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능동적 협력자 ‘창조형 고객’
기업의 능동적 협력자 ‘창조형 고객’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2.11.27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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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협력하는 역할 도모하는 21세기형 소비자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Business Issue

 

창조형 고객

 

소비의 주체인 고객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풍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 고객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고객의 정보력과 식견이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으로 높아짐에 따라 ‘개발(development)’, ‘생산(betatester)’, ‘마케팅(marketing)’ 등 경영 전반에 걸쳐 고객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창조형 고객(creative consumer)’의 활동이 증가하여 고객과 기업의 협력관계를 끌어올리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를 뛰어넘은 ‘창조형 고객(creative consumer)’

‘창조형 고객’이란 소수정예 중심으로 기업의 제품개발에 있어 보조자가 아닌 주도자 역할을 하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참여로 ‘공동창조자로서’의 고객을 말한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전문성과 적극성을 지닌 소비자라는 프로슈머(Prosumer) 개념에 더하여 기업과 능동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제품개발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고객들을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인훈 수석연구원은 “창조형 고객과의 협력은 원가우위와 제품차별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혁신 방안으로서 저성장기에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경기침체기일수록 마케팅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원을 매스마케팅에 대량 투입하기보다는 자사에 우호적인 창조형 고객에 우선 배분하여 저비용으로 마케팅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기업이 직접 하던 역할을 ‘창조형 고객’이 대신하는 경우도 최근 생겨난 창조형 고객의 또 다른 역할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연구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창조형 고객’은 기업을 대변해 인터넷에서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전보다 쉽게 자신의 의견을 기업에 전달하고 있다”며 기업의 제품 개발은 물론 홍보자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두되고 있는 ‘창조형 고객’이라고 말했다.

창조형 고객은 일반 고객의 숨은 니즈를 정확히 포착하여 차별화된 맞춤형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일반고객과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창조형 고객으로 인해, 기업은 고객 커뮤니티의 연대감 및 응집력을 제고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 효과는 물론 제품의 개발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더욱이 시장과 기술의 변화속도가 매우 빨라 R&D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투자규모가 대형화되는 상황에서는 고객 중심 R&D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창조형 고객’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파트너 ‘창조형 고객’

경기 분당에 사는 주부 박명화씨(37)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창조형 고객’으로 유명하다. 박씨는 은행은 물론 카드나 증권사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 직접 살림을 하는 전업 주부는 물론 고객의 입장에서 써보고 장·단점과 사용 후기 등을 사진이나 데이터 등 객관적 자료와 함께 ‘보고서’ 형태로 내놓아 관련 금융사들이 이를 참고해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IT기획부 송찬희 부장은 “박명화 고객이 경험을 토대로 내놓은 지적이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 앱 개발 및 상품 개발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도 ‘창조형 고객’을 제품 개발자로 활용하며 큰 도움을 얻었다. 지난해 말 시판된 LG생활건강의 숨 ‘A-타임’ 에센스는 “화장하고 나면 오후에 얼굴이 건조해지는데 그 위에 바를 수 있는 에센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객들의 제안을 수용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부 한영태 부장은 “이번 개발에 도움을 준 ‘창조형 고객’은 화장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로 면접과 서류전형 등 까다로운 절차와 경쟁을 뚫고 선발했다”며 LG생활건강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천1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9% 증가했는데 숨 ‘A-타임’ 에센스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한영태 부장은 이들이 제품의 개발자로서 기존 업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웰빙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 분야에 있어서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연구와 탐색을 하는 ‘창조형 고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특산물과 유기농식품·웰빙식품 등에 대한 평가는 물론 레시피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식품개발 제안은 물론, 여러 가지 식품을 소개하면서 ‘창조형 고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정준호 연구원은 “전남 해남군의 경우 지역 농산물의 체험과 평가, 홍보를 위해 ‘창조형 고객’을 대상으로 ‘땅끝 해남 농산물 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스마트 소비와 이에 최적화된 생산이 ‘창조형 고객’을 통해 이뤄지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식품생산 농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창조형 고객’과 기업, 꾸준히 상생하려면?

