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개를 잡아라
‘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개를 잡아라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4.02.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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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용호 기자]

 [Job]

 

원하는 시간에 일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개를 잡아라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취업시장에서 이슈가 됐다. 주요기업의 채용계획과 함께 시간선택제 채용 박람회가

2013년 11월 서울, 12월 부산 등에서 열렸고, 기업 채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매뉴얼’도 발표됐다. 아직 시행 초창기인 만큼 일자리 수요조사 결과와 정책 방향 등이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취업대책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일하는 시간’ 내가 정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많은 사람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정규직이지만 기업이 원하고, 구직자가 원하는 시간이 되는 사람을 선발해 모두에게 Win-Win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교사, 공기업 등 공공부문은 물론 삼성, 롯데, 신세계, 포스코 등 대기업들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를 통해 구직자를 선발할 예정이고, 정부에서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게 다각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취업하는 인구는 주로 경력단절 여성과 퇴직한 중·장년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중·장년층 10명 중 8명은 시간선택제 취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취업 시 가장 고려하는 항목은 ‘급여’로 ‘70만 원 이상~100만 원 미만’ 정도의 급여 수준이면 취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인터넷, 모바일로 구인정보를 제공하는 ‘벼룩시장구인구직’이 2013년 12월 11일부터 29일까지 40대 이상 중·장년층 544명을 대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올해 1월 3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중·장년층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약간 도움이 될 것이다’ 54.8%,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7.1%로 91.9%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별로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는 8.1%에 불구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취업 여부에 78.7%가 ‘고려하고 있다’라고 응답했으며 ‘고려하고 있지 않다’ 21.3%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취업하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가장 큰 장점은 ‘하루 4~6시간의 적당한 근무시간(노동강도)’ 37.9%, ‘정규직(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 보장’, ‘나이 제한이 일반 일자리에 비해 비교적 적은 부분’ 17.6%, ‘정부시책 사업이라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이 주어지는 부분’ 14%, ‘4대 보험 등 전일제 노동자와의 균등한 대우’ 7%, ‘일반적인 시간제 일자리에 비해 높은 급여 수준’ 5.9% 순이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자리 직종이 제한적이라 기존 경력을 살리기 어렵다’ 30.1%, ‘적은 일자리 수로 경쟁이 치열하다’ 26.8%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급여가 적다’ 17.3%, ‘고용 보장이 안 될 것 같다’ 15.8%, ‘정규직과 관계형성이 어려워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9.9% 순이었다.

 

 

