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현영민 SPOTV 해설위원
[단독인터뷰] 현영민 SPOTV 해설위원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05.0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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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이슈메이커 = 취재/김갑찬 기자]

[단독인터뷰] 현영민 SPOTV 해설위원

2002 월드컵 멤버 중 마지막 은퇴 선수

“축구로 받은 사랑 축구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는 축구팬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뜨거운 열정과 깊은 감동을 남겼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나고 당시 우리를 웃고 울렸던 태극 전사들은 하나둘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들은 축구 행정가, 지도자, 방송 및 해설 등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축구팬과 국내 축구계에 기여하고 있다.
 
2018년 3월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전남과 포항의 홈 개막전에서 현영민의 공식 은퇴식이 진행됐다. 2002 월드컵 멤버 중 마지막 현역 선수였던 그는 정든 유니폼을 벗었고 제2의 인생 도전에 나섰다. 월드컵 당시 23명의 엔트리 중 가장 마지막에 선발된 현영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중 가장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했다. 그의 은퇴로 이제 더 이상 2002년 멤버들의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이들은 전설이 되었다. 그의 선수 생활 마감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Q. 2002년 멤버 중 마지막 현역 은퇴라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 2002 월드컵 멤버 중 선배님들도 계시고 후배들도 있지만 제가 마지막까지 현역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 기준에서 프로 선수란 좋은 기록으로 팀과 팬들에게 오랫동안 공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쌓여 2002년 월드컵 멤버 중 가장 마지막에 선발됐던 제가 마지막 은퇴 선수가 되었기에 은퇴의 아쉬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뻤습니다. 특히 당시 멤버들뿐 아니라 지도자 선생님들과 팬, 축구 관계자 모두가 진심으로 은퇴를 축하해주었기에 선수로서는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Q. 은퇴식 당시 어떤 기분이었으며, 당시 소중한 분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메시지가 있을까요?
- 은퇴식 당일 경기장을 찾았을 당시만 해도 제 은퇴식이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구단 관계자님과 감독님, 동료 선수와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움이 컸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공식 은퇴식이 열렸는데 전광판에 제 현역 시절 영상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 순간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조금 붉혀졌습니다. 그래도 감정을 최대한 억눌렀으나 마지막 인사를 남길 때 부모님 이야기에서 울컥했습니다. 은퇴를 결심하며 많은 분께 감사하지만 특히 제 옆에서 항상 묵묵히 뒷바라지해주고 제 편이 되어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또한 전남에서 긴 시간 뛰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과 가족을 포함한 많은 분께 마지막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도록 은퇴식을 열어준 구단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Q. 은퇴 후 스포티비 해설위원으로 데뷔했습니다. 지도자가 아닌 마이크를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 준비는 조금씩 해왔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 바로 지도자가 되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차근차근 채워서 제가 준비되었을 때 허둥지둥 하지 않고 저만의 축구 철학이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SPOTV 측에서도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 평소 주변에서 말을 재미있게 잘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흔쾌히 수락하게 됐습니다. 축구 해설을 통해 축구팬과  호흡하고 소통을 하는 것도 제가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Q. 해설 데뷔전을 마쳤습니다. 본인의 해설을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 첫 해설을 마치고 아쉬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모니터를 해보니 낯간지러운 부분도 있었고 상황 설명에서 시청자와 더 좋은 방향으로 호흡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죠.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해설 후 경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숙제도 동시에 받았습니다. 그래도 긴장하기보다 재미있게 잘 마쳤으니 앞으로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첫 해설 후 그라운드 위에서와 중계석에서 바라본 축구, 어떤 점이 다를까요?
- 중계석에서는 현장과 카메라도 봐야 하고 생각을 정리해 멘트도 해야 했기에 이 부분에 적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만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전체적인 경기를 바라보니 축구에 대한 시선이 더 넓어졌습니다. 각 팀의 색깔이나 전술, 지도자의 관점이 우선 눈에 들어왔죠. 현역 시절엔 이해하지 못했던 심판들의 판정도 왜 이러한 판정을 내리고, 이러한 위치 선정을 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이처럼 해설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축구로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본인 제공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축구는 각 팀당 11명이 뛰는 스포츠다. 하지만 승부에 있어 이들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쟁과도 같은 승부가 펼쳐지는 그라운드는 언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벤치에서 출전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방심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자신에게 주어질 단 몇 분의 순간을 위해 이들의 심장은 이미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뛰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현영민. 16년간 프로 선수로 활약한 그는 리그 통산 437경기를 소화하며 한 번의 우승과 세 번의 준우승을 경험한 K리그 레전드 중 한 명이다. 더불어 현영민은 국가 대표로서의 활동은 물론 국내 선수 최초로 러시아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며 유로파리그에도 출전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럼에도 그에게 2002 월드컵 멤버로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지 않았을까?

