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냐? 리얼리티냐?
시청률이냐? 리얼리티냐?
  • 김진완 기자
  • 승인 2014.04.0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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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진완 기자]

 

[Social Focus] 방송과 인권

 

시청률이냐? 리얼리티냐?

 

보호받지 못하는 예능 출연자

 

 

최근 모 방송국의 연인을 맺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녹화 중에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반인이 방송 출연 이후 자살한 경우는 있어도 촬영 중에 자살한 경우는 없었기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사건의 자살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리얼리티 혹은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예비된 인재로 보인다. 시청률과 리얼리티 사이를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예능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시청률과 리얼리티 예능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 뉴스와 같은 정보를 전달해주는 공공의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시청률이 해당 프로그램의 생사를 결정짓는다. 한창 고공 행진을 하던 무한도전이 동시간대에 1위를 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언론들은 무한도전의 위기론을 이야기 할 만큼 시청률은 중요하다. 그래서 예능 연출자들은 시청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롭고 더 자극적인 소재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예능은 피할 수 없는 생리를 따라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생 날것이라는 의미의 리얼리티 예능은 확실한 경계를 둘 순 없지만, 기존의 기획 예능과는 다르게 연출자가 출연자에게 지시를 하지 않고 관찰자 입장에 머물며 참가자가 프로그램의 내용과 결과를 결정짓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과정 중에 시청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와 상황과 인물의 캐릭터들이 드러나게 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9년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장 초기 ‘투시안경 해프닝 통해 본 인간의 관음증(觀淫症)’이란 글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등장 배경을 설명하며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인간의 ‘호기심’을 반영한 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얼리티 예능의 역사는 길지 않다. 무한도전과 1박 2일을 필두로 현재는 아빠 어디가, 꽃보다 할배, KPOP스타 와 같이 연예인 및 일반인으로 확대된 출연자들의 모습을 자세하게 지켜보는 관찰자 시점의 예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리얼리티를 전달하기 위한 연출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카메라는 더욱 가까이 오랫동안 출연자의 곁에 머물렀고 시청자들은 출연자 하나하나의 행동을 지켜보며 분노하고 때로는 응원하며 행복해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 SBS 홈페이지 캡쳐

 

비극으로 끝난 애정촌

최근 ‘짝’프로그램 녹화에 참가했던 여성 출연자의 자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남녀 짝짓기 리얼 버라이어티 다큐’를 표방하고 있는 ‘짝’은 10명의 출연자들이 ‘애정촌’이라는 곳에 모여 짝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 출연자들은 6박 7일 동안 외출, 사적인 전화 등을 완벽히 통제당한 채 카메라에 노출된다. 실제 참가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애정촌’에서는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 외에는 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 가족과 통화할 때조차 지정된 전화기를 사용하며 모든 내용은 녹음된다. 이처럼 출연자의 모든 생활이 카메라에 노출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한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에서 보여주는 것 같이 일상생활보다 더 자극적으로 시청자들의 갖은 감정을 동반해야만 관심을 끌 수 있다. 따라서 관찰자 시점의 예능일지라도 한 회 프로그램 안에는 제작진의 리얼리티의 목적 의도에 따라 기쁨, 분노, 갈등이 함께 드러날 수 있는 경쟁이라는 시스템이 도입되게 되었고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출연자들의 좌절과 분노를 더욱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카메라를 동원해 녹화가 진행됐다. 리얼리티에 대한 연출자의 욕심과 이미 그것에 익숙해진 시청자들 사이에서 출연자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면서 리얼리티 예능의 딜레마가 발생했다.

결국 그 시스템 안에서 출연자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자살한 전 씨는 첫인상 선택에서 3명 남성의 지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후반부에 들어 남성 출연자들의 관심이 덜해졌다’며 이러한 모습이 촬영되는 것에 대해 유족과 지인들은 전 씨가 힘겨워했다고 전했다. 어머니 이모(53) 씨는 “선택을 받지 못해 마음 고통이 컸다”고 했으며 촬영 도중 메신저 등으로 전 씨와 대화한 고교 동창 A(30⦁여) 씨는 전 씨가 다른 사람들은 커플 되고 자기는 혼자 있는데 계속 (카메라) 따라다녀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전 씨는 제작진이 자신을 비운의 캐릭터로 설정하려 한다는 것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했다. 이뿐 아니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짝에 출연한 참가자들이 지켜야 하는 12 강령과 출연 동의서이다. 출연자들은 참가에 앞서 모든 내용을 녹화하며 가감 없이 촬영해도 좋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한다. 출연자의 인권을 보호하기보다는 연출자적인 입장만 고려한 독선적 동의서이다.

 

ⓒ SBS 방송 화면 캡쳐

 

출연자의 인권보호 공론화 필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폐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포맷을 선보인 미국과 유럽에서 지속해서 거론된 문제였다. 3년 전 미국 케이블채널 브라보TV의 리얼리티 쇼 ‘베버리힐즈의 주부들’에 출연한 남성이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으로 묘사되면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고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4~5년 사이에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과 일반인의 예능 프로그램 참여가 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 감정 노동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게 문제다. 출연자에 대한 안전 및 보호 장치, 편집에 대한 윤리 문제 등이 공론화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방송 출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근거나 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김언경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특별위 위원은 출연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출연동의서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시대'에 누구라도 TV에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사회에서 매장되는 등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며 "서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은 제작자율권의 침해라는 주장과 부딪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을 위한 방송을 하기 전에 출연자의 인권에 대해 고인 앞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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