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淫談悖說), 대중문화에 녹아들다
음담패설(淫談悖說), 대중문화에 녹아들다
  • 김진영 기자
  • 승인 2014.06.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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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Popular Culture] 19금 개그가 뜬다


음담패설(淫談悖說), 대중문화에 녹아들다

자유로운 청춘들의 솔직한 표현, 음지에서 양지로 거듭난 ‘성담론’




JTBC ‘마녀사냥’이나 tvN ‘SNL KOREA’ 등 성(性)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성을 금기화한 과거와는 달리 대중매체가 나서서 성을 하나의 개그코드로 사용함으로써 양지화 하려는 움직임에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하지만 대중성과 파급력을 지닌 대중매체를 통한 성 담론은 지나친 가벼움 또는 과도한 선정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매체, 성(性)을 품다

  “(과거에는)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고 싶었지만, 그걸 인정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같은 얘길 하는데, 표현 하냐 안하냐의 차이다. 요즘에는 표현을 한다. ‘마녀사냥’이 일반인이나 대학생을 인터뷰 할 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는 굉장히 개방적인 사람인데도.”

  케이블과 종편, 지상파를 종횡무진 누비며 19금 개그를 주도하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금기시되었던 성 담론이 오늘날엔 대중매체를 통해 토크쇼나 패러디 등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중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2013년 8월 첫 방송된 JTBC의 ‘마녀사냥’이다.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를 표방한 만큼 남성 MC 4명이 둘러앉아 사석에서 편하게 주고받는 대화처럼 청춘남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풀어가는 방식은 규제나 제약이 없는 인터넷 공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짐을 의미하는 ‘그린라이트’나 연애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성관계 시에도 어느 쪽이 리드를 하고 있는지를 의미하는 ‘낮져밤이(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는 뜻)’ 등 단어는 ‘마녀사냥’을 대표하는 요소로 자리매김 했다. 여기에 더해 스튜디오의 짜여진 각본이 아닌 이원생중계라는 소통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대중들의 생각을 빠르게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점 또한 방송과 현실과의 간극을 허물고 있다. 이원생중계를 통해 커플들은 사랑을 나눌 때의 시간이나 서로에게 바라는 점 등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때론 MC들을 당황시킬 만큼 솔직하고 직설적인 단어와 내용들은 오늘날 젊은 세대의 개방된 성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녀사냥’이 청년들의 성문화를 이야기 소재로 차용하며 공감과 소통을 이끌고 있다면 미국의 정치패러디 프로그램인 ‘SNL’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tvN ‘SNL KOREA’는 성을 개그코드와 결합해 희화화하며 웃음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매주 한명의 호스트가 전체의 콘셉트를 좌우하기는 하지만 신동엽이나 유희열, 클라라 등의 고정크루가 꾸미는 코너는 성을 소재로 한 웃음 포인트를 주무기로 하고 있다. 남성의 바지에 물이나 커피를 쏟고 이를 여성이 닦아주는 장면이나 여성의 가슴을 몰래 훔쳐보는 시선, 또는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하는 등 방송심의를 넘나들 만큼 아슬아슬한 모습들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금기를 넘어서는 쾌감을 맛보게 한다. 이처럼 두 프로그램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이지만 감히 드러내 표출하지 못했던 ‘성’에 대해 과거와는 달라진 시선과 접근을 취함으로써 이제는 당당히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




사랑의 욕구, 가벼움은 지양해야

  대중매체가 지닌 힘은 이를 접하는 다수의 대중들에게 별다른 거부감 없이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TV 리모컨을 든 시청자들은 비판의식 없이 수용하기 쉽다.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성문화가 음지에서 양지로 공론화 되어 온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시도일 것이나 파급력이 큰 대중매체를 통해 성이 지나치게 가벼워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이돌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여성가족부 등의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로 볼 수 있다. 

  또한 성에 대해 지나치게 개방적인 자세는 타인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나친 솔직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개인이 아닌 대중매체의 노골적인 표현은 역설적으로 대중에게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강남스타일’을 통해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한 싸이가 뒤이어 내놓은 ‘젠틀맨’이 대중의 외면을 받은 요인 중 하나로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과도한 성적표현에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SBS ‘매직아이’에서 가수 이효리는 데이트폭력에 대해 얘기하며 ‘콘돔’이나 ‘질외사정’ 등 직접적인 단어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방송이 나간 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화끈하고 솔직하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일부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방송을 보기가 불편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한 대중문화비평가는 “솔직하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건 아니다. 잘못하면 ‘더럽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며 “성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무조건 성에 대한 얘기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차츰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성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과거가 ‘솔직해진’ 오늘날과 비교해 결코 사회문제는 적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성에 대한 표현을 개방화한다고 해서 성과 관련한 사회문제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혼자만 알고 느낀 생각들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19금 개그가 이끄는 성문화의 양성화는 올바른 성교육의 또 다른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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