대기업의 참여로 활성화 기대

삼성그룹은 하루에 4~6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년 초 6,000명을 뽑을 계획이다. 20개 계열사의 120개 직무분야에 시간제 일자리가 새로 생기게 된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전자 2,700명, 삼성디스플레이 700명,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각각 400명 등이다. 직무별 고용인원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의 개발을 담당하는 개발지원 분야 1,400명, 시장 조사나 교육운영 지원 등을 맡은 사무지원 분야 1,800명, 사업장 환경 안전업무 등을 수행하는 환경안전 분야 1,300명, 보육교사, 간호사, 통역사 등이 근무하는 특수 직무 분야 500명 등이다. 회사와 협의해 오전과 오후 중 근무 시간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시간제 근로자는 근무 시간외 잔업이나 초과근무는 없고 직무 특성에 따라서는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시간제 근로자는 4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고 PS(초과 이익 분배금)과 PI(생산성 격려금) 등 성과급도 지급된다. 삼성그룹은 시간제 근로자를 일단 2년 계약직으로 뽑은 뒤 일정 수준의 업무 능력을 갖춘 근로자에 대해서는 지속 고용을 보장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하루 4~6시간 이내(주당 15~30시간)에서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일하면서 근무량만큼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걸쳐 2,000여 개를 만들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보장은 물론 4대 보험 가입, 차별 없는 임금 및 복리후생 등이 보장된다. 주요 계열사별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이 고객만족(CS) 강사 및 힐링상담원, 롯데마트는 상품안전, 서비스, 디자인 담당, 롯데시네마는 영화관 관리사원,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홈쇼핑 등의 계열사가 참여한다. 롯데그룹은 다양한 채용 방법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모두 1만 5,5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 10여 개 계열사가 시간제 근로자 5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약직처럼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고용이 보장되는 형태로 뽑는다. 직무는 번역, 심리상담, 간호사, 개발지원, 생산지원, 사무지원, 콜센터 상담직 등이다. LG그룹은 시간제 근로자에게 4대 보험 보장혜택을 제공한다. 복리후생 혜택과 고정급, 상여금, 성과급 등은 모두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2013년 10월까지 시간제 근로자 1,068명을 고용한 바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1,000여 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을 밝혔다. 주요 부문별로는 이마트가 540명, 스타벅스가 300명, 신세계백화점이 80명, 신세계인터내셔날 60명 등이다. 올해 상반기에 320명을 뽑은 SK그룹 역시 OK캐쉬백 고객상담직 부분에서 연말까지 18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화그룹도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리조트, 한화손해보험 등 계열사에서 시간제 근로자 15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그 밖에 신한금융지주, 한진그룹, GS그룹 등도 이에 동참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롤모델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전체 노동자 중 시간선택제 일자리 고용비율은 49.8%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평균은 19.9%. 이 때문에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의 시간제 고용경제’라고 불린다. 네덜란드 정부가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수십 년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1980년대 초 네덜란드는 실업률 11.7%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다. 핵심내용은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이로 인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들이 먼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적극 동참했고 전일제 근무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고 시간제 근로자를 대폭 채용했다.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노동정책 전략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드리스 바스텔링크 씨도 시간제 근무자다. 그는 “공공 분야에서는 남성들도 시간제 근무가 일반화 돼 있다”고 소개했다. 공무원 시간제 근로자들은 대부분 1주일에 4일(총 32시간) 일하며 3일만 일하는 여성들도 있다. 바스텔링크 씨는 “보건, 교육 분야에서는 시간제로 근무한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화 위기 상황에서도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EU의 평균 실업률이 10.5%였지만 네덜란드는 5%에 불과했다. 유럽 평균이 22.8%인 청년실업률도 네덜란드는 9.5%에 그쳤다. 암스테르담 ‘NCOI그룹’의 직원 400명 중 70%는 시간제 근무를 하는 여성이다. 프로젝트매니저 파티마 씨는 아이를 낳은 뒤 주 3일만 근무하고 있다. 남편도 직장에서 근로시간을 줄여 육아를 돕기로 했다. 부부가 이렇게 근무시간을 줄여도 소득 감소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홉 살이 될 때까지 정부가 ‘육아보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부모가 육아를 위해 줄인 근무시간을 시간당 임금 4.5유로(약 6,500원)로 계산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파티마 씨는 “아이를 낳고 근무시간을 줄인 뒤 정부에서 1년에 1,000유로(약 145만 원)가 조금 넘는 세금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시간선택제 근무 확산에는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법에 의한 보호가 배경이 됐다. 1996년 시행된 ‘근무시간에 의한 차별금지 법안’은 인종, 성별과 마찬가지로 ‘근무시간’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 대우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주 13시간 이하 ‘초단시간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모든 시간제 근로자들은 법률이 보장한 최저임금제에 기초한 월급을 받는다. 또 시간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무자와 차별이 없는 시급, 휴가, 보너스 규정을 적용받는다. 또 다른 보호법은 9년에 걸친 정치적 협상 끝에 2000년부터 시행된 ‘근무시간 조정법’이다. 육아, 출산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근무시간을 변경할 권리를 근로자에게 준 것이다. 네덜란드의 높은 고용률과 반비례해 연간 근로시간은 2012년 기준 1,381시간으로 한국(2,100시간)의 66% 수준으로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관심과 우려

정부는 기업과 함께 시간제 일자리 2만 7,000여 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요 대기업에서 1만 개가 넘는 시간제 일자리가 생기고,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공무원 4,000명, 공공기관 직원 9,000명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출산이나 육아문제로 일을 그만뒀던 여성들이 다시 일할 수 있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 인력자원 활용이 가능해진다. 또한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고 기업도 적재적소에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 안정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고용 안정성의 담보, 자발적인 선택 및 전환 가능성, 차별금지 등 근로조건에 있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한다는 원칙이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전반적인 고용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어야 퇴직 중·장년층과 기혼여성 등 재취업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또 하나의 나쁜 일자리로 고착되지 않도록 정부정책의 전환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논의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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