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위 1%의 마음을 잡아라
대한민국 상위 1%의 마음을 잡아라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8.08 0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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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특별한, 더 럭셔리한 ‘감성 중심’ 마케팅으로 진화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Special Report] 부자학


‘나 누군지 몰라? 나 이런 사람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특히 상류층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심화된다.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별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상류층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발견한 일명 ‘2080 법칙’은 전체 인구 중 20%에 해당되는 소수의 계층이 80%의 소득을 차지하고, 나머지 80%에 해당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20%의 소득을 나누어 갖는다는 뜻이다. 이 ‘2080’ 비율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데 ‘20%에 해당되는 소수의 VIP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뜻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VIP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양각색(各樣各色) 한국 부자들의 4가지 유형
그렇다면, 한국의 부자(富者)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떨까.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스스로 돈을 벌었느냐, 아니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느냐에 따라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 SK그룹의 광고 및 마케팅 회사인 SK 마케팅앤컴퍼니(M&C)는 최근 ‘소비패턴 분석 시스템’에 따라 부유층 소비자 2만 2500여 명의 인식 및 구매행동을 분석했다. 연간 백화점 지출액 3000만 원 이상 848명과 자영업자 1만 2000명, 의사와 판검사 등 전문직 1700명이 포함됐다. 또한 한국리서치가 만 25세 이상의 고소득자와 이들의 배우자 100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참조했다. 이시혁 커뮤니케이션사업부문장은 “이번 연구로 막연한 대상이었던 부자를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유형에 따라 세분해 최적의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구분한 한국 부자는 올드머니(Old money), 에코(Echo), 셀프메이드(Self-made), 프로페셔널(Professional) 등 총 4개 유형으로 구분됐다. ‘올드머니’형은 60세 이상 은퇴자들로 여러 세대에 걸쳐 부를 축적했으며 전통적 부촌으로 상징되는 서울 강북의 평창동, 성북동, 동부이촌동 거주자가 많았다. ‘에코’형은 이들의 2세들인 30∼49세로 신흥 부촌인 서울 강남 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 등의 고급 아파트에 많이 거주했다. ‘셀프메이드’형은 40세 이상의 개인 사업자로 부모 세대의 경제적 도움 없이 개인 능력으로 재산을 형성했으며, 전통 부촌 및 신흥 부촌 거주자가 섞여 있다. ‘프로페셔널’형은 30∼59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 신흥 부촌 거주자가 많았다.

부의 형성 과정이 다른 만큼 인생에 대한 시각도 크게 달랐다. 에코형과 셀프메이드형은 ‘오늘을 즐기자’라는 주의가 많았다. 에코형의 40대 여성은 “현재 생활에서 특별히 더 바라는 것이 없다. 앞으로도 지금의 여유가 유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프로페셔널형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직업의 전성기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높았다. 40대 한 의사는 “30대 중반쯤 개원한 뒤 40대 중반 수입이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한창때 최대한 성과를 낸 뒤 은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육에 대한 시각도 큰 차이를 보였다. 에코형과 셀프메이드형은 성적보다 자녀의 흥미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자녀들까지 성적에 연연하며 아등바등 살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반면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 성공한 경험이 있는 프로페셔널형은 자녀들에게도 같은 기대를 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30대 전문직 남편을 둔 한 ‘대치동 엄마’는 “부모들이 경쟁을 거쳐 성공한 사람이어서인지 교육열도 치열하다”며 “요즘은 학원도 성적순으로 뽑기 때문에 좋다고 소문난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과외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인간관계에서 셀프메이드형은 사업으로 성공한 이력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유형의 부자들은 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경향 때문에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뭉치는 폐쇄적인 경향이 많았다. 자산관리 성향도 큰 차이를 보였다. 투자에서 안정성을 중시한 에코형과 달리, 프로페셔널형은 수익성을 더욱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들 중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비상장 주식에만 투자한다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일로 성공을 거둔 셀프메이드형은 재테크보다 일에 더욱 관심이 많았고 투자를 하더라도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소비 성향에서 올드머니형은 대중화된 명품을 거부하는 ‘은둔형 가치소비’를 했고,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한 에코형은 관심 있는 분야 소비에 집중하는 ‘자존형 향유파’가 많았다. 반면 프로페셔널형은 직업에 따른 대외 이미지를 중시해서 이른바 유명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등 부자 속 부자들의 성향도 각양각색이다.

