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불공정관행 ‘강매’
사라지지 않는 불공정관행 ‘강매’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5.10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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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관행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Social Focus] 강매행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경제민주화는 가장 큰 화두였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와 비교해 실제로 불공정관행이 감소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다양한 불균형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불공정관행은 경제민주화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 생활 깊숙이 불공정관행인 강매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를 비롯해 관계부처들은 제도적, 사회적 개선의 의지를 밝히며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강매행위

기계를 정비하는 일을 하는 최모(30·남)씨는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인 A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A기업은 대기업인 B기업의 하청업체로 휴대전화의 디스플레이모니터를 납품하는 업체다. 최 씨는 가끔 발생하는 대기업의 강매행위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3년 동안 일을 하면서 강매행위를 2번 목격했습니다.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에게 완제품을 강매하고 있어요. 제품이 잘 안 팔리는 때가 오면 하청업체들에게 회사당 20개씩 완제품을 강매하더군요.” 최 씨가 경험한 대기업의 강매 같은 횡포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있는 듯 없는 듯 계속되어 왔다. 새 정부에서 말하는 ‘손톱 밑 가시 빼주기 정책’의 미학과는 반하는 일이다.

올해 초 남양유업의 전·현직 대리점 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남양유업 본사를 신고했다. 이유는 본사가 제품을 강매하고, 명절 떡값이나 임직원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본사가 대리점에게 강압적으로 ‘밀어 넣기’를 했다는 주장이 있어 파문이 커졌다.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이창섭 회장은 ‘독재기업 남양은 내가 한 주문 발주 왜 마음대로 수정하냐, 비열한 남양은 경제 정의에 역행하는 불법적 착취를 사죄하라’는 등 규탄시위를 벌였다. 피해자들의 주장은 여론으로 확산되어 남양유업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남양유업에서는 이에 대해 대리점주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로 고소로 대응했다. 지난해 풍림산업노조에 따르면 직원의 70%가 2007년부터 ‘자서분양(아파트분양 강매)’으로 계약한 사례가 645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분양금액으로는 3,00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전매와 이자비용을 대납해준다는 것이 회사의 조건이었지만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문제는 집단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대출실적에만 급급해 건설사의 자서분양을 문제 삼지 않고 직원들에게 대출을 해준 것이다. 일반분양이 아닌 직원분양으로 분류돼 중도대출금이 개인빚으로 전가된 직원들은 회사의 강매로 인해 빚까지 떠맡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피해는 전국건설기업노조연합회가 실태 파악에 나선 결과 1,821가구, 1조2,1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노조연합회는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업계 전반에 공공연하게 관행이 퍼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입니다”라고 추정했다.

