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여 년의 세월 동안 인도차이나 지역을 지배한 앙코르 왕국의 유적 앙코르와트는 BC 802년부터 1431년까지 역사가 녹아있어 세계인들의 관심을 이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호주 고고학자 데미언 에번스 박사팀이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중세의 새로운 도시를 발견했다고 발표할 만큼 현재까지 지속적인 탐사와 개발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습지 위에 섬을 만들어 포크레인이나 기중기 없이 3층 건물을 만들어 낸 만큼 저 멀리 여명과 함께 드러난 앙코르와트 사원의 실루엣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해자를 넘어 출입구로 향했다. 출입 건물 좌측으로는 불상이 보였다. 힌두교 비수뉴신의 사원으로 알려진 이곳의 동상은 사실 힌두교 신의 상(像)이지만, 캄보디아가 불교국가로 변화한 현재는 부처로 모셔지고 있다. 죽음의 신인 비슈누와 밝게 빛나는 외부의 모습이 대조적인 느낌을 보인다. 신전 내부로 깊게 들어가자 십자 회랑으로 불리는 장소가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몽크(Monk, 승려)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 승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관광객들을 응시하고 노승은 방문객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기자는 한층 더 사원을 올라갔다. 창문 밖 저 멀리 보이는 사원에서 백색 의복을 입은 여승들이 그늘 속에서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원의 역사와 함께해온 여승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은 오랜 시간 이곳 앙코르와트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마주하며 변화하는 사회를 관조해왔을 것으로 보였다. 사원을 나오며 기자는 높게 솟은 앙코르와트의 첨탑을 바라봤다. 기어가듯 몸을 낮춰 올라야하는 높은 계단은 이곳이 신성한 장소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국내 사회에도 다양하고 독창적인 문화재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을 관리하는 문화재 관리청 직원들처럼 적극적이지는 않다. 한국의 우수 문화재들도 이곳처럼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길 바라는 작은 소망과 함께,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앙코르와트를 나섰다.
사진/글 이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