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다시 하루키를 읽다
대한민국, 다시 하루키를 읽다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3.07.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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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하루키 열풍, 작품인가 명품인가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Book Culture] 하루키 신드롬

 

 

 

 

대한민국, 다시 하루키를 읽다

 

국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하루키 열풍, 작품인가 명품인가

 

 

1979년 데뷔한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히트를 기록하고 각종 문학상을 석권한 작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그의 책이 번역되어 팔리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양 작가. 전작 ‘1Q84’로 우리나라에서 총 200만부 가까운 판매 부수를 기록한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들고 돌아왔다.

 

 

 

‘상실’과 ‘존재’에 대한 세련된 서술로 이끌어낸 공감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7일 만에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국내 돌풍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7월 1일 12시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판매를 시작한 하루키 신작의 첫 구매자인 한 대학생은 그의 작품을 가장 먼저 구매하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서 기다렸다고 한다. 출간 이후 서울 곳곳의 대형 서점에서는 이처럼 그의 친필사인이 담긴 한정판 신간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음은 물론, 7월 말인 현재까지도 각 서점의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지 열흘도 되지 않아 30만부가 팔린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그의 전작에서 그랬듯 한 개인의 ‘상실’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렇다 할 특징 없이 평범하고 속 깊은 주인공 다자키는 각각의 ‘색채가 짙은’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완벽한 공동체에서 일체감을 느끼며 고교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혼자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지 2년째 되던 해 어느 날 그는 친구들에게 갑작스런 절교를 당한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곳으로부터 소외당하며 존재의 상실을 경험한 다자키는 반년 가까이 죽음만 생각하며 지내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그러나 서른여섯이 된 다자키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고, 여자 친구의 제안에 따라 그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시간의 온전한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순례’를 시작한다.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의 저자 임경선은 신작 서평을 통해 “다자키는 용기를 내어 과거의 친구들을 하나하나 만나러 가는, 자신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기나긴 여행을 떠난다. 하루키가 세대를 넘어 보편적인 공감과 인기를 얻는 것은 이토록 가장 매혹적인 주제를 가장 진심어린 태도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루키를 읽어야만 ‘교양 있는 현대인’이 되는 사회

그러나 국내 하반기 출판시장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하루키의 신작에 대한 문단의 평가는 그리 곱지만은 않다. 책의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에 예약판매 부수가 전작의 3배를 넘었다는 사실은 대중이 그의 신작을 ‘문학 작품’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대대적인 마케팅도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본에서 이미 ‘출간일 카운트다운 이벤트’ 등을 통해 상업적인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던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특정 서점에서의 12시 판매 개시’라는 문구는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줄을 서 기다리는 광경’ 또한 대중들에게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쳐질 듯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일조했다. 한 문화평론가는 “줄 선 이들은 마케팅의 배경이 된 대가로 친필 사인과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방식이었지만, 과연 문학에서도 필요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사재기’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던 출판시장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현재 서점가에서는 ‘하루키 열풍’을 등에 업고 소설 장르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1위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하루키의 신작 뒤로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신작 ‘인페르노’, 정유정 작가의 ‘28’ 등 무려 6권의 소설 장르도서가 10위권 안에 포진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그의 서평 ‘마흔, 아직은 하루키가 필요한 나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떤 정서이고 징조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그의 문장이 보여 주는 어떤 것, 이를테면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맛보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하루키 열풍이 근원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브랜드(Brand)’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키 열풍’을 보는 이러한 시각처럼 국내 문학계가 ‘대중의 취향’을 너무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또한 늘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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