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 논란' 황희찬에 대한 비난, 적절한 일인가?
'사포 논란' 황희찬에 대한 비난, 적절한 일인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8.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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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사포 논란' 황희찬에 대한 비난, 적절한 일인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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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2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 시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조별예선에서 2승1패를 거둔 대표팀은 말레이시아에 이은 조 2위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 가지 잡음이 있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공격수 황희찬이 후반 20분 '사포'로 불리는 '레인보우 플릭(Rainbow Flick)' 기술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 황희찬은 상대선수를 앞에 두고 공을 뒤로 빼는데는 성공했지만 불안정한 터치로 공을 위로 올리지는 못했다. 당시 장면은 경기가 끝난 후 축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오늘 내내 '황희찬 사포'라는 키워드가 검색어 상위권에 위치하기도 했다.

 

'레인보우 플릭'이란?

 

레인보우 플릭은 두 발 사이에 공을 끼우거나 한쪽 발로 공을 뒤로 빼며 반대쪽 발뒤꿈치로 공을 차 높게 띄워 넘겨 상대방을 돌파하는 축구 드리블 기술이다. 공이 무지개처럼 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레인보우 플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사포’, 또는 카르틸라로도 불린다. 스트릿 사커에서 주로 통용되는 사포라는 단어는 포르투갈어로 '모자'라는 뜻의 '샤페우(Chapéu)'에서 변형되어 나온 말이다. 이 기술을 쓸 때 공의 궤적이 무지개나 모자처럼 둥근 모양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발기술을 요구하는 사포는 고난도 플레이다. 공을 눈으로 보지 않고 띄운 다음, 빠르게 수비수들을 따돌려야 하기 때문에 기술을 시도하는 공격수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파워가 필요하다. 더욱이 수비수들의 압박이 거센 프로선수 레벨에선 수비를 무력화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진 않는다. 하지만 기술력과 개인기, 자신감이 뛰어난 선수들은 드리블할 때 상대방을 제치거나 속이기 위해서 이 기술을 종종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펠레나 호나우지뉴, 네이마르 등 브라질 선수들이 많이 시도했다.

 

'사포'를 써서는 안되는 것일까?

 

사포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상대선수에게 무례하거나 과시하는 듯한 행동으로 보여질 수 있어 축구계에서는 일종의 불운율로 통한다. 마치 야구에서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이 도루를 시도하거나, 홈런을 친 타자가 격한 세리머니를 할 시 빈볼이 날아오는 것처럼 축구에서도 보복성 태클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지난 2015년 사포를 이용한 플레이를 선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다.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2014/15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네이마르는 뒤꿈치로 볼을 차올려 상대 수비수 머리 위로 넘기는 드리블을 시도했다. 당시 3-1로 바르셀로나의 승리가 굳어진 상황이었고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빌바오 선수들은 자신들을 자극한다고 판단해 네이마르에게 달려들어 거세게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 역시 경기 후 네이마르의 사포 기술에 화를 낸 빌바오 선수들을 이해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황희찬에게 비난이 가해지는 이유

 

자연스럽게 황희찬의 '사포' 논란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기술을 구사한 것이 상대를 깔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FIFA 랭킹이 92위인 키르기스스탄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이다. 이와 같은 상대에게 부적절한 기술을 시도한 것이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기술 구사 시점도 문제였다. 황희찬의 '사포' 시도는 후반 17분 손흥민의 선제골이 터진 뒤 3분이 지났을 때였다. 이 때문에 팀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공격 찬스를 무의미하게 낭비한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있었다. 더불어 다득점을 기대했던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황희찬이 경기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황희찬은 경기 투입 후 결정적인 3차례 기회를 창출했음에도 골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패할 경우 조 최하위로 추락해 조별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끊임없는 구설, 실력으로 극복해야

 

아시안게임 들어 황희찬은 끊임없는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조별예선 첫 경기인 바레인전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지만 이후 펼쳐진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 전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는 패배한 뒤 상대 선수들과의 ‘악수 세리머니’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벤치로 걸어가 매너 논란에 휩싸였다. 페어플레이에 어긋났다는 비난이 들끓자 개인 SNS 계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황희찬이 가진 장점은 팀의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이가 상당한 활력소가 됐다. 1대1 돌파 등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희찬이가 들어와서 우리 공격에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 넣는 것이 진짜 어려운 일이다. 나도 찬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황희찬을 감싸 안았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최용수 SBS 해설위원 역시 황희찬의 움직임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가 가진 능력을 통해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축구인은 '선수 본인이 이겨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많은 축구인들은 황희찬은 충분히 상황을 반전시킬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회에서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향후 성인 대표팀 공격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선수이다. 지난 시즌 소속팀 잘츠부르크의 UEFA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정도로 어린 나이임에도 유럽 축구계에서도 선명하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서는 아직 4번의 승리를 더 거둬야 한다. 그가 이번 논란을 씻어버리고 더욱 성숙한 선수로 성장해 남은 토너먼트에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국 대표팀과 이란의 16강전은 23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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