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물-부산대학교 독어교육과 이상금 교수
한국의 인물-부산대학교 독어교육과 이상금 교수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3.01.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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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국제교류 부문

 

민간외교와 학술적 유대관계에 헌신할 발트 전문가

순수한 학문적 동기에서 시작된 문화 교류

 

아름다운 리투아니아, 신비로운 라트비아, 환상적인 에스토니아를 지칭하는 발트3국. 2011년에 ‘한국-발트3국’ 간 수교 2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 이들 국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아는 정도라면 수백 년간 이어진 압박과 외세의 지배 속에서도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은 문화 선진국이라는 정도일까? 하지만 현재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유는 거룩한 문화의 계승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발트3국과의 문화교류에 매진하고 있는 부산대학교 독어교육과 이상금 교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10월,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에서 한

 

 

민간 외교사절의 역할 톡톡히

국문화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는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렸다. 발트3국에서 열린 첫 한국축제였다. 수교 20년이 되었지만, 강남 스타일의 열풍으로 세계가 코리아를 외쳐대고 있는 요즘에서야 뒤늦게 개최된 만큼 작은 규모의 행사를 알차게 준비한 사람은 바로 부산대 독어교육과 이상금 교수의 말이다. “발트3국 사람들에게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예속된 국가 정도입니다. 문화로 독립을 이룬 나라이니만큼 우수한 우리 문화로 교류를 시작하면, 국가 간의 소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처음부터 민간 외교사절로 국제관계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발트3국과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문학을 전공하던 그에게 독일의 사상가인 헤르더와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 등 유럽의 명사들에게 사상의 동기를 부여한 무대가 바로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발트3국이었다. 이를 알면서부터 품게 된 낯선 나라에 대한 동경이 그 시작이었다. 억압과 피지배의 고통 속에 싹튼 민중의식을 담은 젊은 괴테의 이상 속에서도 언제나 발트3국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민족성과 교감대 부분이 많고, 독립의 과정까지 그 애잔한 역사가 비슷함을 알게 된 이 교수는 시간여행을 통해서라도 호기심의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에 4편의 논문을 비롯한 4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 중에서도 <발트3국의 역사, 문화, 언어>와 <독일발트문학과 에스토니아문학> 그리고 현지 체험을 바탕을 엮은 산문집 <발트3국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슬픔>까지 발트3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순수한 학문적 동기에서 비롯된 관심이었지만, 미개척 지역의 문화적 우수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학자적 소명을 갖고 문화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그들의 민족과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것을 먼저 알리는 일이 급선무였고, 한 학문문화가 갖는 잠재력과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행사와 학술행사를 준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 우선 부산대에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후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 이 교수는 문화적 콘텐츠까지 합세시켜 영화, 음악, 학술을 대상으로 한 문화축제로 꾸며진 ‘코리아 페스티벌’을 기획, 뜨거운 현지의 반응과 함께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공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뜨거웠던 시민들의 호응 속에 구슬픈 <배뱅이 굿>에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고, 부산 국제영화제측의 추천으로 상영한 한국영화는 매회 객석을 가득 채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문화교류의 장이니만큼 영어와 에스토니아어의 자막과 설명을 잊지 않은 세심함에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았으며, 한국을 알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하나 둘 교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교 20년만의 늦은 만남이었지만, 인연의 물꼬를 튼 것으로 이 교수의 보람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후 이어진 제2회 한국-발트국 국제심포지움에서는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변화의 동인 등 시의성 있는 주제까지 다루게 되면서, 국제관계의 호전을 예상하게 되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민간 외교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 아닌가. 게다가 국제심포지엄을 위해 지난해 타르투 대학과 부산대 양 대학 간 ‘양해각서 MOU’를 체결해 2013년부터는 격년제로 장소를 달리해 긴밀한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다

연달은 장기 체류와 연구를 통해 발트3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알게 된 이 교수는 그럴수록 더욱 발트3국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반대로 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한 문학교수로부터 듣게 된 한국의 역사와 언어, 문화는 새로움의 충격이었다. 알면 알수록 닮아있는 민족성에 공감을 느낀 그들은 무엇보다 외세에 대한 투쟁과 독립을 기리는 자주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핵심은 민주화 과정과 독자적인 문화에 있었다. 독립의 과정에 담긴 평화수호의 의지가 그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우수한 문화를 지키고 전통으로 고수하려는 우리네 정서가 본받을 만했던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국가 모두 IT 강국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인 웹진 ‘Hotmail’과 영상전화 ‘Skype’가 외국자본과 결합한 에스토니아의 개발품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창의적인 사고와 실용적인 과학기술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발트3국의 모습은 전통 위에 첨단의 미래를 세워가는 우리의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이제는 융합의 시대가 아닌가? 단편적인 학문의 교류에 있어서도 문화와 축제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하는 포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처럼 독문학자로서 문학과 언어를 교류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접목시켜 보편성과 특수성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 동안 이 교수의 노력이 있었기에 생소했던 발트3국에 대한 이해와 양국 간의 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에 덧붙여, 한국문화의 국제화와 외국문화의 한국화를 위한 주체적 수용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트3국과의 문화교류에 매진

더구나 이 교수의 경우, 2013년 한국독일어문학회 11대 회장 선출되면서, 발트3국과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임기 2년 동안 학문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방향과 주제를 갖고 집약적으로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여태까지 쌓아올린 연구의 중심축을 유지하면서, 한국독일어문학계의 발전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행사를 자주 준비할 예정입니다. 21세기 다중문화 다중언어 시대의 학문적 외연을 확보하면서, 인문학을 보다 강조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과 독문학과 국제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역사적으로 독일어 문화권에 속한 발트3국을 연구하는 것은 독일문학의 부흥기 문화와 문학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그들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문학에 관한 연구를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이상금 교수이다. 필수적인 인문학적 기초연구가 나라간의 외교, 정치, 경제, 문화를 긴밀하고 실질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 교수의 판단과 그간의 노력은 생소함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민족의 주체성 확보의 일환이었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대학교수로서 업적과 성과 위주의 경쟁이 낳은 대학 구성원들의 피폐한 정신에 서글픈 감정을 호소하는 그는 정부의 잘못된 대학관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인문학이 바탕이 된 교육철학 위에서 반듯이 서야한다고 교육이념을 밝혔다. 교육과 연구라는 교수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독일어권 문화와 문학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 교수의 꿈처럼 발트3국간의 협력과 교류도 밝게 펼쳐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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