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갑질 경영·불법 승계로 얼룩진 재벌의 민낯
[이슈메이커] 갑질 경영·불법 승계로 얼룩진 재벌의 민낯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6.1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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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갑질 경영·불법 승계로 얼룩진 재벌의 민낯

재벌 3세 시대, 재벌 개혁의 적기인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반쪽짜리 재벌 개혁

©청와대
©청와대

이른바 땅콩회항 갑질 사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한진 그룹이 이번엔 재벌 3세의 갑질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재벌 3세대 시대를 맞이한 지금, 문재인 정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통해 재벌개혁에 손을 댔다. 재벌경영의 현실과 김상조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평가를 살펴본다.

 

전근대성 노출하는 한국 재벌 3세대 경영의 현주소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다. 이산가족 상당수는 가족 상봉을 하지 못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한 많은 일생을 마치고 있다. 반면, 대를 이어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는 집단이 있다. 바로 재벌이다.

  재벌은 거대 자본과 계열사 장악력을 가진 혈연적 기업 집단으로 대부분 광복 직후 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국내 설립한 부동산과 취득한 동산이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 때 재벌 1세대에 매각된 이른바 ‘적산불하’에서 한국 재벌의 역사는 시작된다. 대한민국이 독립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재벌은 3세대 경영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재벌은 한국 경제성장의 주축을 맡아왔지만, 3세에 이르며 연일 미디어에 ‘갑질 경영’, ‘불법 승계’라는 제목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는 재벌의 문제는 ‘전근대성’이다. 서울대학교 시장과정부연구센터 박상인 소장은 “재벌 일가가 주주의 투자를 받아 운영되는 주식회사를 개인 혹은 가족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결과, 직원을 ‘내 덕분에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갑질을 자행하고 불법적인 승계를 시도하게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재벌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갑질 경영, 불법 승계에 그치지 않는다. 재벌 3세 경영이 재벌 기업과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소장은 “재벌 1대의 상당수는 자수성가형이고, 2대는 1대가 기업을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목격했습니다. 하지만, 3세대는 그러한 경험이 없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승계합니다”라며 3세대 경영 시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재벌 시스템의 또 다른 원류는 일본이다. 일본 도요타의 현 대표는 창업자의 증손자. 도요타 역사에서 15년은 전문경영인 체제였다. 가속 페달 결함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져 전문경영인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사회는 오너 경영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대표 자리에 오른 이가 현 도요타 아키오 대표다.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25년을 근무하고 53세에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다. 국내 재벌 3세가 형식적으로 타사에 잠시 근무하거나 자사의 말단에 잠시 머무른 것과 비교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재벌은 기업을 소유했다는 생각이 강해 경영권 승계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예비 후계자가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을 때 경영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재벌 출신이 무조건 자사 경영을 하는 데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이 검증될 때 경영권을 가져야 기업과 국가 모두에게 이익입니다”라고 강조했다.

©manja_Photography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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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1년... “미온적”

재벌 시스템은 일종의 경제적 봉건주의와 유사하다. 장남을 중심으로 그 자녀, 장남의 형제, 그 형제의 자녀에 이르기까지 재벌 그룹이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서다. 마치 영지를 고루 나눠가진 모양새다. 바로 이러한 계열사를 거느리기 위한 방법이 순환출자다. 순환출자는 재벌 시스템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로 지적된다. 순환출자는 재벌 그룹 중 가장 큰 A사의 대주주가 B사에 출자하여 최고 결정권을 장악하고, B사를 통해 C사에 출자하는 등 여러 계열사를 A사가 거느리는 방법이다. 계열사 간 상호 출자 금지로 생겨난 편법이다. 경제학계에서도 순환출자는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순환출자에 대해 꾸준하게 문제점을 지적해 온 인물이 문재인 정부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그는 취임 이전부터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를 비판해왔기 때문에 ‘재벌 저격수’라고 불리기도 했다. 작년 6월 14일 취임하며 임기 1년을 맞이하는 김 위원장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0개 재벌이 280개 이상 됐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올 4월 기준으로 6개 재벌의 41개 순환출자 고리만 남게 됐다. 순환출자 고리의 85%가 김 위원장 취임 이후 1년간 줄어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 총수 일가가 주력하지 않는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5월 10일 열린 10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그는 “총수 일가가 주력 회사에 집중하고 비주력·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줄여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재벌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경제학자들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미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배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재벌 경제의 불공정성을 수면 위로 노출시킨 것은 성공했다고 봅니다만, 순환출자 고리를 1년 임기 중에  85%를 줄였다는 것도 큰 성과는 아니라고 봅니다. 많은 고리를 가진 롯데와 현대가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줄인 것입니다”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재벌 개혁의 슬로건은 ‘대기업의 자발적 개혁’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인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의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당도 국회에서 재벌 개혁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에 김 위원장이 자발적 변화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행정부 차원에서 불공정한 재벌의 행태를 시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상인 소장은 “여당의 의석이 적더라도 행정부는 시행령, 감독규정, 기타 조치 등으로 재벌의 불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개혁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몸 담았던 참여연대 역시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한쪽에서는 너무 느슨하고 느리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을 거칠게 옥죈다고 비판합니다”라며 “공정위는 양쪽의 비판을 모두 경청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재벌 개혁이 나아갈 길

재벌 개혁의 움직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기업의 운신을 좁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동시에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엄격히 관리하면, 외국인 지분이 높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상인 소장은 이러한 지적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을 옥죄면, 한국 경제가 위태로워져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이야기다. 박 소장은 “능력은 세습되지 않습니다”라며 “재벌개혁이 한국 경제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에게 반대로 지금의 불공정한 재벌 시스템을 그냥 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묻고 싶습니다. 재벌과 유사한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해외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입니다. 갑질, 기업 소유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경영을 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재벌이 세운 아파트에서 재벌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재벌이 유통하는 옷과 음식을 누리는 한국 사회, 우리 실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상황에 왔다. 이 때문에 재벌의 문제를 시정하려던 그간의 시도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에서 삼성, 롯데 등 대기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각종 재벌형 갑질이 폭로되며 재벌 개혁은 점차 국민들의 열망이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재벌 개혁을 향한 호기일 수 있다. 

  한편, 재벌 개혁과 함께 정부의 경제 성장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는 재벌의 영향력을 대신하려면 그만큼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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