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뒤흔드는 ‘리셀러’ 논란
유통시장 뒤흔드는 ‘리셀러’ 논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11.05 0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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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유통시장 뒤흔드는 ‘리셀러’ 논란

 


제재할만한 근거와 대책 마련 시급

 

 

 

 


‘국민타자’ 이승엽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인볼이 인터넷상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반박하는 의견들도 많았지만 소장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만 접근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제기됐다. 한편, 최근에는 한 언론사의 기자가 청와대로부터 받은 시계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논란이 일자 직접 해명과 함께 사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리셀러(Re-seller)’들의 상품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갈수록 급증하는 ‘리셀’ 시장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A씨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발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다. 구매를 벼르고 있던 제품이 발매되자 A씨는 주말 아침부터 일찍 집을 나섰으나, 매장 앞은 새벽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고 결국 원하던 상품을 구매하지 못했다. 다음날 그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해당 제품이 리셀러들에 의해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발매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제품을 구매했다”며 “그래도 외국에 나가서 직접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셀러는 상품을 되팔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주로 온라인 중고거래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신발과 옷, 가방은 물론 전자제품과 취미용품, 심지어 명절 열차표와 스포츠 티켓까지 웃돈을 붙여 이윤을 얻는다. 이러한 리셀 행위는 근래의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단위로 이뤄지던 과거 사례에 반해 최근엔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리셀’을 전문으로 하는 쇼핑몰도 급증하고 있으며 SNS 상에서는 전문 리셀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은 아니다. 연예인의 팬 사인회 대기 순서는 물론 먹다 남은 식료품까지 리셀되는 경우가 있다. 리셀 행위가 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취지에 반한 채 성장하며 부작용 발생

물론 처음부터 리셀 행위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리셀러의 원형은 ‘구매대행업자’라 할 수 있는데, 규모가 무분별하게 커지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온라인 네트워크 발달은 날개를 달아줬다. 인터넷 상에서 소문이 빨리 확산되다 보니 인기있는 상품은 짧은 시간에 매진되고, 이 틈을 노려 소비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한 중고 거래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상명대학교 소비자학과의 이준영 교수는 “리셀러가 취급하는 품목은 대부분 한정판인데, 이는 원래 소수 마니아층을 위해 기업이 발매한 제품이다”면서 “하지만 리셀러들이 해당 상품을 투기의 목적으로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리셀러들은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항변하기도 한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되팔기 실패라는 ‘리스크’를 안고서도 투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리셀러의 인기품목인 농구화 ‘조던 시리즈’의 경우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발매가격에서 두 세배정도는 기본으로 뛴다는 것이 리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조던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조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뻥튀기 된 가격은 담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리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B씨는 “리셀러들이 ‘봇(bot)’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동업자들끼리 가격을 맞춰 여러 게시판에 올리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밝혔다. 유통질서와 리셀의 기존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 불구 편법 제재 방법 없어

전업 리셀러들은 한 달에 수 백 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딱히 없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통신판매의 거래 횟수가 20회 이상이고 거래 규모가 1,200만원이 넘는 경우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해 사업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당국은 온라인이나 직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리셀의 속성상 적발이 어려워 사실상 과세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소비자가 리셀러를 세정 당국에 직접 신고해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부 리셀러는 소비자의 신고를 피하려 교묘히 편법을 쓰고 있다. 판매 게시물을 올렸다가 구입자가 나타나면 바로 삭제하고, 계정도 주기적으로 변경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고를 피하는 것이다. 
 

  이처럼 투기행위를 통한 리셀러들의 행태는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만한 마땅한 근거와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판매업체가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자체 수단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스스로 리셀러들의 과도한 요구를 외면하는 노력을 통해 자정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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