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인과 추론과 AI의 만남
- ‘답’의 시대에서 ‘질문’의 시대로 변화하는 AI 생태계의 흐름 주도
- 복지는 빠르게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
오픈AI의 챗GPT(ChatGPT)와 구글의 바드(Bard),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챗(Bing chat) 등은 전 세계에 초거대 인공지능(AI) 대전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일부 석학들은 초거대 언어모델들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며, 빠르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현재의 AI가 마치 인간처럼 언어를 구사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패턴 매칭과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답을 추론하는 초거대 언어모델들은 적은 양의 정보로도 작동하고,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론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설명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의 정신’과는 대단히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사고에 견줄 수 있을까?
AI의 혁명적인 진보는 미래 사회에 대한 우려의 이유임과 동시에 낙관론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진보한 AI 기술은 처리 속도나 기억력과 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통찰력과 예술적 창의성 등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의 뇌를 추월하리라는 것을 기대하게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고 우아하기까지 한 시스템인 인간의 뇌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을 도와주는 협력적인 관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이 과제는 바로 ‘인과 추론’이다.
인과 추론은 모든 과학 분야는 물론 우리의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고민되고 연구되어 온 학문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에는 인과관계를 결정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론의 개발 및 구현에서 몇 가지 혁신이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과 추론은 수행하기가 쉽지 않고, 인과관계를 결정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상당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많은 혁신 과정에서도 과학자들은 상관적 결과를 인과로 잘못 귀인(attribution) 하기도 했고, 과학자들이 부정확한 방법론을 사용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추정치를 얻기 위해 분석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동시에 존재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수단으로 AI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최근 많은 과학자와 기업들에서 AI가 인과 추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상관관계에서 인과관계 기반 AI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한 세계적인 석학인 Judea Pearl UCLA 컴퓨터 과학 및 통계학 교수는 “AI가 현재는 상관관계에 머무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개입을 비롯해 반사실적 추론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인과 추론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관련 R&D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석학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인과 추론과 관련된 AI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R&D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먼저 AI에 인과 추론을 접목해 새로운 예측 모델을 만들고자 움직임을 시작한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R&D와 검증에 힘쓰고 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인 주식회사 인과머신러닝(CCNets, Inc./대표 박준호/이하 인과머신러닝) 팀을 이슈메이커가 조명해 보았다.
반갑습니다. 기업 인과머신러닝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훈련 방법으로 실용적인 예측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인과머신러닝의 대표 박준호입니다. 현재 인과머신러닝 팀은 인과 학습을 통한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솔루션 컨설팅 및 개발을 지원하며 사람, AI 및 비즈니스 간에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있어요. 이는 AI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분야이기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지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만들어 이를 기업 특성 분석에 활용해 해당 기업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예측 모델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비즈니스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업이 인과머신러닝을 사용해 모델을 훈련했을 때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 활동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 맞춤형 훈련 방법 개발부터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 및 가공해 그에 맞는 훈련 방법 제공,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성에 맞는 최적의 모델설계까지 아우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인과머신러닝의 AI 솔루션 모델은 어떠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인과머신러닝의 AI 솔루션은 모델의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마케팅, 제조, 설계, 제약, 공급망 관리, 금융 및 헬스케어 등에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뇌파 분석과 제약, 주식, 금융, 신용 등의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관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인사이트 도출 및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 및 가공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와 데이터 시각화 및 대시보드 개발을 통해서도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생소한 영역에서의 B2B 모델을 지향하고 있기에 이에 맞는 홍보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금융과 신용 분야에서 제공된 데이터로부터 해결 방안을 제시해 나가고 있기에, 대단히 신뢰도 높은 알고리즘 검증 작업과 이에 대한 홍보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홍보에 앞서 인과머신러닝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증명해 내야만 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죠. 그래서 논문 및 특허 등록 등을 통해 알고리즘의 검증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유튜브(YouTube), 링크드인(Linked in), 웹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에도 힘쓰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노력해가고 있습니다”
당면한 단기적인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중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예측 모델을 만드는 도구인 인과머신러닝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해 많은 기업이 인과 학습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인과 학습 B2B 솔루션회사는 인과 학습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자사의 솔루션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의 창업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창업 전 저는 ‘Motion Virtual’라는 회사에 몸을 담으며 Hand Tracking 기술의 미국 특허를 취득하는 등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AI 분야와 인과 추론 학문에 대해 접하게 됐고, 평소 원인과 결과에 대한 검증에 깊은 고민이 있던 저에게 AI와 인과 추론 학문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흐르기 전 이 분야에 저희 지식과 관심을 집중하기로 결심했고, 실리콘밸리와 한국에 기반을 둔 기업을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죠”
어려움은 없었을까요?
“아무래도 AI에 인과 추론을 접목해 새로운 예측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분야의 개척 활동이기에 모든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큰 부담이었던 것은 스스로 물어보고 스스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이 과정이 반복되며 깨달음도 많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길고 긴 싸움을 견디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습니다. 인과머신러닝 창업을 준비하는 2년 동안 매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만들어진 가설 중 가능성이 높은 가설을 선정해 또다시 검증하는 과정이 연속됐습니다. 그러던 중 통계에 기반하여 확률적으로 예측 결과를 만드는 현재의 AI 기술 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신경망 훈련 방법이 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됐고, 사람과 더욱 유사한 사고를 하고 질문에 질문을 더할 수 있는 유기적(有機的)인 형태의 AI 솔루션의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유기적인 형태의 AI 솔루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일까요?
“가령 기존의 초거대 언어모델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고, 이 답은 복잡한 문장 구조를 가져 질문자가 나름의 해석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여기에서의 AI 엔진은 인과 추론 과정이 접목되어 있지 않죠. 하지만 인과머신러닝의 솔루션은 AI가 질문과 답에 대한 인과관계를 발견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뿐만 아니라 답에서 질문을 사유하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기에 보다 사람의 사고와 가까운 형태의 AI 솔루션의 형태를 갖췄다고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는 ‘답’의 시대에서 ‘질문’의 시대로 넘어가는 AI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리라 확신합니다”
새로운 솔루션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인과머신러닝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홍지수 수석 사업개발) “보유한 특허들과 완성된 알고리즘, 그리고 팀워크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 생각해요. 인과머신러닝은 최첨단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기술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고, 기술은 사람을 위해 개발되어 가고 있는 것이기에 사람과 사람이 가진 지식이 가장 큰 자산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기존에 없던 형태의 솔루션을 만들어 가고 있기에 지식의 새로운 관점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앞으로 합류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모인 이들은 앞으로도 인과머신러닝의 강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진수 수석 엔지니어)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 역시 인과머신러닝이 빠르게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책임이 전제된 자율성의 보장은 직급을 떠나 회사의 발전을 위한 치열한 논쟁을 가능하게 하죠. 구성원들이 만족해하는 복지는 인과머신러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앞으로 인과머신러닝의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피력해 주십시오.
“인과머신러닝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B2B를 지향하고 있기에 가까운 시일 내에 AWS(Amazon Web Services)나 MS(Microsoft) 등 글로벌 기업에 라이선스를 판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인과머신러닝의 알고리즘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효과 검증과 레퍼런스를 확보해 솔루션 제공자인 인과머신러닝과 솔루션을 사용하는 기업, 그리고 이에 대한 혜택을 받을 소비자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우연의 연속인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 합류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합류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