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포스코의 부활
거함 포스코의 부활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3.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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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포스코 권오준 회장


거함 포스코의 부활

 

권오준식 경영으로 기업 쇄신 성공

 

 

 

오는 3월 14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4년 취임한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실을 보는 원년으로 삼고 있는 올해, 정준양 전임 회장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포스코 더 그레이트(POCSO the Great)’에 대한 진단이 시작됐다. 그 결과 3년 만에 60조 원 대의 매출을 회복하며 성공적인 기업 쇄신을 이룩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권오준 회장의 지난 4년과 그의 리더십을 조명해봤다.

 

극한 구조조정 끝낸 포스코
 

포스코의 환골탈태(換骨奪胎)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0조 6,551억 원, 영업이익 4조 6,218억 원, 순이익 2조 9,73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2015년 50조 원대로 떨어졌던 매출액을 이듬해 다시 60조 원대로 회복한 이후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권오준 회장만의 ‘저수익 부실사업 정리’와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포스코 체질 개선의 성과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2년에 71개에 달했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현재 38개로 줄은 상태다.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7조 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매년 4,000억 원 정도의 발생 가능한 손실을 원천 차단했고, 연결 자금시재(현금과 현금화 가능한 자산)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연결부채 비율 역시 2010년 이래 최저치인 67.6%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호재가 겹쳐서일까.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조정한데 이어 다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1~2년간 지속적으로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와 정기 임원인사에서 철강부문장 제도를 신설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비철강 부문 개혁 등 그룹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한 권오준 회장의 전략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포스코 측은 “지난 4년간 150건의 구조조정으로 7조 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두는 등 사업구조가 강건해지고 재무적 역량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올해는 제철소 설비 신예화 투자 외에도 리튬, 양극재 등 신성장 사업 투자와 에너지, 건설 등의 신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연결기준 투자비는 지난해보다 1조 6,000억 원 증가한 4조 2,000억 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매출액 목표는 연결기준 61조 9,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하는 시원유명(視遠惟明)의 자세로 올 한 해 더욱 분발해 달라” ⓒ포스코

 

 

 

스마트한 변신 위한 신사업 강화
 

지난 2014년 3월 14일 권오준 회장 취임 이전의 포스코는 방만경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였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여러 가지 외형 변수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확대해 온 신규 성장 투자사업들이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정준양 전 회장의 취임 직전 2008년과 재임 마지막 해인 2013년의 실적(연결기준)을 비교하면 속 빈 강정으로 표현될 정도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나빠지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 前 회장이 취임한 2009년부터를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으로 평가했을 정도다. 대한민국 최대 철강사가 1968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항의 민심 또한 차갑게 돌아섰을 정도다. 때문에 권오준 회장이 취임할 당시 많은 기대가 그에게 모아졌던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고자 권 회장은 재무구조 혁신을 위한 IP(Innovation POSCO) 1.0과 IP 2.0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핵심 철강사업은 매각했으며, 유사한 사업 부문은 합병시켜 효율성을 높이고 낭비를 제거했다. 저수익, 부실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부실확대를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이처럼 지난해까지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한 포스코는 그간의 결실을 올해 창립 50주년과 함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단기간에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강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 마진 확대와 함께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의 판매량 증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WP 제품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월드퍼스트(WF) 제품’,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보유한 ‘월드베스트(WB) 제품’, 높은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는 ‘월드모스트(WM) 제품’을 총칭한다. 해당 제품들은 일반 제품에 비해 이익률이 10%포인트 가량 높다. 때문에 이 제품군은 권 회장 취임 후 비중 확대에 힘써온 부분으로 이를 통해 2013년 30.3%에 불과하던 WP 제품 판매 비중은 2016년 47.3%로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53.4%까지 증가하며 기존 목표였던 52%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더불어 지난해에는 광양제철소에 연간 50만 톤 규모의 초고장력강판인 ‘기가스틸’을 생산하는 7CGL(용융아연도금강판) 전용 공장을 준공했고, 기존 아연도금강판 대비 부식을 견디는 정도가 높은 초고내식강판 ‘포스맥’, 고강도·고내식 스테인리스강 ‘포스에스디(PossSD)’,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선 연료탱크 소재로 사용되는 고망간강 등 차세대 아이템 개발 및 보급에 박차를 가하며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WP 제품은 경쟁사 대비 높은 이익률과 품질로 수익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향후 새로운 소재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체질이 개선되고, 체력이 강화됨에 따라 창립 50주년인 올해부터는 기존 사업의 스마트한 변신과 함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성장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권오준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룹 본연의 사업에 ICT를 융합하는 스마타이재이션(Smartiza-tion: 스마트화)을 추진해 차별화된 융복합 사업을 새로 개발해 4차 산업 혁명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