Q. 처음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며, 처음 축구화를 신었을 때의 기분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저를 유심히 봐온 담임선생님이 축구부 가입을 권유하셔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축구를 재미 삼아 즐겼지만 막상 축구부에 들어가니 틀에 갇힌 부분도 많고 위계질서도 심해 제가 생각했던 축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1년을 쉬었지만 축구에 미련이 남고 흥미가 생겨 5학년 때부터 다시 정식으로 선수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힘들었던 군대식 문화도 마음을 바꾸고 축구에 재미를 더하니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Q.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 축구팬 사이에서도 현영민 선수의 존재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이전까지 본인은 어떤 선수였을까요?
- 학창 시절에는 체구가 왜소해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연령별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활약하지 못했었죠. 그렇기에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되기 전까지 일반 축구 팬에게는 저의 존재가 미미했던 부분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대학 진학 후 당시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았습니다. 대학 선발, 유니버시아드, 동아시아 대회 등 대학생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에 대표 선수로 활동했었죠. 대학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히딩크 감독님에 눈에 띄어 테스트를 받았고 결국 2002 월드컵 선수 중 차두리 선수와 함께 가장 마지막으로 엔트리에 승선할 수 있었습니다.
 
Q. 당시 현영민 선수의 2002년 월드컵 엔트리 합류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왜 히딩크 감독은 본인을 뽑았다고 생각하나요?
- 축구 팬 사이에서는 저의 특기인 롱스로잉 때문에 월드컵 멤버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월드컵 최종 멤버 선발 전 저는 대학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테스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당시 TV에서만 봐온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지만 히딩크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최종 엔트리에 뽑힐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당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셨고 저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에 높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Q. 정작 월드컵 본선에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요?
- 당시에는 터키와의 3~4위 결정전에라도 출전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감독님의 입장은 제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었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기 때문이죠. 대표팀으로서도 물론 결승 진출은 실패했지만 그동안 응원해주신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토록 감동적인 순간에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자산이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 제공

 

 
Q. 국내 축구 선수 최초로 러시아 무대에서 활약했습니다. 러시아에서의 시간이 궁금합니다.
- 2002년 월드컵 이후 프로 선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현실에 안주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2005년 당시 저 스스로 정체된 느낌이었고 소속팀이 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러시아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고 러시아 무대에서 좋은 활동을 이어가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활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당시 포지션 변경과 다양한 이유로 팬들의 기대만큼 러시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러시아 소속팀에서 저와의 계약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속팀은 저의 성실함이나 포지션의 활동도가 높아 다음 시즌도 함께할 것을 제안했지만 당시 제가 결혼을 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고 울산의 강력한 오퍼도 있었기에 위약금을 부담하고서라도 다음 시즌 국내 무대로 복귀했습니다. 물론 저의 러시아 진출을 실패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했고 이후 많은 한국 선수들이 러시아 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던 초석을 마련했으며 저 스스로도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실패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Q. 축구 선수로서 가지는 본인의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요?
- 축구 팬들은 저의 강점을 롱스로잉과 경운기 드리블이라고 평가해주시는 데 물론 이 부분도 맞습니다. 하지만 축구 선수, 그리고 프로로서 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이 아닐까 합니다.
 

Q. 평소 후배 선수들의 고민을 많이 들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며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팀의 수비 조직에 문제가 이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후배가 있으면 경기 편집 영상을 함께 분석하며 이 순간은 좋았고 이 순간은 좋지 않았다며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또한 심리적으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에서 프로로서 어려움을 토로한다면 함께 차 한 잔 마시며 저의 경험을 진솔하게 전해줍니다. 물론 제 이야기가 모범답안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후배들과 진심어린 소통을 나누니 이제는 후배들이 먼저 저를 찾아 고민도 상담하고 서로 경험도 주고받습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그리는 좋은 지도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훈련은 누구나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와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그라운드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훈련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경기를 뛰는 것은 선수이기에 서로가 신뢰한다면 그 가능성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도자가 된다면 현역 시절 저의 모습처럼 부지런하고 성실한 준비된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Q. 제2의 인생 도전에 나섰습니다. 향후 행보 어떻게 기대하면 될까요?
- 은퇴 이후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적 여유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곳에서 찾아주셔서 선수 생활 못지않게 바쁜 일상의 연속입니다. 우선 운동을 핑계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새롭게 시작한 해설도 집중할 예정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다양하게 제작되는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제가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응할 생각입니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평소 관심 있었던 심판 교육도 이어갈 생각입니다.


▲본인 제공

 

  
2002 월드컵 멤버이자 마지막 은퇴 선수, 묵묵히 자신의 포지션에서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선수, 전매특허인 롱스로잉과 경운기 드리블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  이처럼 축구 선수 현영민을 떠올리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하고 기억하는 현영민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성실했던 선수라는 점이다. 이제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팬들의 사랑을 갚고자 한다. 현영민은 “그동안 선수로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제 축구로 받은 사랑 팬들에게 축구로 돌려 드리고자 하니 지금처럼 믿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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