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문화로, 음식점은 변화로
추억은 문화로, 음식점은 변화로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1.28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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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문전성시를 이뤄내는 점포, 이유가 있다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Economy Focus] 외식산업의 미래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간 중국집에서 시켜먹던 자장면의 맛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이다. 이제는 성인이 돼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하기 위해 많은 외식업체를 찾는다. 외식전문점이 늘어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짐에 따라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외식산업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굶주린 배를 채우러 가는 곳이 아닌 문화가 되어버린 외식산업의 미래를 직시해야 할 때다.

 

외식산업의 몰락, 흥행수표에서 부도수표로

외식업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외식경기는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외식업의 경기현황과 향후 전망을 조사‧분석한 한국외식업경기지수(KRBI, Korea Restaurant Business Index)는 2012년 3분기 71.22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지수가 100 미만이면 전년 동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많은 것이고, 100 이상이면 매출이 증가한 업체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aT 관계자는 “외식경기 침체의 이유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외식소비 위축과 자영업자의 신규진입 확대 등을 들 수 있다”면서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여전히 높은 식재료 원가 부담 등도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2년 전 정년을 마치고 퇴직한 이 모 씨(63)는 퇴직금을 모두 투자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차렸다. 특별한 기술과 경험이 없더라도 창업 준비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본사에서 각종 창업지원을 해줬고 가게 운영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업체에서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단번에 결정했다. 이 씨는 경기 불황에 장사가 가장 낫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예상한 만큼 수입이 나오지 않았고, 주변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이자 대출금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창업을 한 것이 후회가 된다”라고 전했다.

최근 이른바 외식산업 ‘성공의 보증수표’였던 프랜차이즈 사업이 ‘부도수표’로 전락하면서 고정수입은 얻을 수 없고 유지비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가맹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부진은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몰리면서 가맹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해석된다. 시장 과열을 의식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4월부터 11월까지 업종별로 기존 가맹점에서 500~1500m 이내 동일 브랜드의 신규 가맹점 출점 금지를 뼈대로 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발표했지만, 이미 악화된 가맹점 수익을 뒤집을 수 없었다. 서울 홍대 부근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가게가 들어선 골목을 보면 이미 들어올 업체는 모두 입점해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와서 출점 제한을 둬봤자 월 매출이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창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 소장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초기 양적 확장정책을 펼쳐 급격히 정점에 오르지만 그 뒤에 빠르게 매출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현 시점에서 가맹점이 1,000개 이상 나온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해당 브랜드에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게 김 소장의 전언이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될 경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이를 외면한 채 개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1인 창업'에 점차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기업에서 가능성을 찾다

현재 외식산업은 종사자가 3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협회 윤홍근 회장은 “매년 5만 5천 곳의 외식업체가 새로 문을 열지만 휴·폐업하는 곳도 5만 곳에 이른다”며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외식산업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간 외식 관련 전공자가 1만 5천 명이 쏟아지는데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 불투명한 비전 등으로 3D 업종 인식을 받으며 실제 외식업체 취업자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중국동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외국인 채용제한 규정 때문에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이미 중국동포의 인건비 수준이 한국인 수준까지 올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외식산업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푸드서비스협회 조사에 의하면 외식시장은 2006년 고객 수 기준으로 2% 감소, 전년 대비 고객 감소는 10년간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패밀리레스토랑 스카이라크가 등장한 1970년 이후 패밀리레스토랑은 외식산업의 근대적인 사업 모델로 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 왔다. 일본 외식산업의 주역이라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은 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180엔짜리 라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100엔짜리 햄버거, 280엔의 쇠고기 덮밥 등 식재료의 대량 구매 및 조리 방법의 매뉴얼화로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업체들의 급증과 식재료 등의 비용 증가로 전체 수익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배달피자 및 도시락과 같은 중식시장의 개발을 통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외식산업의 위기 타개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업체가 있다. ‘다이아몬드 다이닝’이라는 레스토랑 체인업체다. 종전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모델은 메뉴, 조리법, 서비스, 인테리어의 통일화로 가격의 효율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고객 수를 늘려 수익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종전의 방식으로는 최근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싫증을 불러일으키기도 쉬워 단골 확보가 그만큼 어렵다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다이아몬드 다이닝은 메뉴, 가격, 인테리어 모두를 체인점별로 차별화했다. 이러한 다이아몬드 다이닝의 인기는 기존의 거대 체인점 시대의 변화를 의미한다. 개인화와 차별화는 더 이상 첨단산업에서만 볼 수 있는 트렌드가 아니다. 어느덧 외식산업에도 이러한 트렌드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의 기호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는 마케팅적 접근 방법은 현재 일본 소비시장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외식산업의 미래, 트렌드의 변화를 알아야