최근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의 불공정행위도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납품업체들에게 상품권강매, 백지계약서 등의 불공정행위를 강요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납품업체에 상품권을 강매하는 경우 납품업체에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뿐 아니라 납품업체의 하청업체, 납품업체에게 상품권을 2차로 강매하는 경우가 생기며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백지계약서는 납품업체 대표의 직인만 찍어놓고 납품가격이나 수량 같은 중요사항을 거래가 끝난 후 임의로 기입하여 납품업체에게 거래금액을 전달하는 것이다. 백화점 납품업체들은 판매 부진 업체에 대한 퇴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출액을 부풀려 신고하기도 하는데 이때 판매수수료가 과도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를 이용해 백화점에서 납품업체에게 퇴출압박을 넣으며 고의로 매출액을 부풀려 신고하게 유도해 판매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속 깊이 파고든 강매행위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로 제기된 결혼과정과 관련된 민원을 분석한 결과 예식장, 웨딩업체의 강매횡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매유형은 일정 인원 이상 뷔페 예약을 강요하는 행위와 패키지 강매가 대부분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원에 해당하는 식비를 무조건 지출해야하고 꽃 장식과 부대시설사용료까지 패키지로 거절할 수 없이 웨딩비용에 포함된다. 꽃 장식 패키지의 경우 마음에 드는 꽃 장식이 있더라도 외부업체의 꽃 장식은 사용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있다. 이런 웨딩업체의 불공정행위로 가장 기뻐야 할 당사자들이 기뻐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2012년 6월 대전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한 K군은 결혼식에 사용할 꽃 장식을 인터넷에서 본 패턴으로 진행하고 싶었지만 웨딩홀에서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그냥 웨딩홀에서 강요하는 패키지대로 결혼식을 진행하며 2천만 원을 지불했다. 지난 4월 홍성에서 결혼한 K양 역시 내키지 않는 스포트라이트와 안개이벤트를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했다. “필요도 없는 스포트라이트와 무대안개를 사용하며 2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는 K양은 패키지를 강요하는 웨딩업체에게 부당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최근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저서를 구매하길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 학생 커뮤니티인 세연넷에 따르면 마광수 교수는 2013년 1학기 교양수업 ‘문학과 성’ 강의 계획서에 그의 저서 ‘별 것도 아닌 인생이’, ‘문학과 성’ 등 2권의 책을 구입하고 구입 영수증을 붙일 것, 안 붙이면 무효라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마 교수가 자신의 책을 강매한다고 반발했고 이슈화되며 논란이 커졌다. 마 교수는 이에 대해 연세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생들의 뻔뻔스런 수강 태도에 분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의 주장은 “매학기 교재 및 리포트 서적을 안사고 버티는 학생들에게 실망해 이번 학기엔 교육적 소신으로 책을 반드시 구입하라고 유도했다”라는 것이며 이에 불평을 갖는 학생들의 태도야 말로 적반하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학기 수강생 600여명 중 교재를 구입한 학생은 50여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한 마 교수는 이를 기사화하여 논란을 증폭시킨 일부 언론에 대해 얄팍한 상업주의에 분노한다고 지적했다.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역시 양쪽으로 갈렸다. 강의를 들으려면 당연히 교재를 사야하는 것인데 교재를 사라고 했다고 강매라고 반응하는 학생들은 ‘전쟁터에 총을 안 들고 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구입 영수증을 붙이라는 것은 너무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마 교수의 수업은 강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재가 꼭 필요한 수업이다. 교재를 준비하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교수의 권한이지만 표현방법에서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 교수와 연세대 학생들의 교재 강매 논란으로 인한 갈등은 누구의 잘잘못인가를 따지기 어려운 사례지만 많은 대학교에서는 다양한 강매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다.

C대학의 의류학과를 졸업한 김효진(26·여)씨는 자신이 재학하던 시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열거했다. “학교를 다닐 때 관행처럼 이뤄지던 강매행위가 많았습니다. 체육대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날 수업을 결석처리 한다고 해서 모두 참석해야만 했어요. 그것만이라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학생회에서 체육대회 과티(학과에서 단체로 맞추는 티셔츠)를 준비해야하니 1인당 2만원씩 내라고 했죠. 과티를 준비하지 않으면 수업을 결석처리 하겠다고 했어요”라며 김 씨는 과거의 경험을 소개했고 이어서 또 다른 경험을 전했다. “교양수업 중 하나는 교수의 음악회를 관람하고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악회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1인당 15,000원이라는 금액으로 티켓을 샀죠. 정작 음악회에 온 관람객들은 대부분이 학생들이더군요. 무엇을 위한 음악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씨는 그뿐만 아니라 기숙사에서는 식권강매가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대학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초·중·고에서는 수업외의 교재에 대한 강매 행위 등이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다.


불공정관행인 강매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강매행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매자의 선택권을 판매자가 박탈한다는 것이다. 필요가 동반되지 않는 구매를 강요할 때 구매를 하지 않는다 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강매를 거부했을 때 운영이나 일감에서의 피해가 발생한다던지 구매를 하지 않았을 때 피해가 발생하는 강매행위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다.

지난 1월 한화콘도는 이용객을 대상으로 120억 원 상당의 아침밥을 강매했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회사측이 회원들에게 조식이 무료라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조식쿠폰 비용을 객실요금에 반영해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120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처벌이 시정명령과 4,800만원의 과징금뿐이라는 것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정경쟁 시스템 마련을 위해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관련 법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결정하고 중소기업청장과 감사원장, 조달청장에게도 고발요청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추가로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도도 도입한다. 아울러 부당지원행위의 위법성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기존에 발표한 중점과제 중 하나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에도 나선다.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공적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하며 제도적 개선에 나섰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의 강매에 대한 제도적 개선은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강매를 강요하는 경우에 대한 개선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여행패키지나 웨딩패키지 강매의 경우 선택권을 강조하는 새로운 상품이 나오며 자정화가 될 것이라 보이지만 교육계의 강매행위는 당사자들 스스로 개선에 나서야한다. 부당한 관행에 대해 관행이기에 이해하거나 수긍한다는 풍조가 사라지고 부당함에 반론을 제기하며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우리들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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