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III] 의미가 담겨있는 그릇, 상징
[로그人 III] 의미가 담겨있는 그릇, 상징
  • 방성호 기자
  • 승인 2014.11.21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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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의 이해와 해석
[이슈메이커=방성호 기자]

[로그人 III - 상징]  미술작품의 해석과 상징



의미가 담겨있는 그릇, 상징


미술작품의 이해와 해석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클라스(Pieter Claesz)의 정물화. 당시 유행하던 바니타스 정물화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다. 작품에서 표현된 대상들은 각각 무언가 다른 것을 지시한다. 예를 들어 타들어가 버린 초는 전통적으로 ‘죽음’ 혹은 ‘삶의 허무’를 상징한다. 이처럼 그려진 대상은 무언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것을 ‘도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품에 표현된 각각의 도상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와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을 ‘도상해석학’이라고 한다.



「도상학; 형식과 대비되는 것으로 미술작품의 주제나 의미에 관계하는 미술사의 분야 - 에르빈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 1892~1968)」

미술작품에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 의미를 표현하는데, 이 때 작가가 의도한 내용은 제대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는 이에 따라서 멋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도상학과 도상해석학은 미술 현상을 기호체계로 파악하고, 미술의 비밀스런 언어를 해독하는 이론이다. 





도상학(Iconography)


  도상학은 미술작품과 그것이 제작된 시대의 정신적 상황을 연결시키는 일로 이루어진다. 즉 작품을 그것이 만들어진 울타리 안에서 해석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의 주제와 연관성을 지니는 문서를 확보해야 하며, 이러한 문헌자료에 따라 우선 작품의 내용적 줄거리를 재구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의 주제를 확인한다. 그 후 동일한 주제에 관한 당대의 다른 유형과 비교하는 유형사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렇듯 첫 단계에서 주제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에서 주제를 분류하는 도상학적 작업은 작품에 표현된 문헌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므로 아직 미술사적 해석이나 분석행위에 이르지는 못한다. 순수형식, 모티프, 이미지, 이야기, 알레고리를 근본원칙의 반영으로 이해하는 것은 상징적 가치와 일치한다.


  ‘graphy’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동사인 ‘쓰다(graphein)’에 뿌리를 둔다. 따라서 순수한 서술을 의미하거나 흔히 정적인 작업 방식을 가리킨다. 도상학은 이미지들을 분류하고 서술하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제한적이긴 해도 어느 정도 수단화될 수 있는 학문이어서 어떤 주제나 모티프가 언제, 어디서 가시화되기 시작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도상학은 작품의 연대측정, 발생 환경, 때로는 진위 여부를 가리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귀중한 도움을 준다. 더 나아가 도상학은 작품의 도상해석학적 해석을 진전시키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상학만으로 작품에 대한 완전한 해석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나의 주제에서 나온 여러 주제 유형들이 서로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종교, 철학, 정치적 이념이 주제 요형의 변화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작품에 남아 있는 개별 작가와 후원자의 의도와 성향의 편향이 어는 정도 힘을 미치는지 등의 관계의 문제들은 도상학의 과제 범위를 넘어선다. 


  정리하자면, 도상학은 작품의 본래적인 의미나 숨은 내용의 단계에서 다루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의 한 부분을 연구 과제로 삼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전달 가능케 하는 것이다.





도상해석학(Iconology)


  도상해석학의 목적은 그림 안의 여러 형식적, 주제적 단서들을 통해 당시의 화가뿐만 아니라 동시대인이 공유한 인간 내면의 일반적이고 지배적인 경향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런 경향성 또는 내재적 의미는 미술을 넘어 당시의 문학, 신학이론, 정치이론, 음악 등의 이면에 통일적으로 흐르며 그림의 형식과 내용에 문화적 징후로서 드러나 있다. 내재적 의미가 징후를 통해 암시적으로만 드러나는 이유는 화가가 그 시대에 동함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반 무의식적으로 시대의 경향을 붓으로 드러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파노프스키는 그의 ‘도상해석학 연구(Studies in Iconology)'에서 “각종 모티프를 선택하고 재현하는 행위의 이면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원칙(내재적 의미)을 파악하고자 할 때 ~ 이 같은 원칙은 또한 이미지, 이야기, 알레고리 등을 제작하고 해석하는 행위의 이면에도 흐르고 있으며, 형식적인 배치나 사용하는 기법에도 의미를 부여 한다 ~ 우리는 어느 한 특정한 문헌이 이런 기본 원칙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도상해석학은 도상학과는 달리 작품의 개관에 통계적으로 접근하거나 진전된 해석학적 연구를 위한 예비 작업의 단계에 그치지 않고, 예술학의 한 분야로 통합 기능을 담당한다. 결국 우리는 형식에 대한 인지(전 도상학적 단계)를 지나 내용을 파악(도상학적 단계)하고 나서 형식과 내용을 종합적, 복합적으로 통찰함으로써 그림의 형식과 결합을 규정한다. 이 둘의 결합을 통해 상징으로서 드러나는 내재적 의미를 추적(도상해석학)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도상학과 도상해석학의 관계가 천체학과 점성술처럼 엉뚱한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상해석학은 분석이라기보다 종합에 근거하는 해석 방법이다. 도상학에서 정확한 도상 분석을 위해 먼저 그려진 모티프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도상해석학에서는 그림, 일화, 알레고리 등이 정확히 분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이차적인 또는 관습적인 주제도 담기지 않은 작품에서처럼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단순해지고 만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작품에 구도적 분석과 도상학적 분석을 가하고 그 외 종교, 개인양식, 시대, 장소 등 다른 어떤 것의 해석을 부여하면 이러한 상징적 가치의 발견과 해석이 도상학에 대한 도상해석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미술 작품의 해석