침체된 외식산업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인기 있고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외식업체는 주로 서구에서 들어온 패밀리레스토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일식, 중화요리의 패밀리레스토랑 또는 패스트푸드체인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웰빙 트렌드에 맞추어 다이어트 메뉴, 한식류의 건강식 메뉴를 제공하는 점포의 등장과 성장이 기대된다. 이에 반해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은 부족한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슬로우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로우 푸드 외식전문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됨에 따라 비만과 각종 성인병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이를 예방하는 데는 한국음식이 최고임을 각종매체에서 홍보와 계도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리를 개인별 기호에 맞추어 개인별로 서비스 가능한 주방기기를 개발하고 개인별 메뉴를 서비스하는 한식류에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식품의 안전성이 절대 중요해졌기 때문에 외식업체는 개별적으로 또는 기업체간 컨소시엄을 형성해야 한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지 신선하고 무기질함량이 높은 식자재,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안전성이 보장되는 식자재를 최저 염가로 조달해 원가 절감을 노려야 한다. 그러한 안전성이 높은 식자재를 사용하는 점표만이 고객에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패밀리레스토랑은 하드웨어의 차별화 보다 소프트웨어의 차별화에 주력으로 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다. 서비스종업원의 철저한 선발, 교육, 보상을 통해 외식업체가 설계한 서비스 기준이 고객에게 충분히 전달되도록 신경 쓰고 회원에게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여 개개인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해야만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색 외식점 고객의 지갑을 열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진수영(28) 씨는 최근 색다른 음식점을 찾았다. 여성만을 위한 음식점으로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음식들로 채워진 모 프렌차이즈 식당이었다. 진 씨는 “손님들도 여자밖에 없어서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라며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외식산업의 변화에 특정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템을 다양화한 이색 음식점들이 화제다.

외식업은 최근 치열해지는 경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재료비와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족단위 외식의 소비가 크게 줄면서 외식비용을 줄이는 가정이 많아 졌다.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많은 외식업체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강남에 지난해 11월 설렁탕집을 오픈한 김지영(43) 씨는 기존의 설렁탕집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소비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인테리어를 리뉴얼 하고 카페스타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 씨는 “설렁탕이지만 카페 같은 이미지에 여성손님들이 더 많이 온다”라며 “여성 고객을 위해 인테리어와 소품에 신경을 썼다”라며 설명했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점주는 김 씨 뿐만 아니다. 자신만의 도자기인형을 꾸밀 수 있는 무스토이 카페, 사주 타로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분식메뉴임에도 고급레스토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쿨 푸드는 독특한 테마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최근 홍대에 파스타전문 음식점 ‘푸치니가 꿈꾸는 작은 정원’과 ‘타이엘리펀트’는 각각 중세유럽시대와 태국의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편 편의점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삼각 김밥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이용한 이색 메뉴도 있다. ‘오니기리와 이규동’즉석 수제 삼각김밥은 기존 편의점에서 먹던 냉동 삼각 김밥과는 다르게 다양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들기 때문에 맛, 건강 모두를 고려한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오니기리와 이규동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흔히 먹는 차가운 삼각 김밥을 따뜻하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특화되고 세분화된 이색메뉴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외식산업의 불황에도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며 다양한 판로 개척에 앞장서는 외식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정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 인테리어와 같이 이제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메뉴를 통해 고객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외식산업이 되기 위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개발․발전하는 외식산업의 개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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