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도모하는 시사프로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도모하는 시사프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5.01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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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도모하는 시사프로

이전 정부 비판 통해 시청자 수요 맞춰

 

▲ⓒPixabay

 

 

최근 지상파 방송에서 시사 프로그램과 예능 캐릭터 설정을 접목한 신종 장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주류’의 주류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팟캐스트에서 활약했던 방송인들이 TV와 라디오를 막론하고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진출하면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체 간 장벽이 공고하던 과거와 달리 주류매체와 대안매체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의 입담을 통한 ‘시사의 예능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시사와 예능의 결합, 시청률 상승세 이어가

최근 방송 편성 변화 기조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와 ‘그것이 알고 싶다’로 알려진 배정훈 PD가 뭉쳐 탄생한 프로그램으로 복잡한 시사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제목와 같이 무대는 청와대를 패러디한 ‘흑와대’이고 출연자들도 저마다 ‘특보’, ‘비서관’ 등의 직급으로 등장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가 큰 호응을 얻었는데, 당시 개그맨 강유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쫓아가며 ‘다스의 실소유자는 누구냐’는 질문을 던져 큰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정규 편성 이후 동시간대 방송되는 JTBC ‘썰전’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MBC는 ‘시사매거진 2580’을 대체하는 ‘스트레이트’를 제작해 시사 부문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주간지 ‘시사IN’의 주진우 탐사보도 전문기자와 배우 김의성을 발탁했다. 그동안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비롯해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투자 등 민감한 사안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SBS 러브FM의 ‘김용민의 뉴스브리핑’, ‘김용민의 정치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과거 대안매체에서 주로 활약하던 이들이 지상파에서 시사 이슈를 점유하는 상황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과거 정통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시청자 반응이 예전같이 않다는 점을 알려주는 반증이자, 뉴스 소비자의 시청 패턴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사의 예능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게 된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과거와 같이 단순히 뉴스를 통해 의제 설정이 되던 방식은 지났고, 이제는 뉴스 수용자가 주체적으로 이슈를 만들기도 하고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선택지도 늘어났다”며 “이는 시사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에도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으며, 방송사들은 시민들의 수요를 자연스레 읽은 것이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와 지상파의 시사 프로그램 주도권 경쟁

이질적일 것 같은 시사와 예능이 본격적으로 결합하게 된 도화선은 2011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시작된 정치 예능 방송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프로그램은 재기발랄한 말솜씨와 구체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이후 등장한 다양한 정치 예능의 교과서가 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종합편성 채널로 이어져 JTBC ‘썰전’이나 TV조선의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 MBN ‘판도라’의 편성을 불러왔고, 지상파들도 최근 들어 유사한 포맷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딱딱한 정치, 사회 현안을 시사고발의 형태로 다루되 무게감을 덜고 가벼움을 입혀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시사의 예능화’가 극대화될수록 시청자가 단선적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진행자들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반대 세력의 반발도 크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은 지난 2월 “김어준, 주진우 등 노골적으로 ‘친문’ 성향을 보여온 인사들이 속속 진행자로 등용되고 있다”며 “대놓고 어용방송 한다는 인사가 공정성이 생명인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자도 아니고 중립성을 지켜야 할 진행자로 등용된 예는 박근혜·이명박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같은 이슈를 두고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마다 해석에 있어 묘한 차이점이 나타나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 관계자들은 다매체 시대에 분산되는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지라 주장한다. 시의성이 중요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지상파 방송이 이미 주도권을 팟캐스트에게 뺏긴 상황 속에서 지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소외받았던 인사들을 정면 배치하는 전략으로 시청자 수요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방송계 종사자는 “기계적 중립은 양측의 주장만 전달하면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가치관이다”며 “어떤 게 진실인지 밝히려는 노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모든 시사 프로그램에 진보와 보수라는 기계적 균형을 맞출 수만은 없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들은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 탐사 프로그램으로만 승부수를 띄우기엔 뉴스를 소비하는 다양한 채널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들은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저마다 ‘웰메이드’를 외치며 시청률 확보에 분주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비주류’ 방송인들의 주류화가 있다. 과연 이들이 지상파에서 어떻게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보도 프로그램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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