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Inside]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현대판 하인들
[News Inside]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현대판 하인들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1.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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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정 속 나락으로 떨어진 경비원들의 인권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News Inside] 新계급사회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현대판 하인들

고용 불안정 속 나락으로 떨어진 경비원들의 인권


▲출처 : 노원노동복지센터


지난 10월 초, 강남 압구정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유서를 써놓고 분신을 시도했던 경비원이 한 달 만에 결국 명을 달리했다. 입주민이 가한 모욕적인 발언과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입주민들이 청소 상태 등을 지적하며 경비원을 자주 나무랐고, 5층에서 떡을 던지며 먹으라고 하는 등 심한 모멸감을 주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분신 이후에도 끝내 사과하지 않던 해당 입주민은 빈소가 차려진 이후에야 찾아와 지난 행동을 사죄했지만, 이미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해고 불안 조성하는 최저임금제도

  정부정책에 의해 고용시장이 유연화 되면서 집 앞을 지켜주던 ‘경비 아저씨’는 현대판 하인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했다. 입주민들의 불만신고 여부에 따라 당장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파리목숨’이 된 것이다. 오는 2015년부터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의 100%를 지불하는 법이 적용되지만, 이는 오히려 아파트 관리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해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 사태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근무시간이 긴 만큼, 최저임금 도입시 임금을 많이 줘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부터 최저임금의 70% 이상을 보장받게 되었고, 이후 단계적으로 임금을 올려나가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제도의 부분 적용을 받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빚좋은 개살구’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임금이 오를 때마다 인원감축의 대상이 되며, 휴게시간 제공이나 조기퇴근 등의 변칙적인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오히려 당초 100% 적용시점이었던 2012년을 앞두고서는 경비원들 스스로 나서서 “적용 유예대상으로 지속시켜 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해고 대상자에 오르기보다는 적은 임금이라도 계속 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노사정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해 2007년부터 4년간 CCTV 설치는 18.5% 늘었고, 반대로 경비원 수는 5.1%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노동시장이다. 파견제 근로자, 비정규직, 용역 등의 제도가 노동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들 대부분은 용역이나 파견 근로자로서 일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중간 유통단계가 존재하는 격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근로자에게 용역회사가 지급하는 월급은 100만 원에 불과하지만 용역회사가 받아가는 인건비는 150~18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아파트 등에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법적인 장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용과 임금지금, 해고의 과정에서 생기는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편법이 결국은 경비원들의 생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1월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중


만만한 경비? 하소연할 곳 없는 울분만

  아파트뿐만 아니라 병원과 마트, 은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가는 건물에는 안내와 치안 유지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경비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경비로서 겪는 가장 일상적인 상황은 고객으로부터 욕을 먹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마트의 상품이 매진됐다고, 의사들의 진료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은행 창구의 업무 처리가 느리다고 비난을 퍼붓곤 한다는 것이다. 경비들은 해당 불만사항을 유발한 당사자가 아님에도 ‘쉽게 대해도 괜찮은 사람’, ‘만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박혀 있는 것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9월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에 근무하는 경비원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9.6%가 “지난 1년간 언어폭력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언어폭력을 겪은 이들의 46%는 1개월에 1번 이하, 36%는 1개월에 2~3회 겪었다고 답했지만, ‘거의 매일’이라고 답한 이도 6%나 됐다. 또 언어폭력 경험자의 69.4%는 언어폭력 가해자로 ‘입주민과 방문객’을 지목했다.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8.9%나 됐다. 이 역시 가해자의 72.7%는 입주민과 방문객이었다. 업무 중 사고로 병원이나 약국을 찾은 경험이 있는 사람도 15.8%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66.7%는 치료비용을 직접 지불했다고 답했다. 

  이번 압구정 사건으로 인해 경비원 처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지만, 이는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떨어져 있는 휴지를 줍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분을 치우지 않는단 이유로, 낙엽을 쓸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들은 폭언을 들어야 했다. 주차한 차가 손상됐다며 경비원에게 변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하는 걸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폭언을 쏟았다. 울분을 표현할 길이 없던 경비원은 그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지난 8월에는 평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주차 문제로 다투다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관리사무소 집기를 부수는가 하면, 아파트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관리실 직원의 뺨을 때린 입주민도 있었다.

  몇 명의 죽음이 있고 나서야 경비원의 초과 근무수당 미지급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 등 많은 사안이 문제로 떠올랐다. 세상을 떠난 경비원의 유서에는 “내가 왜 그런 폭력을 당해야만 하는지... 언저 폭력과 폭행을 당한 봉인은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합니까. 차후 경비가 이런 폭력과 구타를 당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억울한 죽음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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