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entist]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호민 교수
프로테아좀복합체의 조립과정 ‘세계 최초’ 규명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의 선두주자
프로테아좀 복합체에 대한 화학적·생물학적 연구는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으나, 그 구조와 기능의 복잡성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와서 상세한 구조와 기능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에는 3명의 과학자가 단백질 분해연구로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을 만큼 단백질 분해관련연구는 차세대 유망과학기술분야로 촉망받고 있다.
'프로테아좀 복합체' 3차원 구조분석 성공
KAIST 질병분자생화학연구실의 김호민 교수는 최근 세계 최초로 세포 내 단백질의 분해를 담당하는 프로테아좀(proteasome) 복합체의 3차원 구조 분석을 성공해 과학학술지 '네이처' 5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프로테아좀 복합체란 우리 몸속의 폐기물 처리시설이라 표현되며 생체 조절의 핵심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테아좀 복합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리 몸의 모든 작용에 영향을 주게 되고, 암, 치매, 알츠하이머, 퇴행성 뇌 질환 등과 같은 질병으로 직결된다. 프로테아좀 단백질에 관한 연구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진행됐고 연구 결과들도 많이 축적되어 있었지만, 이 단백질의 전체적인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었다.
김호민 교수는 “프로테아좀 복합체 조립과정 이해 및 3차원 구조 규명은 단순한 구조분석이 아닌 그 안에 숨어있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30여 개의 단백질로 구성된 프로테아좀 복합체의 조립과정을 세계최초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 축적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입니다”라며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단백질 관상을 보다
사람도 관상을 보고 운명이나 성격을 예측하듯, 단백질도 어떻게 생겼는지 구조를 분석하면 그 기능 및 작용 메커니즘을 더욱 자세히 알아낼 수 있다. 김호민 교수 연구팀은 기존에 단백질 구조분석 기술로 널리 사용되던 단백질결정학(X-ray crystallography)기술 대신 단분자 동결전자현미경 기술(Single particle CryoEM)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단백질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단분자 동결전자현미경 기술은 바이오 투과 전자현미경 안에 얼려진 단백질표본을 넣고 단백질의 전면, 후면, 측면의 수백 장 사진을 찍은 후, 여러 각도로 촬영된 사진을 고성능 컴퓨터로 분석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이에 김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바이오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고해상도 단백질 구조분석 기술은 기존의 단백질결정학 기술로 접근이 어려웠던 매우 큰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 분석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앞으로 기존의 단백질결정학 기술과 단분자 동결전자현미경 기술을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한다면 질병을 유발하는 수많은 단백질복합체의 3차 구조 연구에 큰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국내 신약개발 및 바이오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융합학문의 시대
모든 연구가 그렇듯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연구 성과는 없다. 김 교수 역시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많은 연구진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융합학문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전공분야 외에도 폭넓은 지식을 쌓아 주변의 전문가 친구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라며 “이번 연구 역시 콜로라도 대학의 박소연 박사님과의 공동연구 진행으로 좋은 논문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위해 자신의 행복은 희생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김호민 교수. 그는 젊고 유능한 과학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긍정적인 발전의 롤 모델이 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