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과제 I] 공정할 수는 없으나 정의로워야… 언론인의 양심이 필요할 때
[한국 언론의 과제 I] 공정할 수는 없으나 정의로워야… 언론인의 양심이 필요할 때
  • 김현해 기자
  • 승인 2014.05.23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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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 가장(假裝)으로 신뢰를 잃은 언론
[이슈메이커=김현해 기자]



공정할 수는 없으나 정의로워야… 언론인의 양심이 필요할 때


왜곡과 가장(假裝)으로 신뢰를 잃은 언론



善花公主主隱 / 他密只嫁良置古 / 薯童房乙 / 夜矣卯乙抱遣去如 < 薯童謠(서동요) >

선화공주니리믄 / 남그슥 어러두고 / 서동방을 / 바매알흘 안고 가다 < 해석 : 김완진 >

백제의 무왕(武王, 서동)이 지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였다는 이 향가(鄕歌)는 신라 진평왕(眞平王)의 셋째 공주 선화(善花)를 궁에서 쫓겨나게 만들었다. 거짓으로 선화공주가 비행을 저질렀다는 여론을 형성해 신라에서 쫓겨난 그녀를 얻은 무왕의 모습은 언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이용하는 지금의 정치(政治)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 Jinho.Jung



양날의 검, 언론


  언론(言論)은 사전적으로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라고 정의(定義)한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를 볼 수 있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는 ‘사실을 밝힌다’는 언론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또 하나의 언론이 갖는 역할은 바로 여론의 형성이다. 현대의 사회에서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등 기술적인 미디어 수단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전파되는 언론은 사회현안에 대한 여론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론은 때로 한 나라의 대통령을 끌어내리게 할 수도 있으며, 어린아이부터 노인에게 장난감과 지팡이 대신 촛불을 들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언론의 파급력과 여론형성의 힘은 자칫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과거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던 설경구 주연의 ‘실미도’라는 영화가 있었다. 정치와 유착된 언론이 실미도의 특수부대 군인들을 간첩으로 보도하면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은 언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며, 그것이 잘못 이용되었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언론이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면서 수많은 목숨이 덧없이 사라져간 사건은 아픈 과거로 남아 있다.


  이처럼 언론은 마치 양날의 칼같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언론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하면, 반대로 잘못된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그릇된 인식이 형성되고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비판적인 수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언론인의 양심이 정의로운 언론을 만든다


  우리나라의 메이저급 언론사들은 보통 정치세력과 유착하여 각자 보수나 진보의 성향을 띠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객관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같은 사안을 두고 보수와 진보 측의 언론사가 다른 시각에서 보도하는 일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서두에 언급한 언론의 정의(定義)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행위’ 역시 언론의 한 부분이라고 볼 때, 언론사마다 각자의 논조(論調)를 갖고 주관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언론은 오랜 시간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백제 무왕이 서동요를 통해 여론을 형성한 일은 물론이고, 왕들이 고을마다 방문(榜文)을 붙여 정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활용하는 등 언론은 과거부터 정치의 한 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단지 사건 사고 등을 보도하는 언론은 객관적일 수 있겠지만, 정치가 개입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론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한 언론 전문가는 “언론사마다 갖고 있는 그들만의 논조는 객관적이거나 공정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을 근거로 보도함으로써 정의로운 언론이 될 수는 있다”라고 이러한 언론의 특성을 설명했다. 즉, 주관적인 사상과 이념을 전파하되, ‘사실’에 근거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언론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잘한 일을 사실 그대로 보도하며 “우리가 잘했으니 지지해 달라”거나, 상대의 과오를 밝혀 사실대로 보도하며 “그들의 잘못을 꾸짖어 달라”는 등의 예가 그것이다. 문제는 사실에 대한 왜곡과 이해관계에 따른 일관성 부재의 어처구니없는 보도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MBC의 한 기자는 안철수 위원장의 논문표절 오보를 내며 진보 진영을 헐뜯는 기사를 썼다. 또한 지난 1월 삼성전자의 요구로 한 지방신문 1면 하단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사실무근의 광고가 실렸는데, 일부 매체들이 사실 확인도 없이 그대로 옮겨 쓴 일도 있었다. 이처럼 상대를 비방하고 헐뜯기 위해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추측하여 보도하고, 의도적으로 꾸며 만드는 기사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언론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언론사와 언론인은 권력에 휘둘리지 말며, 자신만의 이념을 갖고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관성 있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또 한걸음 발전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언론 보도와 정의로운 여론 형성을 위해 언론인의 거짓 없는 ‘정의로운 양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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