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낙산공원의 성곽 아래쪽부터 한성대학교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삼선동 장수마을은 급한 경사지를 기반으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형적인 달동네에 속한다. 약 22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장수마을은 마을이름처럼 65세 이상 인구가 50% 이상 차지하며, 가구당 평균 소득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곳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삼선동 장수마을을 찾았다.
삼선동 장수마을은 1960년대 농촌에서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다.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은 고령의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주민들이 장수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정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삼선동은 주름이 진 것처럼 지형의 기복이 심한 편인데, 높은 성곽에서 깊은 골짜기, 다시 언덕을 넘어 골짜기로 이어지는 지형이 특색이다. 문화재인 서울성곽과 바로 붙어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재개발이 쉽지 않은 이곳은, 지난 2004년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선4구역’은 장수마을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다. 장수마을의 주민들은 필수적인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재개발과 문화재 보호 때문에 낡은 집을 수리할 수조차 없는 불편을 겪고 있다.
장수마을이 재개발 된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재정착율은 지극히 낮게 평가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일환 중 하나로 마을의 고유한 문화와 경관을 지키면서도 중요한 문화재들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해 지역재생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채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장수마을은 주민참여형 대안적 재개발이 진행 중이며, 기존의 단순히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닌 대안개발을 통해 재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될 전망이다.
가정의 달 5월, 이웃과 가족들로부터 소외돼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서울성곽 아래의 작은마을에 새로운 희망의 새싹이 자라나길 기대한다.
사진/글 박경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