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리지 않는 범죄소년, 재범자의 길로 빠지다
제동 걸리지 않는 범죄소년, 재범자의 길로 빠지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7.10.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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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제동 걸리지 않는 범죄소년, 재범자의 길로 빠지다

범죄소년에 대한 교화 멈춘 대한민국

 

▲해당 통계 자료는 검찰청의 ‘소년범죄분석통계(2010~2015년)’와
행정안전부의 ‘인구통계(2015~2016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한 시민의 청원에 약 40만 명이 동의했고,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소년법 개정이나 폐지를 바라는 응답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부산 폭행사건’을 비롯해 청소년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결과다. 본 기사에서는 과연 세간의 인식대로 소년범죄가 점증하고 있는지, 소년범죄를 줄일 대안을 제시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소년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소년범죄

요새 일어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강릉·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충격을 주고 있다. 청소년이 벌인 범죄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죄질이 나빠서다. 2004년 벌어졌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대표적인 사건이다. 일명 ‘밀양연합’이라는 조직의 고등학교 학생 115명은 여학생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 구타, 공갈협박, 금품갈취를 행하고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수사기관이 사건 축소은폐 의혹까지 받으며 한때 이슈가 돼 시민과 네티즌의 원성을 샀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13년, 청소년이 일으킨 각종 강력범죄 영상이 공개되고, 이들을 성토하는 소셜 미디어 상의 글이 늘어나며 청소년들도 중범죄를 범했을 경우, 성인처럼 ‘달게’ 처벌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다.
 
소년법은 만 19세 미만의 소년이 범죄을 벌인 경우 성인과 달리 처벌의 수준을 감경한다. 소년법 제59조는 소년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질러도 15년형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UN 아동권리협약은 만 18세 미만의 사람이 사형 혹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부과받아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년의 기준이 만 19세로 대부분의 국가가 만 18세로 규정하는 데 비해 높은 편이다.

2008년 소년법은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다. 당시 성북구 소재 한 고등학교의 졸업식 직후 해당 학교 여학생들이 왕따를 당하던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소년법 개정의 도화선이 됐다. 소년법은 ‘소년’의 범위를 만 20세에서 19세로 수정됐다. 2008년 소년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소년범죄는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매년 등락이 폭이 크고 어느 해에 크게 오르는가 하면 대폭 떨어지기도 한다. 소년법을 개정했다고 해서 소년범죄가 줄었다고 할 만한 증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소년법 개정 후 소년범죄는 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범죄를 지을 당시 만 19세 미만이었던 소년이 재판 당시 만 20세가 되면 법률상 범죄소년이 되지 않는다. 소년의 기준에 들어가는 나이가 줄어 재판 당시 성인으로 인정되는 범법자의 수가 늘어난 반면, 소년범죄 수가 줄지 않았으므로 소년범죄는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소년이 줄어듦에도 제자리인 소년범죄

잔혹한 소년범죄가 연일 뉴스와 소셜 미디어에 나오면서 소년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 소년범죄를 다룬 다수의 칼럼은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나, ‘소년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청에서 공개한 ‘소년범죄분석통계’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소년범죄 증감현황과 범죄별 통계를 보여준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소년범죄 수는 해마다 증감의 폭이 크고 전체적으로 그 수가 늘거나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소년범죄율을 고려할 때 주목해야 할 점은 대한민국 전체 소년 수의 감소다. 전체 소년범죄자 수의 유의미한 증감이 없기에 분모가 되는 전체 청소년 인구수가 얼마나 되는지 중요하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인구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이후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의 수가 거의 매년 20만 명씩 줄고 있다. 2010년까지 600만 이상을 유지하던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인구수는 2016년에 약 548만 명이다. 즉, 전체 소년범죄가 줄거나 늘지 않은 상황에서 소년 수가 줄었다는 두 가지 통계는 소년범죄율이 늘었다는 증거가 된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폭행, 상해, 협박, 체포 및 감금의 죄목을 받은 소년의 수가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소년 범죄는 뉴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범죄 종류다. 물론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준하는 성인 범죄급 범죄는 통계상 유의미한 증가 폭을 보인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금전적인 범죄 이외의 죄질이 좋지 못한 사례가 나날이 늘어난다는 점은 크게 우려할 부분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강력, 집단적, 위험한, 치명적인 폭력범죄는 소년법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게 하고 엄중한 법에 의한 조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소년법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범죄행위가 소년법 때문에 제대로 처벌받지 못해 소년법 자체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년범죄율의 증가보다 우려되는 재범률

언론은 살인, 성범죄 등 소년 중범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이는 자극적인 기사가 가져올 잘못된 인식을 깨닫지 못한 처사다. 소년 살인범 뿐만 아니라 소년 성범죄의 수도 해마다 증감의 폭이 크고 검찰청이 공개한 10년치 통계를 놓고 보았을 때 10년 전과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언론이 큰 사안으로 다룰 문제는 소년재범률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호관찰대상 성인 및 소년의 재범률을 발표했다.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성인 재범률을 4~5%인 데 반해, 소년 재범률은 11%에 달한다. 소년 범죄율이 성인 범죄율의 2배에 이르는 결과다. 금 의원은 “소년 재범률이 성인 재범률보다 2배 높다는 것은 범죄소년에 대한 사회의 교화가 재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호관찰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청소년 재범률이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보호관찰 대상자 중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보호관찰 사건 수는 2013년도 21만 여 건에서 2016년도 27만 여건으로 크게 증가한 반면, 보호관찰 인력은 같은 기간 늘지 않았다. 선진국은 보호관찰 직원 1인당 담당 사건 수가 10여건을 넘지 않으나, 우리는 203건에 달한다. 관련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형세라고 볼 수 있다.

사법 및 경찰 당국의 적절한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한 결과, 범죄소년에 대한 시민의 원성이 극도로 달하고 있다. 강력범죄를 일으킨 범죄소년에 대해서는 사회의 엄격한 꾸짖음이 필요하지만, 사회도 제대로 교화기능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소년재범률을 낮추지 못할 경우, 이는 곧 성인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포악해진 소년’을 탓하기보다 대한민국이 사회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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