 

 

 

‘근본’에 대한 강한 신념 가진 ‘철(鐵)인’
 

지난해 포스코 회장 연임에 성공한 권오준 회장. 권 회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기에 처한 포스코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며 리더십을 한차례 인정받았다. 이에 대한 배경은 그의 기술적 바탕과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1950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권 회장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캐나다 윈저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석사학위 취득, 이후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다. 이후 포스코에 입사해 기술연구소 소장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을 거친 뒤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을 역임하는 등 탄탄한 기술적 기반을 다져왔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 친구들과 동료들은 평상시에는 온화하지만, 연구를 할 때와 경영을 할 때는 분명한 의사 표시와 빠른 결정, 그리고 목표에 대한 강한 추진력을 가진 외유내강형 인물이라 평가한다.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동기 부여를 통해 학업에 매진했고, 스스로 유학비용을 마련해 군 복무 후 유학길에 오를 정도로 목표를 향한 집념이 남달랐다.
 

  유학의 목표는 확고했다.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결심한 권 회장은 미국 철강산업의 본산인 US스틸이 있는 피츠버그행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그는 US스틸의 쇠퇴와 맞물린 피츠버그 경제의 쇠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는 기업의 위기는 곳 경제의 위기, 국가의 위기까지 직결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이 때문이었는지 그는 교수직 제안을 뿌리치고 생산현장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포스코로 행선지를 정했다.
 

  권 회장의 또 다른 면모로 ‘겸손’을 꼽을 수 있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소신을 지켜왔다는 지인들의 평가가 많다. 자타가 인정하는 철강기술 전문가로 포스코가 특허권을 보유한 독점기술 대부분을 개발했고, 포스코가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 개발, 인천 송도의 포스코 연구개발센터 건립을 추진해 포스코를 세계 철강업계 최고 반열에 오르게 하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이를 자신이 직접 세간에 알린 적이 없어 모르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 이처럼 그가 다방면에 걸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적 호기심’과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기술 지상주의자’로서 ‘근본’을 중요시하는 권 회장은 포스코의 근본이 ‘철’이기 때문에 근본에 집중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까지 염두에 두며 “산업 내 기술 융합뿐만 아니라 산업 간의 기술 장벽을 넘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론을 바탕으로 기업을 이끌고 있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1월 2일 ‘2018 포스코패밀리 시무식’에 앞서 포항제철소 제강부 2연주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포스코

 

 

 

창립 50주년 맞아 새 도약 박차
 

올해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사업구조를 강건하게 만든 만큼 재무적 역량이 강화된 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을 공개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1월 2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대회의장에서 열린 ‘2018 포스코패밀리 시무식’에서 그룹 본연의 사업에 ICT를 융합하는 스마타이재이션(Smartiza-tion: 스마트화)을 추진해 차별화된 융복합 사업을 새로 개발해 4차 산업 혁명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게 될 신성장 사업은 에너지 및 소재 분야의 내실을 다지고, 투자를 확대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정부 시책에 부응한 사업기회도 적극 모색해 나갈 계획을 내놓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새로운 50년을 맞이해 임직원 모두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포스코 그룹이 가야 할 길을 깊이 명심하고,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하는 시원유명(視遠惟明)의 자세로 올 한 해 더욱 분발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신의 모습과 닮은 외유내강의 포스코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권 회장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는 있다. 퇴임 이슈가 그것이다. 그동안 포스코의 수장 자리는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왔다. 초대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7명 모두 중도에 사퇴하거나 교체되는 수난을 겪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 역시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수사 과정에서 권 회장의 이름이 언급되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한-중, 한-인도네시아 등의 정상회담에서 경제인사절단에서도 잇따라 제외되며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하지만 권 회장은 권오준식 경영방침을 고수하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 포스코의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명예롭게 임기를 끝마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수장으로서 회사의 실적 상승과 재무건전성 개선 등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만큼 정치적 배경에 의해 퇴임한 전임 회장들과는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임 완주 여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는데 사실상 현장에서는 포스코 흔들기로 해석되는 분위기였다”며 “지금은 많이 잠잠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4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하며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재건하겠다”며 강한 포부를 밝혔던 권오준 회장. 그의 당찬 포부를 실은 거함 포스코가 부활을 알리고 있다. 권 회장의 리더십과 기업 구조의 파격 쇄신을 통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포스코의 행보를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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