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거대 동영상 플랫폼 이끄는 실리콘밸리 슈퍼맘
[이슈메이커_Cover Story] 거대 동영상 플랫폼 이끄는 실리콘밸리 슈퍼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9.27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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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거대 동영상 플랫폼 이끄는 실리콘밸리 슈퍼맘
구글의 어머니에서 유튜브의 수장으로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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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YouTube)’의 질주가 무섭다. 전 세계 90개국에 진출해 80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는 유튜브는 매달 로그인하는 이용자만 18억 명을 넘고, 1분마다 평균 400시간 분량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완전히 평정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 ‘구글의 어머니’로 불리는 수잔 워치스키 CEO의 통찰력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디지털 블랙홀’로 성장한 유튜브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유튜브의 시장가치를 1,600억 달러로 추산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시장 장악력은 압도적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동영상 어플리케이션 점유율이 85.6%에 달해 단연 1위를 차지했고,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 전 연령대에서 사용시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2017년 동영상 광고매출에서도 38.4%로 1위에 올랐다. 세대를 막론해 유튜브 동영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어떤 궁금증이 생겼을 때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10대, 포털사이트에 물으면 30대 이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유튜브’란 이름은 TV에서 파생됐다. ‘You’와 ‘Tube’를 결합한 용어로 ‘Tube’는 미국에서 TV를 가리키는 속어다. ‘당신(You)이 쉽게 선택해 볼 수 있는 TV(Tube)’란 의미가 담겨있다. 대만 출신으로 전자결제대행업체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이기도 한 엔지니어 스티브 첸이 친구인 채드 헐리, 조드 카림 등과 함께 2005년 실리콘밸리의 허름한 차고에서 유튜브를 창업했다. 사용자 편의성과 비교적 단순한 사용 방법은 이내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반년 만에 하루 방문자 수가 300만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성장세는 구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고, 2006년 10월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초기 업계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었다.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는 지적부터, 불법, 음란 콘텐츠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란 우려까지 온통 부정적인 평가뿐이었다. 실제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한동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튜브가 구글의 가장 성공적인 선택 중 하나란 사실이 증명되기까진 그리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보급과 네트워크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동영상 시대를 맞이하며 유튜브는 불과 10년 만에 세계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IT 업계의 삐딱한 시선과 에릭 슈미트 CEO의 반대 속에서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유튜브의 수장을 맡고 있는 수잔 보이치키의 끊임없는 경영진에 대한 설득이었다. 보이치키는 훗날 “일반인도 전문 스튜디오 없이 자신만의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며 “만일 전 세계 사람들이 유튜브에 자신의 동영상을 업로드 한다면, 이 플랫폼은 세계 최대의 빅데이터로 손색이 없을 것이기에 당연히 최고의 사업 수단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유튜브는 구글에게 인수된 후 불과 10년 만에 세계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Pixabay
유튜브는 구글에게 인수된 후 불과 10년 만에 세계 모바일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Pixabay

구글의 유튜브 인수 주도한 후 시장 장악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6위에 오른 수잔 보이치키를 설명하는 다양한 수식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구글의 어머니’다. 구글이 1998년 9월 그가 살던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집 차고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치고 인텔에 입사했던 보이치키는 당시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스탠포드대학 근처 맨로파크에 큰 집을 마련하게 된다. 때마침 스타트업 창업자가 사무실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전해 듣고는 선뜻 자신의 빈 방을 내주었고, 스탠퍼드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패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그녀의 집 차고를 주소지로 등록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엔진 ‘구글’의 성공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인연을 계기로 보이치키는 1999년 구글의 16번째 직원이자 첫 번째 마케팅 매니저로 합류했다. 구글의 마케팅광고 부문을 담당하게 된 수잔은 창업자와의 인맥으로 구글에 날아온 ‘낙하산’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러한 이미지를 일찌감치 벗어 던졌고, 구글 매출의 96%를 차지하는 광고부문 책임자로 12명의 부사장 중 가장 큰 사업부를 관리하며 구글 애드센스(AdSense)를 기획하는 등 남다른 마케팅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웹사이트가 모방하는 구글의 상징인 검색 페이지 초기 화면의 ‘두들(Doodle)’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후 2014년 보이치키는 유튜브의 CEO로 부임한다. 당시 보이치키는 “멋진 팀과 놀라운 커뮤니티, 감각적인 크리에이터가 있는 유튜브에서 일하게 되어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히며, 유튜브의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듬해 바로 유튜브는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다. 모바일 동영상 광고 신설이나 광고 없는 유료채널 출시, 음악 스트리밍 등 다양한 사업들을 시도하며 동영상 플랫폼으로서 색깔과 수익 모델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평소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해 온 그는 다섯 아이를 둔 실리콘밸리의 슈퍼맘으로 불린다. ⓒ수잔 보이치키 트위터
평소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해 온 그는 다섯 아이를 둔 실리콘밸리의 슈퍼맘으로 불린다. ⓒ수잔 보이치키 트위터

