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III - 에로스] 퇴폐와 순수의 공존
[로그人 III - 에로스] 퇴폐와 순수의 공존
  • 방성호 기자
  • 승인 2014.11.2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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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통해 비춰진 인간 내면의 본능
[이슈메이커=방성호 기자]

[로그인 III-에로스] 미술에서 나타난 에로티시즘




퇴폐와 순수의 공존


여성을 통해 비춰진 인간 내면의 본능



▲클림트는 1900년에서 1904년 사이 오스트리아 정부와 교육부장관 폰 하텔에게 빈 대학교 대강당 천장벽화를 위임 받게 되었다. 클림트는 이성에 의한 학문의 효용을 강조하는 (왼쪽부터) 「철학(Study for Philosophy, 1899~1907)」, 「의학(Medicine-Compositional, 1900~1907)」, 「법학(Law, 1903~1907)」을 주제로 한 알레고리(allegory)를 그렸다. 그러나 그는 모든 전통적인 규범을 배제하고 주제에 대한 실증적인 해석을 거부했다. 그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세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혼돈스러운 자연의 힘이 지배하는 장엄한 우주의 모습을 창조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와 언론은 노골적인 선정성을 두고 계속된 논쟁 끝에 1904년 작품을 철수시켰으며, 1907년에 완성된 「의학」, 「철학」, 「법학」의 작품 모두 1945년 나치에 의해 퇴폐미술로 규정되어 임멘도르프 궁전에서 불태워졌다.



「에로티시즘(Eroticism); 그리스어의 에로스(eros)에 어원을 두고 있는 말로 원래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즉 성애(性愛)의 뜻으로 사용. 사전적 해설로는 주로 문학이나 예술에서, 성적(性的) 요소나 분위기를 강조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한다.」

  

현대 미술에서 에로티시즘 회화를 논한다면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에로티시즘적인 작품을 통해 여인의 황홀(ecstasy)을 표현했고 공개적으로 그의 수많은 그림 연습에서 인간의 굴레와 행복 추구의 주요동기가 감각적인 것, 성적인 것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대적 분위기를 초연해 독자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에로티시즘에 대한 이해


에로스는 생의 본능으로서 사랑, 성애로 한정시킬 수 없는 원시적이고 미분화 된 개념으로 인간의 육체와 영혼에 근거한 복잡한 개념이 결합되어 있다. 이에 반해 에로티시즘은 에로스보다 하위 개념으로서 에로틱(erotic)에서 파생되었으며, 생물로서의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생식행위와는 무관한 본질적으로 심리적인 기반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에로티시즘은 성욕, 애욕 그 자체가 아니고 애욕을 유발하고 표현해 만족시키기 위한 어떤 것의 총체가 된다. 


  성(性)적 활동과 에로티시즘을 정의하면, 전자가 휴머니즘적 연대, 합리적 진보성, 성실, 안정을 그 특징으로 한다면, 후자는 나르시즘적 고독, 우발성, 유희성, 도덕성을 그 활동의 근원으로 삼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속하는 성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술에서 복합적인 양상과 변형된 모티브로 나타나고 있으며, 미술사 또는 사회학, 현상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미술사가들의 연구의 주된 주제이기도 하다.


▲다나에(Danae), 1907~1908



  미술에 있어서 에로티시즘은 포르노그라피와 미묘한 경계를 유지하며 다양하게 변모해 왔다. 그것은 이성간의 육체적 교섭과 자기 자신의 육체적인 것의 나르시스적 찬미를 포함하고 있다. 원시미술에서 성에 관한 묘사는 생명현상을 탐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성에 대한 수치나 억압 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에로티시즘이 갖는 ‘감추는 관능’은 찾을 수 없고 건강하고 신비적인 생에 대한 본능만이 표현되어 있다.


  로듀카는 “애욕에 있어 생식에 관계없는 것은 모두 에로틱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사람과 동물의 성 차이가 에로티시즘이 있는 성행위인지, 에로티시즘이 없는 성행위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에로티시즘은 인간의 본능적인 생식행위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기반에서 발생되므로 전반적인 인간의 삶 속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여성과 누드


여성은 클림트가 평생 동안 전념한 주제였다. 그는 나체로 드러난 여인의 육체를 아름답게 치장해서 앉고, 서고, 움직이고, 누워있는 등의 은밀한 자태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포즈와 자세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는 누드를 그리면서 인간 본래의 감성에 역점을 두었다. 


