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브랜드 숨긴 브랜드의 양면
[이슈메이커] 브랜드 숨긴 브랜드의 양면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8.0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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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브랜드 숨긴 브랜드의 양면
 
슈퍼 갑(甲)이 만들어낸 기형적 산물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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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 상품의 성장이 거세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저렴하게 받아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을 일컫는 PB 상품은 최근 유통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유통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기에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많은 소비자는 이 같은 겉모습에 눈길이 준다. 그 속에 담긴 진실은 무엇인지 의심 없이 말이다.
 
눈뜨고 코 베이는 소비자
 
대형마트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PB 시장. 마트의 이름이나 상징적인 색깔 등을 걸고 나오기 시작한 PB 상품들은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PB 상품에 익숙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대형마트의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에 힘입어 점차 PB 상품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PB 상품 덕분에 매출 상승효과를 누리고, 소비자들은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하기에 구매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더해 PB 상품 구매가 국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생산자 사진과 상품을 내건 모 대형마트들의 마케팅 효과로 보인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조합이 지난해 7월, 서울시 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를 대상으로 PB 상품 식품류 1,127개와 생활용품류 611개,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 식품류 641개, 생활용품류 309개의 가격을 각각 비교해본 결과, 총 74개 상품군 중 16개(21.6%) 상품군의 PB 상품이 NB 상품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PB 상품의 고급화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PB 상품과 일반 PB 상품의 가격 차이가 최소 23.6%에서 최대 96.1%까지 나타났다고 전했다. PB 상품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는 가볍게 넘어갈 결과가 아닌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 초코파이 PB 상품의 생산업체는 롯데다. H마트의 PB 라면 상품의 생산업체는 삼양이다. 음료, 껌, 우유, 제과 등 다양한 품목의 PB 상품의 제조사는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국내 대형 제조기업들이다. 심지어 계열사 상품으로 PB 상품을 출시하는 업체도 있다. 제조사는 기존의 생산라인과 기술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유통사는 생산 능력과 품질이 검증된 제조사와 함께하기에 이 같은 구조가 성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전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손 모씨는 기자가 제시한 조사 결과에 대해 “몇 해 전부터 PB 상품에 대한 포스터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PB 전용 마트가 생겨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된 것 같다”며 “단순히 가성비 좋은 상품을 구매한다는 생각으로 이용했는데, 이런 결과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부 박 모씨는 “브랜드가 없는 것을 표방한 PB 상품 포장에 인쇄된 내용이 결국 브랜드가 아니겠냐고 생각한 적은 있다”며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한 품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품목이 있다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배신감도 든다. 결국 소비자는 눈 뜨고도 당하는 구조가 이미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아쉽다”고 전했다.
 
꼼꼼한 비교와 상품 선택 기준 마련 필요
 
PB 상품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바로 ‘유통기업의 힘이 세졌기 때문’이다. 전체 종합소매 매출에서 대형마트를 통한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 게다가 유통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며 유통기업의 위치가 제조기업보다 높아지게 됐다. 결국 유통기업은 기획과 생산, 상표권과 같은 제조기업 고유의 영역까지 개입하게 됐고, 그런 유통기업 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기까지 해 궁여지책으로 PB 상품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유통마진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대형유통사의 슈퍼 갑(甲)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산물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대학교수는 “유통시장이 독과점시장으로 변해가면 이에 대한 피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공급자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수의 공급자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라며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PB 상품의 묻지마식 구매는 위험하다. 결국 스스로 PB 상품에 대한 꼼꼼한 비교와 양과 질 사이에서 선택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말, 유통업계 사업자 단체 대표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상품과 같거나 유사한 상품을 PB 상품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소제조업체가 고유 브랜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기본적으로 PB 상품은 중소기업과 대형유통기업 간의 동반성장을 골자로 한다. 때문에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전이 확보된 PB 상품의 유통과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소비자와 제조사, 유통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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