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II] 법은 누구의 편인가?
[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II] 법은 누구의 편인가?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4.07.2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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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는 준법정신 필요해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II] 나쁜 법



법은 누구의 편인가?


시대에 맞는 준법정신 필요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불온한 사상으로 물들인다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는 탈옥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죽음을 택했다. 하지만 그런 소크라테스의 준법정신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현대에서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헌법체계에서는 준법이란 정당한 법, 정당한 법집행을 전제로 한다. ‘악법을 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논제를 풀어보고자 한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악법도 법이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부당하게 사형을 당하면서 남겼다는 말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악법도 법이니까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준법정신을 강요하는 슬로건이다. 법의 정당성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키라는 말이다. 하지만 고대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로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들은 소크라테스라면 악법이라는 불의에 대앙할지라도 탈옥이라는 불의한 방식으로는 대항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정의론에 입각한 행동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처럼 알고 있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과 소크라테스를 연관 지은 최초의 인물은 오다카 도모오라는 일본의 사법철학자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경성제국대학 교수로서 자신의 법철학 책에서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며, 악법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널리 홍보하여 정당한 입법절차에 따라서 그 악법을 개정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언급하며 “그는 국가의 실정법에 복종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따라야 할 시민의 의무이고 선량한 시민이 나쁜 법에 복종하는 것은 나쁜 시민이 좋은 법을 배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 합니다”라고 생각해 아테네의 감옥에서 순순히 독배를 받았다고 적었다.


  기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했는지 아닌지는 일반인들에게 중요치 않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날의 법이 중요하지, 2,000년도 전에 살았던 철학가의 명언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악법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 헌법재판소의 연구관은 “악법이라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부터 시작해 현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법의 범위가 정확한지 등의 여러 가지를 살핀다면 악법이 제정되는 일이 없고 잘못된 법들도 개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쓰레기 청소나 봉투 붙이기는 과거 가난한 이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이런 두 작업을 통해 254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은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전(前)대주그룹 총수의 ‘황제노역’이다. 2007년 대주그룹의 경영자인 허재호 회장은 508억 원의 탈세와 100억 원의 횡령으로 수사를 받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벌금을 부담할 수 없겠다고 말한 허 회장이 벌금 대신 선택한 노역이 일당 5억 원이라는 판결이 났다. 이 판결을 비판하는 한 법조인은 “통상적으로 일반인들이 노역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환산하면 5만원으로 취급는데 최근 형사법관에 의해서 이 금액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인해 10만원으로 올려 운영되고 있습니다. 허 회장의 판결은 일반인들의 1만배 내지 5,000배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인데, 이는 재판으로 인한 자의적인 차별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판결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면서 판결을 내린 당시 재판부의 부장판사였던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이 사표를 내는가 하면 국회에서는 황제노역 방지의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통과된 개정안이 법리 모순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 판사 출신인 황정근 김앤장 변호사는 “형법으로 해결하려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원론적 규정만 신설하거나 별도 특례법을 만들었어야 했습니다”라며 “기본법인 대한민국 형법은 외국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모순된 조항을 만든 것은 명백한 졸속 입법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황당한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모든 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항이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의 판결은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량 필요


  2014년 전국적인 여론의 공분을 일으켰던 ‘칠곡 아동학대 사건’ 역시 법의 허점을 드러낸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세히 보도된 이 사건에서 9월에 시행될 ‘아동학대 특례법’이 현재 대한민국의 아동 보호 시스템 및 가해자의 양형 기준에 대항 맹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인 소리양은 자신이 동생을 죽인 가해자라고 주장하며 판사에게 계모의 선처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한 범죄심리학 교수는 제출된 탄원서를 접한 뒤 “이것은 계획된 것입니다. 아이가 구사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쓰여 있습니다”고 말했고 전문의는 소리양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범죄의 가해자 입장에 서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인질로 잡혔을 때 나를 죽인 줄 알았는데 당장 죽이지 않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거나 인간적 모습을 보일 때 그런 현상에 동화돼 마치 범인과 한 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사건이 더욱 이슈가 된 것은 아동학대를 넘어 살인에 이르기까지 한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이 징역 10년에 그친 것에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의 범행에 비춰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습니다”라며 “검찰이 제대로 추가 조사해 항소심에서는 살인죄로 죄명을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 법무법인 바로법률의 김민호 변호사도 “칠곡 계모 사건은 당초 검찰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어야 하는 것을 상해치사로 잘못 기소했다고 봅니다”라고 지적했다. 칠곡 사건 외에도 두 돌도 안된 딸을 자주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해 징역 5년을 받은 부산 친모, 의붓딸을 학대해 1년 반 감옥 다녀와서 그 딸을 다시 성폭행해 역시 5년형을 선고받은 울산 계부 사건도 있다. 중한 처벌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판결에 국민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법, 뉘른베르크법


  최악의 법으로 손꼽히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자가 꼽은 것은 독일의 뉘른베르크법이다. 독일 내 유태인의 독일국적을 박탈하고 유태인과 독일인의 성관계, 결혼을 금지하는 한편 유태인의 공무 담임권을 박탈한 법인 뉘른베르크법은 1935년 아돌프 히틀러가 직접 서명한 ‘최악의 법’으로 유명하다. 해당 법률에 의해 결혼은 무효되며 법을 어긴 사람은 강제노동형에 처해지게 되었고, 인류 역사 중 가장 기억되고 싶지 않은 유태인 학살의 최초의 법적 근거가 되었다. 논의의 여지없이 ‘악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 법에 대해 한 법학 전문가는 “뉘른베르크법에 따라 당시 독일인은 유태인과 입을 맞추거나 손을 잡는 행위도 처벌받았습니다. 실제로 60세 된 독일 노인이 과거에 자기 집의 하인으로 있던 30세의 유태인 여성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사형 당한 경우도 있었으며 자기 집에 초대한 유태인에게 외투를 벗고 편히 앉으라고 말했다가 처벌당한 독일인도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히틀러는 법을 무시했던 일반적인 독재자들과 달리 법에 따른 독재를 실시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두고 법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고, 악법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악법을 판독하는 유일한 잣대이자 저울인 헌법


  결국 ‘악법’이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악법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법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악법은 존재하고 있다. 법 자체만으로 악법이라고 생각되는 법이 있는가 하면 되려 법이 필요하지만 해당 내용을 정확히 명시하는 법이 없는 경우도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한 검찰 관계자는 “악법을 판단하는데 유일한 잣대는 바로 헌법입니다. 물론 헌법은 포괄적이므로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사안 별로 많은 논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논쟁이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 헌법에 합치되는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악법의 판단과 해결을 위한 열쇠는 헌법이라고 말했다. 실지 헌법은 모든 사회 문제에 대해 가장 상위의 해결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해 쓰여졌다. 헌법재판소의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법 제 47조 1~3항을 통해 법률의 위헌 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로 기속되어 있습니다.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합니다”라고 말하며 제정된 법이 악법이라고 판단되었을 경우 그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7월 17일, 대한민국의 헌법이 제정된 제헌절. 1조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는 헌법은 악법을 판독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이자 저울이다. 김문현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은 “대통령, 국회, 법원과 같은 제반국가기관이 행사하는 모든 권한도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 정당성은 국민에게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헌법은 국민을 위한 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사회가 변하면서 많은 법들이 제정되거나 개정이 되며 어떤 법들은 폐지될 것이다. 이러한 제반사항에 있어 그 기준이 되는 헌법을 바탕으로 이후로도 악법에 대한 경계와 함께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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