여성 존중하는 기업 문화 조성 힘써

남편 데니스 트로퍼와 5명의 자녀를 둔 보이치키는 구글 최초이자 최대로 출산휴가를 쓴 직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워킹맘’답게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여성 친화적 기업 환경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평소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하는 그는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급 육아휴직이 회사 경영에 이로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글은 2007년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2주에서 18주로 늘리자 출산으로 인한 여직원들의 퇴사율이 50%나 감소하기도 했다.
 
최근 테슬라와 우버와 같은 글로벌 기업 내부의 성희롱과 성차별적인 기업 문화가 도마에 오르자 보이치키는 남성중심 문화를 비판하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마초 문화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실현하려면 기업 조직내 모든 레벨에서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하고 간부로 승진시켜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출산 휴가에 관한 연방법 제정이다”고 역설한 적도 있다. 미국 직장 여성의 25%가 출산 후 10일 이내에 직장에 복귀하는 게 현실이라며 유급 출산 휴가는 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기업 운영 철학은 ‘여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조성이다. 성차별로 인한 소모적 부분도 사라지면 다양성 지수가 높아지고, 직원들이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는 게 보이치키의 지론이다. 그는 “육아휴직을 통해 미국에서만 2조 달러가 넘는 구매력을 보유한 엄마들의 세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점도 직원의 육아휴직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다”며 “구글과 유튜브처럼 모성을 중시하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지만, 모성을 보호하는 것이 운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튜브 역시 그녀가 CEO에 취임한 후 여성 직원 비율이 기존 24%에서 현재는 30% 수준까지 높아졌다. 구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여성 직원 비율은 전체의 31%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머지않아 유튜브의 여성 인력 비율이 구글을 추월하게 될 전망이다.
 
유튜브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며 경쟁 기업들의 도전에 대항하고 있다. ⓒ수잔 보이치키 트위터
유튜브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며 경쟁 기업들의 도전에 대항하고 있다. ⓒ수잔 보이치키 트위터

몸집만큼 그림자도 커져

보이치키의 지휘 아래 유튜브가 수익모델을 안정화 시키며 놀라운 성장세를 달리고 있지만 한편에선 그들이 출범 초기 보여줬던 비상업적인 지향점과는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시청자가 증가하면서 광고주가 몰리고,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 구미에 맞는 맞춤형 영상과 광고를 제공하는 기술이 더해지며 유튜브 자체가 매력적인 마케팅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조회 수와 광고료 등에 불만을 품은 한 이용자가 유튜브 본사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 직원 3명에게 상해를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일어났다. 끊임없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손쉽게 노출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짜뉴스’도 여전한 문제다.
 
이 때문에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와 규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유튜브는 허위 정보 유포자의 관점에서 효과가 가장 큰 채널이다”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탐지와 언론사의 팩트체킹, 이용자의 신고 등을 통한 사회적인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선 방송규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이유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시장 진입, 광고 등에서 방송법 규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헤게모니 다툼에선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나 훌루, 아마존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영상 서비스와 같이 경쟁 기업들의 도전도 여전히 거세다.
 
이에 맞서 유튜브는 그동안 유료 가입자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 동영상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등 끊임없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튜브 이용자의 대다수가 모바일 사용자라는 점을 감안, 모바일 사용자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그들에게 보다 좋은 경험을 빠르게 주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꼽힐 만큼 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계층의 전폭적인 지지도 여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튜브에는 수잔 보이치키 CEO의 존재 자체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외부의 의심스런 시선을 자신의 능력으로 거둬들이고, 또 여성계와 IT 업계의 존경받는 최고경영자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온 그가 유튜브와 함께 계속해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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