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I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상징
[로그人 I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상징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11.21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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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에서 블루투스까지…보편적인 기호와 상징의 증가는 필연적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로그人 II - 상징]  정보통신기술과 상징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상징


골뱅이에서 블루투스까지…보편적인 기호와 상징의 증가는 필연적





태초에 ‘상징’이 있었다. 문명의 시작과 함께 인간은 상징을 만들어냈다. 알타미라의 동굴에 벽화를 그렸고, 피라미드의 벽에는 상형문자를 새겼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말처럼 “상징이 없는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다. 토머스 칼라일은 “상징은 감추는 동시에 드러낸다”고 짚었다. 십자가는 죽음과 부활,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상징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무한 연대’의 징표다. 상징은 죽음을 맞기도 한다. 한때 사회주의를 상징했던 낫과 망치는 소비에트의 몰락과 함께 그 의미를 잃었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통신 테크놀로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호와 상징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이 발전하며 글에서 뿐만 아니라 말에서도 약어와 상징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골뱅이 상징@ 


  골뱅이 상징은 영어에서는 ‘at' 사인이라고 흔히 부르지만, 그것이 공식 명칭은 아니다. 이 널리 사용되는 상징이 공식적인 이름이 없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어쨌거나 그 결과, 이 상징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동물과 관련된 이름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원숭이 꼬리‘이다. 보스니아 사람들은 ’미친 a'라고 부른다. 


  골뱅이 상징은 현대 전자통신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다. 이메일에서, 트위터에서, 문자메시지에서도 사용된다. 이 상징은 워낙 유명해서, 이 상징을 크게 인쇄한 그림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2010년부터 상시적으로 전시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1971년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이라는 컴퓨터 과학자가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고, 이 상징을 부르는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이 상징은 현대 인쇄 기술이 있기 전에 중세시대 상인들의 편지에서나 수도원의 문서 기록에서도 이미 찾아 볼 수 있다. 아마도 그 기원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미국의 고문서학자 버솔드 루이 울만(Berthold Louis Ullman)은 그의 책 『고문서와 그 영향』에서 인쇄술이 도입되기 이전, 고전시대의 라틴어 텍스트를 끝없이 옮겨 적어야 했던 수도승들은 당연히 글을 좀 더 빠르게 옮겨 적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했을 것이라고 썼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는 라틴어로 ‘~를 향해서’를 의미하는 ad라는 낱말에 대한 축약어로, a를 쓰고 난 다음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a를 둘러싸는 형태로 그린 것이다. 물론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많다. 수도승들은 ‘하나님의 서기’였고, 당시 수도원에서 ‘게으름’은 죄악시 되었으므로, ad를 @로 쓰는 게으름이 허용되었을 리 없고, 또 나아가 그렇게 글자를 합치는 일은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만 했다는 것이다. 


  편지에 사용된 최초의 @는 이탈리아의 와인 상인이었던 프랑시스코 라피(Francesco Lapi)가 1536년 3월 4일 세르비야에서 로마로 보냈던 편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편지에서 @는 어떤 특정한 와인의 개별 단위당 가격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자취를 감췄던 이 @상징은 나중에 나온 타이프라이터에서,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상태에서 떡 하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레이 톰린슨은 자신의 키보드에 있던 @라는, 현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던 상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로 작심한다. 그는 다양한 수신자들의 이름을 구분해 놓은 수단으로 이 상징을 이용하기로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톰린슨의 새로운 어드레스 체계를 이용한 최초의 전자 메시지가 톰린슨이 설계한 사무실 컴퓨터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그리고 @상징은 전자·온라인에서 정체성을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파워와 대기 상징


