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 협정··· ‘밀실추진’으로 멍든 국가외교정책
한·일 군사정보 협정··· ‘밀실추진’으로 멍든 국가외교정책
  • 김동영 기자
  • 승인 2012.08.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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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 동북아 평화인가
[이슈메이커=김동영 기자]

한일군사정보협정이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각종 도발에 대응하고 PKO활동, 테러, 해적 문제 등 초국가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자, 한일 양국이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정보의 제공절차, 이용방법, 보호에 관해 규정한 협정이다. 협정 체결에서 국민여론이 수렴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일 간 군사협정을 졸속으로 처리하려 했다는 질책이 계속되자 정부는 협정체결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한일군사정보협정 연기, 긴박했던 6월

2010년 1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부터 1년 6개월간 한일 정부가 협정을 맺기 위해 논의한 것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등이었으나, 한국 정부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여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먼저 체결하기로 처리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양국은 서로의 군사 비밀을 공유할 수 있게 돼, 이지스함 6척과 조기경보통제기 10대를 보유한 일본의 대북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본 자위대의 한국 영해진출을 허용한다면 동해 독도 자위대파견도 명분상 가능하게 된다. 특히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간의 과거사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을 비밀리에 통과시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5월 17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한·일간 군사협정을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고 앞으로 국회 차원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한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있어서 체결 시점을 감안하겠다”며 정치권과의 협의를 약속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보다 사흘 앞선 5월 14일 법제처에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법령심사를 의뢰했고 일본과 정부가 단독으로 체결할 협정안이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 여론의 반발을 감안해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법제처는 6월 22일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협정’이라고 외교부에 통보했고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 체결안을 즉석 안건에 포함해 비공개로 의결했다. 외교부는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지만 서명은 예정대로 한다”며 협정 체결을 고수했다. 하지만 6월 29일 오후 4시 협정 서명이 보류되자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유념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적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4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는 그 동안 가서명 사실을 국회와 여야 정당에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서명은 협정 문안을 사실상 확정하는 절차이다. 이처럼 정부가 처음부터 정치권과의 협의나 여론 수렴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협정을 체결하려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Again 1964, 역사는 되풀이 되나

지금과 같은 한일협정반대운동은 1964년에도 일어났다. 지금과 내용은 다르지만 국민의 여론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같은 분위기를 심어주고 있다. 한·일협정 반대운동은 1964년부터 1965년까지 전개된 한·일회담과 한·일협정 체결에 반대한 야당, 지식인, 학생,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기 위해 한·일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64년 박정희 정부는 ‘3월 타결, 5월 조인’으로 조기타결 방침을 굳게 세웠고 3월 9일 야당과 재야세력들은 ‘대일저자세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를 결성해 회담반대 강연회를 개최했다. 한편 대학가에서는 3월 24일 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광고 등에서 한일회담 즉각 중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개되었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의 모습도 과거의 한·일협정반대운동과 비슷하다. 정부가 6월 26일 협정 체결안을 즉석 안건에 포함해 비공개로 의결하자는 소식을 듣자 시민단체들은 앞다퉈 ‘한반도 신냉전구도를 조장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즉각철회하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동북아역사시민네트워크 상임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6월 27일 성명서를 통해 “한·일 간의 군사안보협력은 한‧일 간 진정한 과거사청산을 통한 화해와 평화의 과정 생략, 한반도신냉전 구도조성 그리고 일본의 평화헌법 위배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한반도평화를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가중시킬 것이 명백하므로 군사협정 체결 의도를 즉시 중단해야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일본은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하는 등 일본의 군사개입 명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 협정은 일본평화헌법 제9조에도 명백히 위배되므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국익을 위한 길은 무엇인가

한희원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말레이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24개 국가 또는 국제기구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다. 이번 일본과의 협정도 글로벌 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춘 것이다”라며 “무엇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정보 폐쇄 국가이자 핵보유국인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일본이 갖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회 동향 등 다양한 대북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며 협정 채결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 국가가 아무리 뛰어난 정보수집 능력을 가졌다 해도 모두 수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일협정과 관련한 반일감정을 거론하지만 정보 공유는 냉전시대 적대국 사이에도 이루어졌고 일본의 핵무장이나 독도 문제를 들어 일본과 교류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정보 공유는 우리의 안보와 관련한 문제다”라며 필수불가결한 국가안보 기반 장치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일관계 전문가이자 교수출신인 강창일 국회의원은 정부의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의원은 “최근 일본 자위대가 42년 만에 무장훈련을 하고, 노골적으로 핵무장 추진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 같은 마당에 우리가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본 자위대를 정식군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되며,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한일군사협정을 가장 원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며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중국·북한·러시아를 뭉치게 해 동북아의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만 더욱 고조시킬 뿐”이라면서 “그 사이에서 어떤 나라가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될 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일군사보호협정에 대한 정부의 졸속 추진에 대해 시기 절차적인 면에서 반역사적, 반평화적, 반통일적인 외교참사”라고 규정하고 “이번 협정에 대해 역사 인식과 북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고 균형적인 다자 외교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인영(전 민주당최고위원) 의원은 “독도와 위안부문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역사교과서 왜곡 등 일본의 궁극적인 태도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합의가 우선시 돼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협정 추진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7월 7일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경북도당 민주당원의 날 행사에서 “우리나라를 침략해 36년이나 강점한 나라에게 군사비밀을 몰래 내주려고 할 수 있냐”고 말하면서 “정부는 내용은 문제없으나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 군사기밀을 일본 자위대에 넘겨주는 일이 어떻게 문제가 없단 말이냐”며 “젊은 사람들이 표현하는 멘탈붕괴고 멘붕 정치”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다시 불거진 ‘국민여론 수렴의 부재’

7월 3일 서울데이타리서치는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일군사협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해 반대하는 70.9%였고, 반면에 찬성한다는 시민은 17.9% 였다. 국민의 ‘밀실추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7월 6일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밀실 추진’ 논란에 대해 국무회의 의결 절차 전반에 총체적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7월 6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실과 외교부가 6월 중 서명 처리하고 그 사실에 대해 양국 내 절차가 끝나는 시점까지 비공개로 하자고 한 한·일간 실무합의에 따라 국무회의에 즉석안건으로 상정하고 결과를 비공개로 하는 등 절차상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외교 관례를 들어 일본의 국내 절차 완료까지 비공개할 게 아니라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의 사표를 수리했고 외교통상부도 조세영 동북아시아 국장을 전격 교체했으며 외교부 1차관과 실무 담당 과장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청와대는 사실상 협정의 절차상의 문제만 인정했고 앞으로 협정 처리를 위해 국회에 대한 설명과 대국민 설득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인 만큼 국회와 국민에게 소상히 공개하고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하라”면서 협정체결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 흔히 강화도 조약으로 알고 있는 이 조약은 1876년(고종 13년) 2월 강화도에서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약이며, 일본의 군사력을 동원한 강압에 의해 체결된 불평등 조약으로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강화도 조약을 빌미로 조선에 착취를 가능케 했다. 이후 일본과의 수많은 조약과 국권피탈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 속에서 ‘백성들의 민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의 한일군사정보협정이 제 2의 강화도조약이 되지 않길 바라며, 국민여론이라는 이름의 독단적 행동이 자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임성희 기자 글/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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