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7.07.0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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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현실을 넘나드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
[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이론과 현실을 넘나드는 날카로운 정치 분석
 

 

“깨어 있는 시민이 세상의 주인이 됩니다”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왕따의 정치학’ 출간
 

조기숙 교수는 미국 선거와 여론을 전공했고, 미국의 이론을 한국적 맥락에 적용해 한국의 선거와 여론을 날카롭게 설명하고 예측해왔다. 조 교수는 1999년부터 논평가로 활동하며 대중에게 널리 이름을 알려져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그는 2005년, “당선시켜 놓았으니 책임지라”는 노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홍보수석 비서관으로서 공직에 참여해 1년간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허니문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도한 보수언론과 달리, 진보언론은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진보 지지자의 상당수는 노 전 대통령이 진보언론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아 불운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기에 진보언론의 비판에 더 예민한 상태다. 진보 지지자 사이에는 “노무현을 잃었지만, 문재인마저 잃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왕따의 정치학’을 출간해 친노·문 진영이 좌우언론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조기숙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왕따의 정치학’을 집필한 계기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 박근혜 정부가 집권할 당시 진보언론은 정권의 불통과 권위주의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진보언론은 그 노력과 별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친노·문 정치인 및 지지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비판적이었습니다. 진보언론이 두 대통령보다 보수적인 안철수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진보언론의 친노, 친문에 대한 박한 평가가 이루어진 배경을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Q.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노사모’, 친문 지지자를 신좌파로 분류하셨는데,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 1968년 프랑스의 5월 혁명으로 촉발돼 전 세계적인 반전운동, 반권위주의 운동으로 발전한 68혁명에서 출발한 신좌파는 대체로 탈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과거 구좌파와 보수가 공유하고 있는 물질주의, 권위주의에도 반대했습니다. 노사모와 문재인 지지자들도 집단주의적인 구좌파와 달리, 자발적인 연대를 즐기고 개인의 평등과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개인주의적 정치세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를 내려놓고 시민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두 대통령을 매우 좋아하는 겁니다.

 

 

Q. 신좌파인 친노·문과 구좌파인 진보언론이 가진 문화적 차이가 현상의 배경이라고 지적하셨는데, 진보언론을 구좌파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구좌파인 진보언론과 신좌파인 친노·문 지지자들은 서로 정책적인 부분에서 교집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문화적 태도의 차이입니다. 진보언론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성소수자를 위한 전면적인 공약을 내지 못했다고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공약하지 못했는데, 미국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까? 진보를 이끈다고 생각하는 진보언론의 엘리트주의, 전위대적인 성격이 구좌파의 특징입니다.

 

 

Q. 한편, 유럽에서 좌파가 한동안 우파에 밀려 집권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런 현실을 어떻게 분석하고 계십니까?
 

- 유럽의 구좌파는 우리와 달리, 집권경험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길이 아닌 구좌파의 기득권을 보여주고 있기에 패배하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촛불집회를 생각해보십시오. 시민들은 구좌파 노조의 투쟁 슬로건에 무관심했던 반면, 재미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중학생과 일반 시민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습니다. 앞으로 좌파, 진보정당은 정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이제는 ‘논평가 조기숙’에서 ‘인간 조기숙’으로
 

조기숙 교수는 노 전 대통령과 같이 싸움을 좋아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조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사실 싸움을 즐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알고 보면 조용하고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는 사람입니다. 조기숙에게 칭찬 한 번 못 들어본 사람이면 문제라는 말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Q. 2012년 문재인 이사장에게 정치권에 입문할 것을 제의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절대 혼자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교수님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십니까?
 

-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이 정말 다르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노 대통령과 정말 비슷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릅니다. 문 대통령께서 수석급에 친노와 친문 인사를 쓰지 않고 폭넓은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 역할은 ‘왕따의 정치학’을 써서 지지자들에게 용기와 가이드북을 준 것으로 충분합니다.
 

 

Q. 향후 어떤 연구, 출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 노 전 대통령께서는 대화와 협상에 능한 분이세요. 먼저, 제가 노무현 시민학교 교장일 때 노 대통령의 대화와 협상 사례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추려서 ‘대통령의 협상’이라는 사례집을 내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정치에서 협상이 결렬된 사례를 통해 실패한 원인과 모범적인 협상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쓰고 싶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저와의 마지막 만남 때 제게 교육을 놓지 말고 챙기라고 하셨기에 앞으로도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겠습니다.
 

 

Q. 끝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우리는 뻔히 지는 게임인 줄 알면서 달려드는 수컷 정치는 그만두고 대화와 협상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야당은 질 싸움에서 예의를 차리며 상대에게 양보해주고 타협이 필요할 싸움에서는 양보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생각하는데, 여당은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을 더욱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의 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조기숙 교수는 정치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원하는 연구와 활동을 하며 여생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쌓임에도 참여정부 최후의 변호인을 자처해 온 조기숙 교수는 노무현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자신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힌 조기숙 교수. 냉정하고 비타협적인 한국의 정치문화에 대화와 협상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활발하게 연구해주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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