 

‘난 남들과 달라’, VIP 마케팅만이 살길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이나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데 반해, 경제 불안이나 구조조정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류계층의 소비활동은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실례로 IMF 발생당시 서울 강북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20%와 10%씩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2%만 감소했다. 그 이후 대중백화점을 자처하던 롯데백화점과 생활 속의 백화점을 모토로 삼던 신세계백화점은 마케팅에서 큰 전환을 맞게 된다. 대중적 소비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판매하는 할인점이나 홈쇼핑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백화점의 살 길은 고급화 전략에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귀착점은 고소득자를 타겟으로 한 VIP 마케팅이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VIP 수요를 파악하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해졌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부유층을 사로잡은 마케팅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주저함 없이 ‘몽블랑’사례를 부유층을 겨냥한 대표적인 VIP 마케팅으로 꼽는다. 몽블랑은 만년필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 중 명품이다. 만년필을 만드는 타 브랜드들도 몽블랑의 브랜드 이미지를 인정한다. 몽블랑은 오늘날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가운데서도 고가와 차별화 전략을 실천해 다른 브랜드를 압도했다. 1987년 몽블랑의 CEO로 부임한 노버트 플라트 사장은 몽블랑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취임 이후 20달러 이하의 제품생산을 전면중단하고 최고의 품질과 희소성을 가진 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1992년부터 특별 생산하고 있는 한정 상품은 몽블랑의 VIP 마케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마이센 자기로 외관을 만든 2001년 한정판인 ‘마르퀴즈 드 퐁파두르’의 한 자루 가격은 250만 원이며, 4,810개의 상품 가운데 한국에 배당된 만년필은 총 50자루다. 일반인에게는 고가이지만 한정 상품의 경우 보통 한 달 안에 동이 나 못 팔 지경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시된 100가지가 넘는 몽블랑의 만년필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 수집가만 해도 전국에 약 10명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IP 마케팅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치열하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 해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는 VIP 고객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 추세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액 구매자의 증가와 함께 전체 매출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백화점들은 VIP 고객들만을 위해 더욱 특화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VIP 고객의 확보가 곧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객을 유치하고 이동을 막기 위한 마케팅 방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은 앞 다퉈 한정된 상위 고객들을 대상으로 VIP 라운지를 운영하여 고객감동을 통한 상류층 지갑열기에 성공했다. 백화점들은 브랜드별 구매금액에 따라 VIP를 선정하고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에게 초청편지를 띄운다. ‘시크릿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고객 초대회, 패션쇼, 트렁크쇼(trunk show), 뷰티클래스 등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트렁크쇼’는 소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장 통로에서 진행하는 미니 패션쇼를 일컫는 것으로 평범함을 거부하는 VIP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들의 특별한 소비를 위한 카드회사의 상품도 속속 출시되는 중이다. "for The Exclusive Honor(오직 한 분의 명예를 위해 존재합니다)"를 강조하며 부자들을 겨냥한 VIP 마케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에도 카드사의 VIP 회원 수와 카드사용액은 크게 줄지 않는 등 상류층의 소비행태는 소득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당장의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관리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현금서비스를 거의 안 쓰고 연체율도 거의 0%에 이른다”고 말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부자들의 속성상 획일화된 서비스를 ‘지양’하고 일대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더불어 진정한 VIP들은 드러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귀족 마케팅이 더 특별한 장소, 더 럭셔리한 이벤트로 희소성을 강조하며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감성 중심’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명품이 일반화되면서 VIP처럼 되고 싶은 일반인들의 심리를 활용한 ‘준 귀족 마케팅’, 즉 매스티지(masstige) 시장이 확대 추세라는 점이다. 가격은 명품보다 저렴하면서 만족도는 명품 못지않은 매스티지 상품을 소비하면서 소비자는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심리적 만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명품이 대중화되면 될수록 VIP들은 보다 더 ‘고급’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모델하우스조차 아무에게나 오픈되지 않고 예약을 받아 공개하는 일부 럭셔리 아파트나 진짜 ‘귀족’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한정판 명품을 선호하는 것이 VIP들의 심리다. 최근에는 특정계층을 위한 호화 사이버 쇼핑몰, 명품 전문 쇼핑몰, 상류층 중매사이트 등 회원 중심 귀족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VIP 시장이 개척되고 있다.

 

상류층 소비행태를 보는 시각은 ‘냉랭’
상류층이 우리 경제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은 ‘분명 나쁜 짓을 했을 것’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정서이다. 언론도 상류층의 실체에 접근하기보다는 사치스러운 그들의 생활에 관심을 집중시켜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데 급급하다. 실제로 1998년 IMF 경제위기 때 일부 언론과 국민들은 상류층의 소비행태를 놓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비난했다. 그 결과 내수소비의 침체를 깊게 해 불황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험을 하고도 자기 돈을 쓰면서도 눈치 보며 쓸 수밖에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같은 계층 간 교류하며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혹은 국내를 떠나 외국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자유를 누린다. 부자들의 삶은 대중들이 쉽게 누리거나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기에,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이슈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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