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물 - 문학 부문] 김종태 시인(호서대 문화콘텐츠창작전공 교수)
[한국의 인물 - 문학 부문] 김종태 시인(호서대 문화콘텐츠창작전공 교수)
  • 김진완 기자
  • 승인 2014.05.01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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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진완 기자]

“삶이란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것”

전통과 모던을 융화시켜 서정시의 새로운 성취 보여줘 


김종태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시의 세계가 얼마나 섬세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삶의 심연과 자연의 섭리를 파고드는 시인의 언어는 감탄을 자아낸다. 문단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그는 전통서정에 바탕을 두고 모더니즘적 상상력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가고 새봄이 오는 길목에서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으로 독자 곁에 돌아온 시인을 만났다.



형이상학적 사유에 생명의 간절함 녹여 시와표현 작품상 수상
김종태 시인이 최근 발표한 시 ‘오각의 방’이 문학전문 잡지 ‘시와표현’에서 주관하는 제3회 시와표현 작품상을 받았다. ‘시와표현’은 한국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문화컨텐츠 부문(문학) ‘2013 한국소비자 선호도 1위’에 오를 만큼 공신도가 높은 시전문지이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제목의 두 번째 시집까지 간행했으니 겹경사다.
  ‘정지용 시인 이후 지속된 한국 정신주의 시의 계보에 놓인 시를 쓰고 있다는 평가’(이성혁 평론가)를 받는 시인은 2004년 첫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을 출간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첫 시집이 감성과 정서에 의존한 경향이 컸다면 두 번째 시집에서는 형이상학적 사유와 입체적 상상력의 진폭이 한층 깊어졌다. 두 번째 시집의 표제시이기도 한 ‘오각의 방’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탐색했다. 시인은 이 작품에 관해 “우리 인간은 살아가는 동시에 죽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오각의 방’으로 표현된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지금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안간힘으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치료실 밖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쓰러진 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뇌졸중집중치료실에 누워있는 주인공을 겨울 들판에서 쓰러진 채 봄을 기다리고 있는 나무에 비유한다. “헐벗은 겨울나무가 죽어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여전히 고도를 넘고 있는 무릎의 이미지를 통해 죽음을 극복하는 생명의 간절함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시인은 차마고도라는 상징으로 서정의 극한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번 시집은 ‘늦은 꽃’, ‘풍’, ‘벌교’ 같은 서정시의 절창도 여러 편 수록하고 있다.

외로움을 견디며 운명처럼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동시와 수필 등 글 쓰는 것을 즐겼던 시인은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시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기 위해 같은 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여 2002년 가을 ‘정지용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에도 열심히 시를 습작해 오다 마지막 학기인 1998년 11월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올해로 등단 17년 차인 그에게 시인의 길을 선택한 계기를 묻자 그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섬세한 감수성과 예리한 관찰력 덕분이라고 답했다. “어느덧 시는 제 운명이 된 것 같습니다. 제 존재론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어요. 첫 번째 시집을 내고 나서는 평생 시를 쓸 자신감이 없었는데,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나니까 평생 시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시인으로 사는 삶에 특별한 것이 있겠습니까? 시는 근본적으로 자기 위로를 통한 구원의 방법입니다. 이것이 시가 지닌 특이한 매력입니다. 저는 시를 쓰면서 고독한 제 영혼을 위로할 때가 많습니다. 나아가 제 시를 읽고 감동받는 분들이 있다면 더 큰 기쁨 아니겠습니까?”라고 시인은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요즘 시에서 위로를 받는 시 애독자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과거보다 시를 읽는 독자층이 빈약해져 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답했다. “시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삶이 아날로그를 지나서 디지털의 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죠. 시가 점점 더 난해해지고 있는 것도 최근 시의 특징입니다. 오늘날 현실의 삶이라는 것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삶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시의 언어도 더욱 꼬이고 얽힐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학의 정도 지켜 예술의 근원에 도달하려는 노력
등단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작품 하나하나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고심한다는 시인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주위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은 채 저만의 언어로 저만의 시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유행에 너무 집착하는 예술은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할 수 있습니다. 더욱 근원적인 것을 고민하는 시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려는 자세를 통해서 이러한 근원에 도달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문학의 정도를 가고자 합니다”라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삶과 죽음의 불가분한 관련성, 나아가 정신과 육체의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선하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을 준다. 한 권의 시집을 정독한 것 같은 긴 여운을 남긴 시인과의 인터뷰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의 세 번째 시집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한다. 그가 보여준 극한의 서정을 또 다시 넘어서는 모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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