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인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12.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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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디스토피아인가, 유토피아인가


정신의 영생이 현실화되는 시대

 

 

 

 

 

영화 ‘트랜센던스’는 천재 과학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조니 뎁이 자신의 마음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데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노트에 저장하던 정보와 기억을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속으로 업로드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기술 진보를 통해 생물학적 운명을 뛰어넘는 ‘포스트휴먼(Post-Human)’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사람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 탄생 가능성 제기

인류가 과학기술을 이용해 스스로 진화한다는 주장은 이미 20년 전부터 등장했다. 1999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철학과 닉 보스트롬 교수가 주창한 ‘트랜스 휴머니즘(Transhumanism)’이 그 시작이다. 이는 기술을 통해 노화를 제거하고 지적·육체적·심리적 능력을 강화해 인간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와 그 가능성을 탐구하는 운동이다. 당시만 해도 과학 숭배자들의 ‘컬트적’ 주장으로 취급됐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점차 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영생을 위한 기술의 진보는 보통 3단계로 분류된다. 첫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온라인상의 ‘가상 아바타’를 만드는 방식이다. 2단계는 가상 자아에 인공지능이 연결되는 상태다. 인공지능이 가상에 있는 내 자아와 연결되면서 가상 자아를 독립된 별개의 상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디지털 영생의 마지막 단계는 뇌 업로드 방식이다. 컴퓨터 속에 자기 뇌의 모든 정보를 업로드 함으로써 현실 자아를 디지털 자아로 전환하여 영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뇌 업로드가 현실이 되면 지금 인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이 탄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말에서 22세기 초 무렵이 되면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물학적 지능과 디지털 지능이 합쳐질 것이다”며 “사람이 기계와 결합한 사이보그가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강태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나노, 바이오, 생명공학, 뇌 과학을 통해 생명의 근원 및 생각의 흐름과 같은 통상적인 인간의 연구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시켰다”며 생명공학 기술의 성과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불사(不死) 비즈니스’의 발달

이와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이터니닷미(Eterni.me)’는 사용자가 생전 생각이나 이야기, 다양한 자료 등을 올려놓으면 사망 후 디지털 아바타로 영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생전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보관하면 미래에 태어날 손자가 지능형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서비스 시작 이후 이미 3만 명 이상이 가입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증강현실을 통해 고인과 만나거나 홀로그램을 통한 과거 스타의 사후(死後) 콘서트,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보존하는 소리 도서관 등이 이른바 ‘불사(不死)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전 세계의 ‘슈퍼리치’들 또한 엄청난 부를 이용해 수명연장과 불로(不老)를 넘어 ‘새로운 인간’으로의 진화 기술을 연구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러시아의 미디어 억만 장자 드미트리 이츠코프는 두뇌 속의 의식을 멀리 떨어진 ‘아바타’에게 전송하는 길을 찾아내기 위해 ‘2045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방법이 성공하면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취미를 1만 년 이상 즐기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구글의 레이 커즈와일 이사 역시 2045년쯤이면 인간과 기계가 융합해 불멸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연구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 제기하기도

많은 과학자들은 기술의 진보가 현재의 속도를 유지한다면 정신의 영생이 현실화되는 시대는 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독일 뇌 생물학 연구기관인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책임 연구원 빈프리드 덴크는 “40년 정도면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정확히 복제해 디지털로 구현하는 기술과 도구를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멸의 기술을 만들기 위한 연구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있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연구진은 최근 한계수명에 대한 연구 결과 인간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명은 115세라고 발표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도 한 기고문에서 “현재의 컴퓨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절대적으로 구분되어 기능하는 형태로는 인간의 뇌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또한 실현되더라도 오히려 인류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미국의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수명의 대폭 연장은 인류 전체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고, 인간의 본원을 탐구하며 데이터가 스토리가 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가 인간 너머 새로운 존재로 진화할지, 그 미래가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의식을 창조하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 관념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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