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리더쉽 전문가 워렌 베니스는 “리더는 사람들의 재능을 평가하고 키워주며, 가치 있는 생각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건설과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두 명의 수장 앞에서 이 말은 더욱 빛이 난다. 강직한 소신과 열정, 그리고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는 습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건설과 환경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유 장관의 명함 뒤편에는 멸종위기의 동물이 새겨져 있다. 이에 그녀는 “장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들에게 많이 혼났지만 유일하게 칭찬받은 것이 명함이에요”라며 환경을 위한 사소한 실천을 강조했다.
2012 세계자연보존 총회 앞두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실 계획이죠?
“먼저 총회장을 친환경 시설로 개량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주 행사장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건물 전체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개조하고, 태양광 발전설비도 설치함으로 해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설 계획이죠. 더불어 총회 기간 중 참가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려고 전기 버스와 승용차를 운행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거나 무료 셔틀버스 같은 대중교통 이용을 최대한 활용하게 됩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총회 관련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주요 회의장에 태블릿 PC와 모바일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종이 사용을 최소화 하게 됩니다.”
환경적 측면에서,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최근 케냐 환경장관회의에서 첫째 날은 패널 토의에서 패널 참석을, 둘째 날은 녹색경제 세션에서 공동의장직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행했는데, UNEP(유엔환경계획)의 한국에 대한 평가와 기대를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국제사회에서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설립하는 등의 실천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총회의 주제인 ‘자연의 회복력(Resilience of Nature)’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 주제인데요?
“생태학적 측면에서 ‘회복력’이란 교란에 견디고 스스로 복원하는 생태계의 안정성과 수용력을 의미합니다. ‘회복력 있는 생태계’는 일정 수준 이하의 교란과 변화는 안정적으로 수용하면서도, 한계점을 넘어가는 변화에 의한 피해가 오면 이른 시간 안에 스스로 회복하는 생태계를 뜻해요. 예컨대,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평소 건강하고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빨리 낫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자연도 같습니다. 이미 지구촌은 자연 파괴와 기후 변화로부터 오는 급진적이고 불규칙한 자연재해를 많이 겪고 있는데, 이런 재해가 닥쳤을 때 보전을 잘한 건강한 자연은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지만, 파괴돼 회복력이 떨어진 자연은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주창해온 녹색성장을 어떤 방법으로 글로벌 의제로 부각시킬 계획인지.
“2008년 우리 정부가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적 경험과 제도적 발전, 기술개발 등 성공 사례를 이번 총회를 계기로 지구촌이 공유하고 벤치마킹 모델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녹색성장과 자연+ 세계 전략’을 주제로 한 발의안을 총회에 제출해 지구촌 의제로 부각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총회 최초로 녹색성장의 비전 및 발전을 내용으로 한 ‘제주선언문’을 채택해 총회 성과를 정리하고 지속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입니다.”
자연환경 보전과 친환경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참여가 절실한데요.
“이번 총회의 녹색성장 의제에는 세계적 기업의 CEO가 다수 참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KT,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아모레퍼시픽 등이 포럼 및 이벤트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KT 이석채 회장은 세계리더스대회의 ‘보전과 빈곤’ 세션(9월 10일)에 패널로 나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IT의 기여’를 주제로 발표하고,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생태계 보전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학술 워크숍에 참여하게 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생물문화 다양성 확산’을 주제로 학술 워크숍 발표, 포스터 제작, 티라운지 및 생태관광 코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요.”
최근 환경부의 역할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환경정책은 반드시 ‘보전’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UNEP 회의에서도 지난 40년간 고민한 끝에 내세운 것이 녹색경제(Green Economy)입니다. 그냥 보전만 해서는 이 지구가 살아나갈 수 없고, 빈곤층을 구제하면서 환경보호도 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트렌드죠. 이는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며,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경제성장도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고 환경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서로 견해의 차이가 있더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향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끝으로,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환경의 패러다임이 수용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요. 환경보호나 자연보호보다 생활환경이 더 강조되고 있다 보니 환경보건, 실내환경, 소음기준 같은 것들이 중요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이 편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할까’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공무원이 근무 외 시간에 왜 관용차를 타냐”고 소신 있는 발언을 고수하는 장관이 있다. 그의 이러한 행동들은 그대로 정책에 반영된다. 원칙을 고수하고 국가의 건설발전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만나보자.
