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속 대장균으로 균일한 나노입자 만든다
물방울 속 대장균으로 균일한 나노입자 만든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6.2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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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연구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Korea 1% & Convergence Laboratory]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머리카락 10억분의 1 크기의 나노소재는 최근 전자,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는 추세다. 하지만 기존 금속 나노입자 합성법은 고온에서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높은 에너지 소모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미생물을 이용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생물공학적 나노입자 합성법을 시도했지만, 문제는 합성된 나노입자의 크기가 불균일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생물공학적 방법으로 균일한 금속 나노입자를 합성한 이가 있어 찾았다.


 

 

액체방울로 균일한 금속 나노입자 합성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는 흔히 ‘랩-온-어 칩(Lab-on-a-Chip)’이라고 불리는 마이크로플루이딕(fluidic) 칩을 이용해 균일한 크기의 마이크로 액체방울을 만들고, 그 안에 유전자가 재조합된 대장균과 나노크기의 금속이온을 동일한 농도로 넣어 균일한 크기의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합성된 나노입자를 세포에서 분리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 액적 내에서 합성된 상자성나노입자가 기존의 대량 반응에서 합성된 나노입자에 비해 3배 정도 균일성이 향상됨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화학 분야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6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된다. 연구를 주도한 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의 생물공학적 금속 나노입자합성법이 가지고 있던 나노입자 불균일성의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새로운 나노입자 합성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연구팀이 개발한 금속 나노입자 합성 기술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화학 공정을 사용하지 않아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더불어 금속이온 종류에 상관없이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들 수 있게 돼 향후 질병 진단 센서나, 에너지 소자 개발과 같은 제품개발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모두들 서 교수의 ‘성공’에 집중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오늘의 수확에는 그의 오랜 열정과 땀방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성과가 한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서 교수는 수년간 머리 한 쪽에서 고민한 것이 솔루션을 찾은 것 뿐 이라며 담담히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 교수는 개인의 DNA를 DB화하여, DNA 분석에 필요한 여러 분석 설비들을 작은 칩 하나에 소형화, 집적화시킨 마이크로플루이드 칩을 연구해왔다. 이는 이번 연구 뿐 아니라 최근 범죄수사 분야와 쇠고기 및 농?수산물 이력추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최근 병원체 관련 질병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 분석이 가능한 새로운 그래핀 진단 플랫폼을 개발한 그는 마이크로 디바이스 외에도 바이오센서 개발에도 연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98%의 지식과 경험이 머릿속에 있는 상태에서 2%의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서 교수는, 이번 연구의 성공이 또 다른 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융합연구 진행할 터

최근 과학기술계를 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 '융합'이라는 주제어가 일상처럼 사용되면서 융합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지식 융합을 통해 영역별 경계를 넘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연구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아직 학계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이에 서태석 교수는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과학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1이라는 분야에 1이라는 다른 분야가 합쳐지면 ‘1+1=2’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답을 얻을 수 있죠. 한 분야에 얽매인다면 발상의 전환은 일어나지 않아요”라고 지적했다. 융합을 통한 창의혁신을 꾀하고 있는 서 교수의 연구철학은 후학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단순히 말로 끝나는 지도가 아니라 자신의 연구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깨우치길 원하는 그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연구실에서 할애하는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산교육은 없을 터. 그는 “남이 하지 않는 연구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 두려움이 수반되지만 열심히 하면 ‘성공’이라는 단어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긴 안목을 가지고 다른 시각과 접근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구 자세를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마지막 질문은 앞두고 기자는 문득 서 교수의 꿈이 궁금했다. ‘대체 어떤 목표를 가졌기에 도전을 즐기는 것일까?’라는 기자의 장황한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할 뿐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서 교수는 “저는 가끔 제 임종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임종의 순간에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고 어떤 면을 후회할 지 예측해보곤 하죠”라는 답으로 부연설명을 마쳤다. 즉 당장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행동을 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원한다는 서 교수의 인생철학으로 연구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서태석 교수의 다음 연구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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