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눈물의 책임통감…국정동력 회복 계기될까?
朴대통령 눈물의 책임통감…국정동력 회복 계기될까?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6.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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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Hot Issue] 세월호참사 대국민 담화



朴대통령 눈물의 책임통감…국정동력 회복 계기될까?


출범 61년 맞은 해경 해체, 공직사회 大개조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국민 앞에 눈물을 흘렸다. 흐르는 눈물에는 숨져간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과 함께 세월호 침몰 당시 살신성인에 대한 감사, 제때 구조에 나서지도 못한 무능한 정부 수장으로서의 회한이 들어 있었다. 사고를 만들고도 제 살길만 찾은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 더 나아가 이 모든 걸 감시하지도 감독하지도 못했던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 또한 엿보였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구조업무에 실패한 해양경찰청은 폐지하고 재난컨트롤타워 역할을 상실했던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기능은 대폭 축소키로 했다.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국민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힌 기업에 대해선 철저한 이익 환수를 통해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정상의 정상화’ 주사위는 던져졌다

“채 피지도 못한 학생들과 가족여행에서 혼자 남은 아이…저도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이었습니다.” 5월 19일 오전 9시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 단상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시작하며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가족들의 여행길을 지켜주지 못해 비애감이 든다”고 말했다. 입은 미세하게 떨렸고, 울음을 참는 듯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해경의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는 앞으로도 다른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행부의 핵심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분리해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국무총리 소속 행정혁신처로 이관 하겠다”고 설명했다. 해수부의 해양교통관제센터(VTS)는 국가안전처로 통합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특히 사고 책임자 처벌에 대해 재난사고 기업의 재산을 환수하는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고 심각한 인명 피해와 먹을거리 피해를 준 책임자에게 엄중한 형벌을 부과할 것임을 언급하면서 “기업의 잘못을 국민 혈세로 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번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해진해운과 관련한 각종 특혜와 민관유착 의혹과 관련, 박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면서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공직사회 개혁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것”이라며 “고위 공무원의 취업 제한 요건을 소속부서에서 소속기관 업무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행정고시를 대폭 축소해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대 5 수준으로 맞추고 민간 전문가를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공무원 인사도 혁신할 것”이라고 혁신의 의지를 내비쳤다. 한참을 공무원 ‘대(大)개조’ 방안을 조목조목 열거하던 박 대통령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아비규환의 와중에도 침몰하는 배 속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을 희생한 사람들을 호명하면서 박 대통령의 볼에는 눈물이 흘렀다. 24분간 진행된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무한 책임’을 언급했고, 공직사회 변혁,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담화 말미에는 참사 발생일인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 담화 후에는 해경 해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실종자 수색에 철저를 기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진정성‘ 평가 엇갈려

박근혜 대국민담화 반응이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대국민 담화가 있었던 다음 날 20일 진도 팽목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입장을 ‘대국민 호소문’ 형식으로 발표했다. 대책위는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17명의 실종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단 한마디도 찾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조차도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생명을, 우리의 곁을 떠난 실종자를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는 또 “해경을 해체하고 모든 것을 바꾸어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책임졌던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며 “실종자들이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우리 가족의 품으로, 우리 국민의 가슴에 안겨 눈물 흘릴 수 있도록 지금 수색을 하는 민관군 합동구조팀, 해경을 응원해 달라”고 말해 해경 해체에도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사회단체의 반응은 갈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대통령의 진정성이 보이는 사과였고 '국가 개조'라는 말을 써도 될 만큼 혁신적인 내용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참여연대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관련 내용이나 청와대 등의 초동 대처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민관 유착 처벌과 공직자 개혁,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 등은 긍정적이지만 재난 구조 업무의 국가안전처 일원화는 즉흥적으로 정해진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청와대·내각 등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대중 정부 시절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국민 담화가 있었던 날 “대통령 사과는 처음부터 진정성이 있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진작 그렇게 (직접적 사과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고 후 한 달이 지났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전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 해경 해체 방침의 적절성 등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누리꾼 ‘rxn5****’는 “사과의 진정성과 향후 개혁 의지가 진심으로 느껴진다”고 했고, ‘wint****’는 “해경 해체에 공감한다.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는 전혀 다른 정신과 풍토의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개혁을 주문했다. 반면 “국민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느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진 못했다”는 등의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 “진솔한 사과” vs 새정치 “대책 부적절”

정치권에서 이번 대국민 담화를 어떻게 바라볼까? ‘해경 해체’ 등의 내용에 여야 모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반면 그 의미에는 확연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충격적이고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께서 최종적으로 당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진정한 사과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며 “야당보다도 선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초당적으로 대국민 담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같은 당 함진규 대변인은 “솔직하고 진솔하며 진정성이 담긴 사과였다”며 “인식과 사고의 대전환에서 시작한 획기적 대안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도록 앞장서 최선을 다해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사과는 있었지만 진단이 미흡하고 처방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와 내각 전반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흡하다”면서 “해경 해체는 지극히 자극적 충격적 요법으로 모든 책임을 해경에 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최종 책임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세월호가 물속에 가라 앉은지 34일 만에 나온 것으로는 안타깝다”고 밝혔다. 민병두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번 참사의 원인은 국가재난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인데도,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것은 하향식 책임 전가”라고 비판했다. 또 “대형재난은 NSC개편 등으로 청와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앞으로의 정부 개편은 정부가 아닌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일 ‘국정철학과 국정기조의 근본을 바꿔야 합니다’라는 특별 성명을 발표해 박 대통령의 담화가 실망만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표피적인 대책뿐이었다. 희생양으로 삼은 표적에 대한 호통과 징벌만 있었다. 비극적 참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앞뒤가 바뀌었다”며 “지금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다. 국정운영 기조다. 그리고 국가의 재원배분 기조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철학과 국정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시스템과 부처의 문패를 바꾸는 것은 일시적 미봉일 뿐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조로 바뀌지 않는 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직개혁 핵심은 짚었지만, 관료저항 뚫을 후속책 필요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사회 개혁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에 경종을 울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음과 동시에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해양경찰청 해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기능 대폭 축소 등 공직 사회 개혁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사전 여론 수렴 작업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료 사회의 저항 같은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방안이 제시됐다는 점”이라며 “관료들의 저항을 뚫고 공직 혁신을 완수하려면 좀 더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 개방이 번번이 실패했던 구조적 이유부터 제거해야 한다”며 “예컨대 공직 개방에는 성공하더라도 민간 전문가가 너무 자주 들락거리면 공직 나름대로 쌓아야 할 노하우 축적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박 대통령의 이번 공직 인사시스템 개혁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권 내내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퇴직공무원의 취업제한 등의 방안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던 내용”이라며 “이를 실제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경원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도 “공직 인사 개혁의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의 부분에서 세부적인 방안들이 잘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퇴직관료에 대한 재취업 심사를 하는 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국민 담화에서 충격적 반응을 일으킨 해양경찰청 해체 등에 대해서는 다소 성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열의 환자가 병원에 찾았을 때 의사는 왜 열이 나는지, 감기인지 폐렴인지 진단을 철저히 한 다음 알맞은 처방을 내린다”며 “그러나 이번 박 대통령의 담화는 일단 강한 약부터 투여한 셈인데, 진정성은 느껴지지만 성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진단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경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한 것은 병의 원인도 모른 체 약부터 처방했다는 얘기다. 노 교수는 “눈에 쉽게 보이는 조직만 없애는 게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단을 철저히 해 그에 따른 처방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다닥 해버리면 결국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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