  클림트의 그림은 선을 중심으로 표현되며 장식적 요소가 두드러지고 인간의 보편성을 숨김없이 나타내려고 했다. 그가 그리는 누드화에서 나타나는 에로티시즘은 퇴폐와 부패의 분위기를 나타내면서도 색욕으로의 타락은 면하고 있다. 그것은 죽음의 냄새와 융합됨으로써 어떤 형용할 수 없는 우울과 수심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여러 초상화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물결치는 듯한 우화와 그의 유전학적으로 농도 짙은 풍경화에서 나오는 것은 바로 필연적이고 영구적인 에로스를 기초로 한다. 또한 그의 관능적인 표현에는 퇴폐적인 탐미주의에 대한 취향이 명확히 드러나며 에로티시즘과 탐미주의의 결합은 대담하고도 도발적인 자세의 묘사와 성감대의 정확한 재연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키스(The Kiss), 1908



  덧붙여 근대 미술에서는 직설적인 구성형식인 누드, 남녀 사랑의 표현 및 성 관계, 생식기의 메타포가 구성의 기교와 변용에 의한 추상적 방법에 이르기까지 성이라는 주제는 다양한 형식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에로틱 회화의 주된 주제는 바로 누드(nude)이다. 누드는 가장 에로틱한 이미지 중 하나로써 모든 시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서구의 에로틱 회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을 더 없이 사랑한 클림트는 자신의 욕정의 산물이었던 여인의 육체를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단순히 성에 집착하고 성의 표현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다. 성을 통해 사회의식의 틀을 깨고 여성의 권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고양시킨 화가이다.






에로티시즘의 진화, 팜므 파탈


팜므 파탈이란 심미주의와 상징주의 문학과 미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요부형 이미지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 ‘파멸로 이끄는’, ‘숙명적’, ‘치명적인’을 뜻하는 파탈(여성형, fatale)과 ‘여성’을 의미하는 팜므(femm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요부’로 쓰여 진다. 


  팜므 파탈의 이미지는 19세기 후반 회화와 문학에서 이전과 다른 여성의 이미지를 다룬 작품들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예술가들은 여성의 이미지를 단순히 관능적으로 나타내기 보다는 생물학적 힘으로 우위에 있는 남성을 치명적인 매력으로 죽음과 파멸로 이끌어 가는 이미지로 나타냈다.


  클림트의 「유디트 I(Judith I, 도판 4)」은 기하학적이고 상징적인 금색으로 장식되어 중세시대 비잔틴 종교적인 색채로 화려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디트(Judith)는 구약성서의 외경 ‘유딧서’에 등장하는 인물로 이스라엘의 벨툴리아에 살았던 정숙한 과부였다, 아시리아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는 저항하는 이스라엘의 정복을 위해 그곳으로 들어가는 요충지를 포위했다.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무방비인 상태의 그의 목을 베어 이스라엘에 승리를 안겨준다.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약자인 여성의 승리, 억압과 폭력, 자만에 대한 정의와 소박함의 승리였다. 


  유디트의 이야기는 애국심이라는 명목도 있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행한 살인이라는 행동이 성(性)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표출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추어 흥미로운 주제였기에 서양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비중 있는 소재로 많이 다루어지기도 했다. 


▲도판 4



  클림트 이전의 화가들은 대부분 그녀의 살인 행위에 초점을 두었지만 나약한 여자의 몸으로 민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유디트는 클림트에 의해 퇴폐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클림트는 종전의 강한 여인과 무자비하지만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녀를 팜므 파탈의 여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녀의 유혹적인 포즈가 적장의 죽음을 담보로 한 것이기에 유디트의 성적 흥분 상태는 매우 사악하게 느껴진다. 마치 상대방을 죽임으로써 노여움을 성적 흥분으로 역전시켜 표현하고 이를 여성 자아의 본능적인 흥분 상태로 드러냈다.


  「유디트 I」는 마약에 취한 듯 몽롱하고 몽환적이다. 반쯤 감은 눈과 약간 벌어진 입술, 노출되어진 왼쪽 가슴, 비치는 소재를 통해 살짝 보이는 오른쪽 가슴은 무아경에 취해 남자에 굶주려있는 악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더욱 요염해 보인다. 그녀의 손에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 부분만 보일 뿐이다. 


  이 그림에서 유디트는 관능적이면서 여신을 연상하게 하는 풍요롭고 따뜻한 색조로 이루어져 있다. 클림트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문양과 색채를 통해 우울함과 고통스러움이 아닌 성적 흥분 또는 영혼의 희열로 나타냈다. 또한 에로스적 세계의 관점을 잠재된 성의 상징으로 전환해 자신의 예술에서 인간의 실존적 진실을 명확히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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