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핫 키워드 ‘소통’ Ⅱ]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
[2014 핫 키워드 ‘소통’ Ⅱ]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4.02.03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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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용호 기자]

 

사회구성원 간의 소통

 

우리는 스킨십을 원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

 

 

우리사회는 과연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점점 면대면 접촉이 사라지는 지금, 감정 없는 손가락 언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현대사회는, 소통의 부재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직장 내 왕따 문제, SNS를 통한 면대면 접촉부재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SNS, 약(藥)인가 독(毒)인가

SNS는 다양한 사회 관계망을 만들고 소통하는 데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하는 것보다 더 활용 영역이 넓은 SNS소통. 하지만 SNS를 이용한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페이스북, 블로그, SNS 등 소통의 채널들은 다양해지고 최첨단화, 디지털화, 대중화되고 있음에도 지금을 ‘소통 부재의 시대’라고 부르짖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바로 참된 소통은 매체의 다양화나 접근성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겉친(겉으로만 친구)만이 가득한 넓고 얇은 인간관계의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갈수록 서툴러진다. 또한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등은 이제 SNS를 타고 사이버공간으로 흘러들어와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상의 언어폭력과 놀림, 따돌림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댓글·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이 범람하는 한국 사회는 SNS독백의 홍수로 인해 소통 부재를 앓고 있다.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문자를 보내는 행위 자체만 즐기는 상황이다.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내지만 ‘문자를 보내면 끝이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정말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20대 대학생의 경험담도 문자 메시지가 마음을 전하기보다 형식적인 단순한 표현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문자로 끊임없이 대화는 하지만, 진정한 대화라고 할 수 없고, 소통은 하고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은 “스마트폰이 갖는 즉시성, 오락성, 사회성, 문화성으로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며, 현대인은 점점 스마트폰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젠 옆 사람과의 대화와 소통에 소홀해지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SNS중독으로 인한 소통 없는 사회의 문제점을 밝혔다. 휴대폰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 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소통, 대화도 단절시킨다. 문자나 전화가 오지 않아도 휴대폰을 계속 꺼내서 확인하고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휴대폰의 액정을 보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휴대폰이 없으면 왠지 허전하고 심지어는 불안 현상을 느끼는 중독 현상까지 이르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우리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면대면 접촉을 통한 따뜻한 대화와 힘든 마음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야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현명한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직장 내 왕따, 숨겨진 현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왕따 문화’가 직장 내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피해자들은 직장에서도 계속해서 왕따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쳐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네티즌들은 “학교, 직장, 군대 다 똑같다. 약육강식의 세계.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교육열도 한 몫을 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일등 강요가 부작용의 근본 원인이라 생각한다”, “눈치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집단의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는 게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다”, “직장 내 고의적인 왕따는 없다. 결국 밥도 술도 안 먹게 되면서 왕따가 된다. 업무 강도가 높은 직장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직장 내 따돌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가운데 10명 중 9명(86.6%)은 한번 이상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 중 4.1%는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9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9.1%가 “직장 내 왕따(집단 따돌림)가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따돌림, 부당한 비판, 타당성 없는 비난, 다른 동료들과 차별적 대우, 욕하기, 소리를 지르거나 창피를 주는 일, 과도한 업무 모니터링 등 신체·물리적 폭력보다는 언어·심리적 폭력 형태를 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직장 내 따돌림은 해결방법도 마땅치 않아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직장을 떠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3년 8월 충남 논산에서 한 20대 여성은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따돌려 살기가 싫다”며 금강변 황산대교 난간에서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과 폭언, 폭력에 관한 법령만 실행 중이고, 그나마 폭언이나 폭력에 관한 법은 구체적이지 않아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폭언과 폭행 금지 대상을 사용자(사업주나 사업경영담당자 혹은 사업주를 위해 행위 하는 자)로 규정, 상사나 동료 간에 폭언이나 폭행이 발생하는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내 따돌림은 학칙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겠지만, 성인의 경우 현실적으로 형사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따돌림 등 성인 왕따는 은밀하게 진행돼 피해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조직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전문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에서의 따돌림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직장 내 따돌림은 근로자에게 심리적·신체적 악영향을 미치고 조직에도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통 없는 삭막한 교실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52·여)씨는 14살 남학생에게 욕설과 폭언을 듣고 충격을 받아 휴직계를 제출했다. A씨는 수업 중에 학생이 소란을 피우자 제지에 나섰고 교칙으로 금지한 휴대전화를 뺏으려 하면서 학생은 욕설을 하며 때릴 듯 A씨를 위협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상담해 출석정지 30일과 권고전학을 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5월 15일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해 정한 ‘스승의 날’이지만 교사들의 얼굴은 밝지가 않다. 교실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권위도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1,570건이었던 교권침해 사례가 2011년에는 4,801건으로 2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폭언·욕설 350건(66.3%), 수업진행 방해 84건(15.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폭행 22건, 교사 성희롱 5건,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도 4건이다. 교권 추락과 공교육의 위기는 교육 구성원 간 소통의 단절에서 초래된 바가 크다. 핵가족·맞벌이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적극적이며 자기중심적 언행이 강하다. 이는 규율과 예절을 강조하는 교사들에게 때론 감정적·즉흥적·도전적인 행태로 비춰지며 갈등양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들의 이 같은 행동유형은 학력과 입시만을 강조하는 가정과 학교의 예절교육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학부모의 가치관 변화도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같은 교육상담에도 학원과 학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B모(49)씨는 “학생과 교사·학부모 사이에는 유리벽이 놓여 의사소통이 단절된 지 오래다. 급변하는 사고와 가치관의 차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공감대가 사라진 것”이라며 “상호이해를 넓혀 간다면 공교육 붕괴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교사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고, 학부모도 교육의 첫걸음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도 불통문제는 중요한 화두

중국에서 모바일 보급이 저연령층으로 확산됨에 따라 미성년자 모바일 중독·소통의 부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풍자해 ‘디스플레이의 노예(屛幕奴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청소년연구센터 소년아동연구소 소장 쑨홍옌(孫宏艶)은 중국 매체의 최근 보도를 인용해 ‘모바일(移動)’이 오히려 ‘움직이지 않는(不移動)’ 풍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악화,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사회성문제, 독서부족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 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도 소통의 부재에 의한 이지메 문제가 심각하다. 도쿄의 한 중학교 2년생은 지난해 5월부터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오다 늑골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결국 학교를 옮겨야 했다. 이지메 문제는 대표적인 소통의 부재로 일어난 형태이며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심각하지만 일본의 이지메 가해자는 버젓이 학교에 남고, 피해자가 학교를 옮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처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휴대전화 소지자의 31%는 전화 통화보다 문자메시지를 선호했다. 특히 18~24세 이용자는 문자메시지를 더 편하게 여겼고, 하루 평균 109.5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영국 방송통신규제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영국인의 음성통화 시간은 2010년에 비해 5% 감소했지만 문자메시지 횟수는 4년 전보다 4배 증가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소통보다는 전자매체를 통한 소통이 더 선호되고 익숙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면전에서 상대방 표정과 의중을 확인할 수 없어, 상대의 본질을 파악하기 보다는 지레짐작으로 인식하는 가상적 의사소통 구조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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