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이제 만지고 느끼면서 즐긴다!”
가상현실(VR)의 등장은 사회 전반에 큰 신드롬을 일으켰다. 가상현실은 게임, 만화, 교육 등 대중들이 흔히 소비하던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었다. 가상공간 속에서 컨트롤러를 잡고 팔을 휘두르면 칼이 휘둘러졌고, 버튼을 누르면 총이 발사되었다. 360도 영상 속에서 마치 실제처럼 보고 들을 수 있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끈 VR이 한 단계 더 진화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시청각만으로 현실을 재현해온 VR에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촉각을 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VR에 촉각을 더하다
VR은 현재 게임과 체험 교육, 의학, 가상연애, 원거리 통신, 가상훈련, 영화, Live 공연,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다양한 상황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과는 달리 지금의 VR은 시청각 정보만을 제공하여 Virtual Reality가 아닌 Visual Reality에 불과하다. 이러한 VR과 현실세계의 괴리는 VR에 촉각을 더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촉각을 느낄 수 있는 VR 기술은 이미 국내 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주)비햅틱스(대표 곽기욱, 이하 비햅틱스)는 사용자의 다양한 부위에 촉각 자극을 전달해 주는 웨어러블 햅틱 기기들과 이들을 누구나 손쉽게 조절하고 VR 콘텐츠와 연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들을 개발 중이다.
비햅틱스는 자체개발한 웨어러블 햅틱기기와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Fully-Programmable Wearable Haptic Solution’을 개발했다. 비햅틱스의 프리미엄 웨어러블 햅틱기기인 TactSuit는 Tactot(조끼), Tactosy(팔토시), Tactal(얼굴 쿠션)을 포함하며 개별적으로 조절 가능한 87개의 진동모터를 가지고 있다. 기존 햅틱 기기들이 1~2개의 진동 모터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월등히 많은 모터를 통해 세밀하고 다양한 햅틱 패턴을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자체개발한 인터페이스 프로그램인 bHaptics Player로 Bluetooth로 통신하는 TactSuit에 20ms 이하의 초저 Latency로 햅틱 패턴을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VR에서 시청각과 함께 완벽히 동기화된 촉각을 느낄 수 있다. 이 제품들은 한 번 충전으로 20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고, VR 아케이드에 최적화된 구조로 이뤄진 데다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했다.
곽 대표는 “비햅틱스는 코딩을 하지 않고도 손쉽게 햅틱 패턴들을 Customization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i.e. bHaptics Designer)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습니다”라며 “이 소프트웨어로 자사의 햅틱 기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타 햅틱 기기들을 함께 지원하여 Visual 콘텐츠의 Adobe Photoshop, 3D 콘텐츠의 Unity3D 등과 같이 차세대 햅틱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체감형 VR 콘텐츠 선보이다
2015년 5월에 설립된 비햅틱스는 현재 VR 콘텐츠 개발자들을 위해 Unity3D 및 Unreal Engine용 플러그인과 손쉬운 햅틱 패턴 제작을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인 bHaptics Designer를 제공하고 있다. 곽기욱 대표는 비햅틱스가 개발한 기술의 경우 기술력이 상당히 높아 타 기업이 카피하지 못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비햅틱스가 햅틱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먼저 햅틱의 필요성에 대하 깨닫고 지난 2년 동안 이를 위한 기술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가장 완벽한 햅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곽 대표는 말한다.
비햅틱스의 기술력은 체감형 VR 게임 컨텐츠인 ‘좀비어택’을 통해 검증되었다. 4인용 VR FPS 게임인 좀비어택은 TactSuit와 함께 롯데월드에 적용되어 총을 쏘거나 맞을 때의 충격을 햅틱 진동을 통해 그대로 전달하여 유저에게 더욱 실감나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좀비어택에 이어 ‘철권’, ‘킹오브파이터’와 같은 PvP 결투 스타일의 VR 게임인 ‘Gunfight VR’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2018년 상반기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 게임 역시 TactSuit이 적용되어 타격과 피격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고, 직접 몸을 움직이며 피하고 싸울 수 있다. 이 게임은 정식 출시 전임에도 불구하고 VR아케이드 및 테마파크 등에서 구매 요청을 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곽 대표는 “롯데월드에 판매된 좀비어택 게임은 7개월간 10만 명이 체험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TactSuit의 개발자버전 1차 생산량도 단 2개월 만에 전량 판매 완료되는 등의 성과를 보였습니다”라며 “또한, 우리 회사는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여 높은 경쟁률을 뚫고 VR HMD 개발사인 HTC Vive의 VR 벤처 투자 및 육성 프로그램 Vive X에 선정되어 지분투자 및 멘토링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VR 컨텐츠와 기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촉각 센서에 대한 퍼스트 무버
곽기욱 대표가 ‘햅틱 인터페이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그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햅틱을 전공하던 2011년부터다. 그는 그 당시까지 촉감을 전달하는 장비를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있더라도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화된 촉감 디스플레이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햅틱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개발품이 부서지기 일쑤였고, 생각만큼 촉감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사업에 난항을 겪던 그에게 희망을 안긴 것은 다름 아닌 VR이었다. 그는 오큘러스 DK-1을 구입해 간단한 VR 게임을 만든 후 의료용 붕대에 휴대폰용 진동 모터를 부착해 게임을 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진동 피드백의 유무가 그의 예상보다 더 큰 몰입도를 가져온 것이다. 이에 그는 VR에 촉감을 더하는 사업을 연구,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비햅틱스는 2월 중 기존 제품의 개정판을, 그리고 3~4월에는 소비자버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곽 대표는 앞으로는 촉각 자극 방식의 다양화를 위해 올해나 내년 안에는 온도를, 그 이후에는 압력과 전기 등을 기존 햅틱 시스템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R 시장에서 촉각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고 전하는 곽기욱 대표. 그는 “망설임 없이 인생에 한 번 뿐인 순간을 함께해주는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라며 “저희와 같이 햅틱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고, 아이디어를 함께 나눌 분들은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