경희대 경제학과 이기석 교수는 ‘창조형 고객’과 기업간 협력이 성공하려면 창조형 고객과 기업간의 꾸준한 노력은 물론, 그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일관되게 실행함으로써 내외부의 적극적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든 고객이 ‘창조형 고객’에 적합한 것은 아니므로 다수의 고객들에게 아이디어 수렴을 위한 루트는 공개하되 당장이라도 제품의 연구개발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수의 고객들과 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협력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의 ‘대표성’이 아닌 고객의 ‘역량과 의지’를 보고 ‘창조형 고객’을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이승신 교수는 “기업의 제품개발에 참여하는 창조형 고객에게 막연한 기대나 요구를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기업이 얻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활동기간과 과제를 명확히 해서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창조형 고객은 기업내 일반 직원들과 다르지 않다며 기업이 제시하는 비전과 미션, 평가 및 인센티브에 민감하고, 향후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차별화된 ‘인센티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유진수 교수은 창조형 고객과 기업간의 중간 단계 인프라를 지원하여 상호작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적이지 않는 일반 고객의 모호한 아이디어를 명확한 제도, 상품 등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 단계 인프라는 참여의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창조형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아이디어의 소통 및 실행을 원칙화해야 한다며 창조형 고객의 활동이 활발한 기업일수록 경영진이 고객과의 협력 프로세스를 진두지휘하거나 아이디어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대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창조형 고객의 아이디어가 상부로 보고되는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들에 의해 참신성이 훼손되거나 폐기되고는 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부와의 직통 소통채널 및 고객활동 공유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보람과 성취감을 높여 지속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한수 연구원은 “창조형 고객과 기업간 협력이 단 1회에 그칠 경우, 비용 낭비는 물론 협력 경험이 단절되고 악성 블랙컨슈머가 형성되는 등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창조형 고객 본인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성취감을 주는 것을 비롯해 내적 동기를 부여하여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조형 고객과의 협력은 R&D 관련 부서나 마케팅부서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므로 가시적 규칙을 마련하고 내부조직을 정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효과에 대한 의심이나 기업 내부의 반발과 비협조, 내부정보 유출, 고객과의 갈등 등 리스크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DIY(Do It Yourself)’를 위해

앞서 강조한 부분들이 ‘창조형 고객’과 기업간의 협력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상되는 비용 및 리스크를 단계별로 구체화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여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창조형 고객’과 기업간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근 교수는 “창조형 고객과 처음 소통하는 기업일수록 일부 제품과 기능을 대상으로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시도하고 고객이해와 협력 프로세스 운영 노하우 등을 축적하는 것이 일단은 중요하다”며 협력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적용할 경우 실패위험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성공한 창조형 고객과의 협력방식을 해당 사업 전체로 확장하거나, 꾸준한 성공모델로 삼아 회사내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효과적 협력을 위한 내부체제를 구축하고 창조형 고객이 기업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개방적 기업문화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 경영학과 문현구 교수는 “협력에 관련된 인센티브 제도를 보완하는 등 개방적 기업문화를 육성하고 내부인력의 저항감을 축소하는 것과 관련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영역 침범에 대한 기존직원의 거부감이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조적 고객과 기업간의 협력은 마케팅이나 R&D 관련부서뿐만 아니라 조직전체의 일관된 노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예로 커피전문 기업 ‘스타벅스’는 고객 아이디어 수집을 위한 웹사이트 ‘MyStarbucks Idea’를 운영하며 여기서 제안된 샌드위치나 음료 등 건강식품의 론칭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창조적 고객을 바탕으로 내부 영양사와 잠재적 공급자 등과 협력하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창조적 고객과의 협력이 이뤄지는 각 단계와 영역에 필요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를 지정함으로써 활발한 의사소통은 물론, 기존에 있던 직원들의 내부 반발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는 앨빈 토플러가 1971년 '미래 충격'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앨빈 토플러가 제시했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수준의 프로슈머는 이제 ‘창조형 고객(creative consumer)’으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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