  1973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에서 표준화한, 원 안에 선을 넣은 형태는 전자 제품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전원과 대기 스위치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하지만 몇 십 년 전부터 이미 이 상징들은 비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초기의 전자 제품들은 마치 전등을 켜는 스위치처럼 ‘on' 'off' 스위치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언어 장벽과 마주하게 되면서, 이를 뛰어 넘기 위해 이진법 ’1‘과 ’0‘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다시, 현재의 컴퓨터나 핸드폰에서처럼 하나의 버튼으로 둘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1‘과 ’0‘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파워 상징이 만들어졌다. 그런 다음, 텔레비전과 컴퓨터의 ’대기‘ 모드가 개발되면서, 대기를 의미하는 상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 상징은 파워처럼 ’0‘안에 ’1‘을 넣는 것이 아니라, ’1‘이 ’0‘을 나누고 있는 형태로 만들어 졌다. 대기모드 상징은 테크놀로지 애호가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했던 인기를 끌었으며, 다양한 테크놀러지와 사무용품 회사들이 이 상징을 로고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때는 과거에 스마일리가 그랬던  것처럼 티셔츠에 등장하여 유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상징이 가장 독창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컴퓨터 테크놀로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분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10년에 이 대기 상징은 거의 600개의 다른 상징들을 물리치고, 뉴욕시에서 만들어 배포한 콘돔 포장지의 디자인으로 선정되었다.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다른 디자인들로는 남성정장용 모자, 도시의 맨홀 덮개, 그리고 다소 외설스러운 연상을 하게 만드는 기차 터널도 있었다. 이 로고를 만든 루이스 어코스타(Luis Acosta)는 “나의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그들이 통제 능력이 있는 사람들임을 상기시켜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디자인은 뉴욕시 전역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수백만 개의 콘돔 박스를 장식하고 있다.





블루투스 상징


  믿기지 않겠지만, 전 세계의 수없이 많은 정자 통신 기기들에서 볼 수 있는 블루투스 상징은 사실 중세 스칸디나비아의 한 호전적이었던 왕의 업적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해럴드 곰슨(Harald Gormsson)은 958년 아버지 곰(Gorm the Old)으로부터 덴마크 왕위를 물려받았다. 중세의 역사가들은 왕이 가지고 있는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은 특징을 나타내는 말을 만들어, 그들의 왕을 부르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곰슨은 몇몇 북구의 역사책에서 ‘블루투스’라고 불렸다. 이는 그의 이가 심하게 착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덴마크에서 풍성히 자라고 있던 블루베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고 한다. 해럴드 블루투스는 젤링(Jelling)이라는 도시에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리는 무덤을 만들고 두 개의 커다란 비석을 세우며, 그 비석에는 고대 언어인 룬(rune) 문자로 부모의 업적을 새겨 넣었다. 


  덴마크의 가장 유명한 유적 중 하나인 젤링 스톤(Jelling Stone)은 스칸디나비아의 토착 신앙이 해럴드 블루투스의 치하에서 퍼져 나갔던 기독교와 결합되며 널리 퍼져 나갔던 정황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두 비석 중 좀 더 커다란 쪽에는 예수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해럴드가 여러 분쟁들을 진압하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업적이 담겨 있다. 1994년 스웨덴의 전자회사 에릭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던 많은 무선통신 장비들을 짧은 거리 내에서 케이블 없이 서로 연결해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무선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에릭슨은 몇몇 경쟁사들을 전자통신분야에 불러들여 협력할 목적으로, 특별이익집단(SIG)을 만들었다. 




  기업들 간의 예비 모임에서 에릭슨의 엔지니어였던 스벤 마테슨(Sven Mathersson)은 인텔의 프로그래머였던 짐 카다크(Jim Kardach)에게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역사소설 『롱 쉽(The Long Ship)』이라는 책을 한 권 선물한다. 프란스 거나 벵트손(Frans Gunnar Bengtsson)이라는 작가가 쓴 이 소설의 배경이 바로 해럴드 블루투스의 궁전이었다. 카다크는 이 왕의 통일을 향한 노력과 시그가 추구하는 통합이라는 목표 사이에는 상징적인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꺠달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블루투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해럴드 블루투스가 이러한 통합과 협동 정신의 상징이 되면서, 이 무선네트워킹 방식의 로고도 해럴드 블루투스의 첫 글자들 H와 B를 따서 이를 룬 문자로 표시한 다음, 그것을 합친 것으로 정해졌다. 


  미래의 기호와 상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속도와 간결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중시하는 말들에 밀려, 격식을 차린 말들은 사라지게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고, 그 테크놀로지는 언어와 문화의 경계와 주변에 위치해 있던 인간 의사소통의 전통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보편적인 기호와 상징의 증가는 필연적일뿐더러, 인간을 위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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