하지만 다들 눈치채고 있을 이러한 판매 전략이 아직도 사용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99센트’ 가격표에 질리도록 익숙해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소비심리학자인 케네스 매닝(Kenneth Manning)과 데이비드 스프로트(David Sprott)는 지난 2009년 한가지 실험을 펼쳤다. 그들은 피험자에 2달러와 4달러 짜리 두 개의 펜을 제시했다. 한 그룹에게는 4달러 짜리를 1센트 할인해서 $3.99의 가격표를 붙이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2달러 짜리를 할인해서 $1.99의 가격표를 붙였다. 그 결과 전자에서는 44%가 비싼 펜을 선택한 반면, 후자에는 18%만이 비싼 펜을 선택했다.

  이러한 효과를 ‘왼쪽 자릿수 효과(Left digit effect)’라고 한다. $4.00이 $3.99로 바뀔 때 실은 1센트 줄어든 것이지만, 바라보는 고객 입장에서는 마치 1불이 줄어든 것과 같은 효과를 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트릭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심리적인 효과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왼쪽 자릿수 효과는 반대의 경우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새로 나온 최신 3D TV의 가격을 옆 건물의 다른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1원 싸게 책정한 1,999,999원으로 붙여놓았다고 하더라도 판매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왼쪽 자릿수 효과’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데 원인이 있다. ‘99’로 끝나는 제품은 이 제품이 염가 판매를 위해 대량으로 만들어졌으며, 몇 차례의 할인이 있었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더 비싼 가격표를 붙인 원래의 제품은 고가 제품의 최신 모델이라는 느낌, 전문성과 자신감을 갖춘 느낌이 들기 때문에 더 잘 팔리는 것이다.




온라인 구매는 사이버 먼데이?

최근 온라인 쇼핑의 발달과 해외직구족들의 활동으로 블랙 프라이데이와 함께 사이버 먼데이 또한 국내에 많이 소개된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해외직구 방법이나 자세한 정보를 모른 채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지나서도 그치지 않은 구매 열기가 월요일까지 그대로 이어져 값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입하기 일쑤다. 특히 대부분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가 이뤄지는 ‘사이버 먼데이’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가격 비교가 편하며, 더 손쉽게 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악용하는 사례가 특히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수의 미국인들이 실제 ‘과소비를 부추기는 블랙 프라이데이’ 때에는 지갑을 닫았다가 이후 사이버 먼데이에 구매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업계 전문가의 이야기로는 사이버 먼데이에 지출되는 금액이 약 26억 달러(한화 약 2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금액은 2013년도에 비해 약 15% 증가된 금액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사이버 먼데이’는 많은 속임수와 허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블랙 프라이데이 때는 업체들이 제각기 광고지나 영상, 인터넷을 통해 상품 홍보와 세일 내용을 알리고 있지만 사이버 먼데이 때는 이들 광고를 재탕하거나 자세한 상품 소개는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또한 실제 할인율이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크지 않다.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할인율은 평균 25%지만, 사이버 먼데이는 평균 20%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사이버 먼데이는 대부분의 홍보와 구매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다 보니 스팸과 사기가 극성을 부린다. 또한 크리스마스 한달 전에 이뤄지는 대형 할인 행사이다보니 연말 선물을 미리 준비하라는 식의 광고로 소비자의 눈을 현혹시킨다. 크리스마스에는 이보다 좋은 조건의 쇼핑을 할 수 없으리라는 협박을 하는 것이다. 

  미국 유통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통한 온라인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PC보다 높았으며, 뉴욕시는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록했다. 이에 맞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연말까지 계속되는 세일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유의해야할 점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단체’라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이다. 대규모 폭탄 세일에도 그들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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