  파프노스키는 미술 작품의 접근 방법을 도상학 이전 단계인 기술(description), 도상학적 분석(analysis), 도상해석학적 해석(interpretation)의 3가지 수준의 작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도판 1은 도상학 또는 도상해석학적 접근의 유익한 표본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멜란콜리(또는 멜란콜리아) I」이라는 동판화 작품이다. 멜란콜리 I을 파노프스키가 해석한 것은 다음과 같다. 성 제롬(St. Jerome)이 책상에 편안하게 않아 있는 것에 비해 날개 달린 천사는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다. 또한 성 제롬이 따뜻하고 햇볕이 잘 드는 서재에 있는 반면, 벽 위 모래시계와 상자 위에 드리우는 그림자, 그리고 혜성의 창백한 빛으로 미루어 천사는 차고 쓸쓸한 바닷가로부터 달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멀지 않은 지점에 있다. 그는 이론적인 작업에 침착하게 몰두하고 있는 모습으로 동물들과 편안한 모습으로 방에 그려져 있지만, 무기력한 모습으로 떨고 있는 개와 함께 있는 천사는 머리를 한 손에 의지하고 다른 손으로는 우울하게 컴퍼스를 들고 있으며 시선은 치켜 올려져 있다.


  또한 이 화면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물들로 가득 차 있다. 건축물에 기대어져 있는 사다리, 건설 중인 듯한 건물의 일부가 보이며 그 벽에는 모래시계, 끈이 달린 종, 천칭 등이 걸려 있다. 종 바로 아래에는 가로, 세고, 또는 대각선 어느 줄이나 네 숫자를 합하면 합계가 항상 같다는 이른바 마법방진이 새겨져 있다. 그녀의 발밑에는 톱, 대패, 자, 구부러진 모습의 못을 뽑는 도구가 보인다. 그리고 화면의 왼쪽 하단에는 잉크병, 망치, 납을 녹이는 냄비를 올려놓은 풍로, 불을 휘젓는 젓가락, 알 수 없는 둥근 공, 불규칙한 모양의 다면체, 건물에 기대어 놓은 바퀴모양의 큰 돌, 그 위에 않아서 무릎 위의 판자에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는 아이, 바닥에는 웅크리고 있는 개 등이 보인다. 


  한편 화면 왼편의 뒤로 보이는 풍경도 모호하다. 멀리 펼쳐진 바다와 육지가 조금 보이며 하늘에는 무지개처럼 보이는 커다란 아치모양의 광채와 요란한 빛을 발하는 혜성이 좋지 않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혜성의 모습과 화면 전체의 음울한 느낌으로 보아 이 화면은 방의 정경임에 틀림없다. 생각에 잠긴 천사는 혜성과 반대쪽에 있는 달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그늘져 보인다. 그 어둠 속에서 고양이처럼 희게 빛나는 두 눈만이 천사의 정신적 긴장을 말해주고 있다. 이 천사는 창백한 달빛이 비치는 해변의 거리에서 잡다한 연장에 둘러싸인 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까지가 뒤러의 동판화에서 보이는 화면의 주제를 파악해 본 파노프스키의 해석이다. 열거된 화면의 모든 구성요소는 도상해석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파노프스키는 ‘멜란콜리 I’이라는 문자의 열쇠를 박쥐의 날개에 쓰인 문자에서 찾는다. 마법방진의 숫자 이외에 달리 아무런 제명도 없다면 기분 나쁜 동물에 쓰인 이 문자야 말로 이 화면의 주제를 의미하는 모티프가 아닐 수 없다. 현대적 사용으로 옥스퍼드 사전에 인용된 ‘멜란콜리’에 대한 것을 보면 “정신적 저조, 명량함이 모자라고, 근심에 잠기고, 낮은 정신으로 향하는 것, 장소와 기타 등등의 영향을 저조하게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우울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I’이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파노프스키는 이 숫자가 가치의 이상적인 영역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I’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우선시한 뒤러는 이것이 예술가나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뒤러는 미술을 인문과학의 하나로 보았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미술에서 과학적인 증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술은 이론에 집착해 있었고 이론이 강조될 때 미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뒤러는 인문학자로서 ‘북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도 불려진다.


  사실상 「멜란콜리 I」은 단순한 경험이나 활동이라기보다는 뒤러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한 일화로, 뒤러는 의사의 진찰을 받을 목적으로 손가락이 복부의 원편을 가리키고 있는 자신의 누드를 그린 적이 있다. 거기에는 “노란 점이 있는 곳,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이 아픈 곳이다.”라고 새겨져 있는데 바로 그 부분은 확실히 비장이었으며, 그곳은 우울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뒤러는 다신이 멜란콜리한 사람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그는 이렇게 썼다. “기하학은 어떤 사물의 진리를 입증하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간의 의견과 판단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기하학의 위치는 우리의 이해 안에 있다. 그리고 어둠은 너무 확고하게 위리의 마음을 뒤덮어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실패할 것이다.” 기하학과 마음을 뒤덮는 어둠에 관한 뒤러의 이 말은 「멜란콜리 I」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뒤러의 가장 복잡한 이 작품은 일반적인 철학의 객관적인 상태이며 동시에 개인의 주관적인 고백인 것이다. 「멜란콜리 I」은 실제적인 기술을 중시하는 르네상스 화가들을 유형화하며 뒤러의 인간적인 역점과 지성의 유한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작품은 뒤러의 정신적 자화상이자 그늬 영혼이 응축된 상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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