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자극하는 복불복 상자, 럭키백 상술
호기심을 자극하는 복불복 상자, 럭키백 상술
  • 김현해 기자
  • 승인 2014.06.2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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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현해 기자]

[Marketing Trend] 럭키백 상술 



호기심을 자극하는 복불복 상자


행운의 상자… 실상은 재고 처리, 결과는 과소비






세계적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인 ‘스타벅스 커피’에서 2007년 처음 시작한 럭키 백 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대대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최근에는 수많은 기업이 그와 유사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상자 안에 자사(自社) 제품, 혹은 제휴업체의 제품을 무작위로 넣은 이 럭키 백은 어떠한 상품이 몇 개가 들어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복불복 상자라고도 불린다. 현재는 뷰티, 패션 사업에서까지 이 럭키 백 마케팅을 도용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5월 20일 국내 모바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통신사인 ‘SK 텔레콤’에서도 이 럭키 백 마케팅을 활용한 ‘스타 박스(Star Box)’를 만들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럭키 백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열어보는 재미, 럭키 백


  럭키 백은 일본 백화점의 새해맞이 행사로 고객들에게 나눠줬던 복주머니(후쿠부쿠로)에서 유래했다. 상자나 주머니에 무작위로 담긴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이벤트 형식으로 판매하는 럭키 백은 운이 좋을 경우 구매가보다 3~5배 비싼 제품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기 브랜드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인터넷 쇼핑업체인 GS 마켓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럭키 백 이벤트에는 3일 만에 40만 명이 몰려 화제가 됐다. 이벤트를 시작한 당일 하루 15만 명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이른바 ‘대박’을 만든 것이다. 온종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던 이 이벤트는 태블릿 PC와 가전제품, 핸드백 등을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 꾸러미를 무작위로 담은 럭키 백을 판매한 이벤트였다. 또한 국내에 럭키 백 이벤트를 처음 시작한 스타벅스 커피에서 올해 초 전국 매장을 통해 실시한 럭키 백 이벤트는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돼 종료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 이벤트는 매장이 문을 열기 두세 시간 전에 미리 나와 줄을 서지 않으면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스타벅스 커피는 개당 4만 5천 원짜리 5천 세트를 한 시간 만에 모두 팔아 무려 2억 원이 훌쩍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럭키 백에는 다이어리, 머그컵, 텀블러, 무료 음료 쿠폰 등이 무작위로 섞여 있어 최소 3만 원에서 최대 15만 원 상당의 제품이 들어 있었다. 잘못 고르면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품이었지만 소비자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이처럼 럭키 백은 상자에 무작위로 담긴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이벤트 형식으로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불황기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로또’ 심리를 자극해 구매를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는 거의 모든 업체에서 럭키 백 제품을 만들 정도로 보편화되어 ‘같은 값이면 럭키 백을 통해 구매하자’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럭키 백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업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럭키 백은 복권과 같아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해 불황 속에서 오히려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그는 소비자들에게 “지금 구매하려는 럭키 백 제품이 정말 필요로 해서 사는 것인가, 충동적인 구매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럭키 백에 숨어있는 불편한 진실


  럭키 백이 소비자들에게 평범한 소비 활동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고른 상자에 뭐가 들어있을까’를 상상하는 즐거움은 마치 로또 복권을 사서 당첨 번호를 기다리는 이의 즐거움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럭키 백 이벤트를 통한 소비조장을 우려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럭키 백 마케팅’이 아니라 ‘럭키 백 상술’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경계하고 있다.


  통상 고객이 균일가로 지불한 금액 이상 제품이 담겨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럭키 백은 사실상 ‘로또’인 셈이다. 선택에 따라서 대박이 날 수도, 쪽박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이벤트를 시행하는 업체 측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상자를 구성했을까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박 상자가 분명 존재하지만 모든 상자의 평균을 내 보면 결국 업체 측에 이득이 되게끔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럭키 백은 대박이 나는 경우만 너무 강조되어 이른바 ‘럭키’를 노리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럭키 백을 구매하는 소비자 중에는 자신의 손해를 의심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케팅 자체가 본래 장점을 강조해서 홍보하는 것이며, 럭키 백은 소비자의 심리와 맞물려 그 효과가 두드러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행운 속에 손해를 가려 과소비를 종용하는 상술이라고 비판한다.


  또한 럭키백은 많은 업체에서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을 처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행이 지나 균일가로도 팔기 힘든 재고품들을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럭키 백에 넣어 제값을 받고 처분하는 것이다. 재고 상품이 들어있는 상자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내가 운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뿐 판매 업체를 상대로 유감을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대박’ 상자를 구매한 고객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판매 업체를 사방에 홍보한다. 이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상품을 처리함과 동시에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효과까지 있어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은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얼마 전 스타벅스 커피의 럭키 백 구매자가 인터넷을 통해 개봉하지 않은 럭키 백을 웃돈을 주고 팔아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당시 그 종류의 럭키 백에는 한정판 제품이 들어 있어 본 가격의 몇 배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건전한 소비생활이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 소소한 기쁨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지금의 럭키 백 마케팅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처럼 사행성을 부추기는 ‘상술’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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