지난 2월 사우디 주택부장관이 한국에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우디의 알 두와이히 장관과 공식 면담을 통해 한국이 추천한 20개의 건설업체와 LH에 대해 건설업 등급 면제 조치를 명확히 해줄 것과, 향후 우리업체가 입찰 참여시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요청 했습니다. 그 결과 알 두와이히 장관에게 건설업 등급면제 등 모든 제도적인 지원과 현지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한국 건설업체의 중동 진출이 다시 활기를 찾는 추세인데요?
“자스민 혁명 이후, 중동국가들이 각종 공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유가 상승 등으로 중동국가의 수익도 많아져서 각 나라마다 자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는 중이죠. 우리나라는 중동국가들의 발주를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습니다. 그들은 ‘한국 건설사들은 기술력이 좋으면서도 공사기한을 잘 지킨다’고 말하죠. 이런 정황을 고려한다면 향후 발주될 플랜트 주택사업 등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해외발주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국내 건설 업체들이 계획 없이 해외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국내업체간의 경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과당경쟁을 방지하고자 정부가 개입하는 건 옳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저희는 해외건설에 대한 정부 보증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지 국가에 고위급 외교단을 파견해 외교적 뒷받침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다른 방편으로 저가수주로 인한 출혈경쟁을 막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출혈경쟁 방지에 노력 해주시는 것이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와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주변국들의 민생안정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인프라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목표를 700억 달러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과 공동으로 우리기업의 해외투자사업 발굴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글로벌인프라펀드 또한 기존에 조성된 4,000억 원 외에 1조 5,000억 원 규모의 ‘차이나 물 펀드’를 조성하게 됩니다. 아울러 해외건설 전문 인력 양성 규모를 작년보다 2배가량 많은 2,70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청년인력의 해외 현장훈련 지원(OJT)도 강화하게 됩니다. 현장훈련 지원은 중소기업이 신규 청년인력을 선발해 해외현장에 근무할 경우, 1년간 훈련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청년들의 일자리도 확충에 기여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10월 구성된 공생발전위원회의 주요 과제 중 ‘실추된 건설인 이미지 개선’이 포함된 것 아십니까?
“건설산업은 국가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국민 주거안정에 기여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긍정적 측면이 많은데, 일부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최근 일부에서 복지수요가 증가하면서, SOC 예산을 복지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국민들이 건설과 복지는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공조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주택과 교통시설을 제공하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국토를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복지 아니겠습니까?”
‘건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극복방안이 있다면요.
“지난 10월 출범한 민관합동 ‘건설산업 공생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재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검토된 의견으로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홍보활동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건설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에요. 또한 건설현장에서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건설업계의 윤리경영을 확산시키는 등 자정 노력도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정부에서도 민간의 노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이미지 개선 및 사회공헌에 기여도가 큰 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공생발전위원회에서 마련한 이미지 개선방안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민과 함께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하겠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청렴한 공무원상 정립을 위한 공직기강 대책을 유지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렴실천이 생활화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작년 6월 ‘국토해양부 행동준칙’을 마련했습니다. 이 준칙은 국토해양부 전 직원이 공직자로서 오해받을 일 없이 떳떳하고 겸손하게 처신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산업계와의 관계에서도 우리에게 맡겨진 업무를 더욱 당당하고 창의적으로 추진하자는 취지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보완∙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끝으로, 건설업계 종사자들에게 한 말씀 전하신다면.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물량 감소의 여파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에 정부는 내수 진작과 일자리창출 효과가 큰 건설산업이 조속히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작년 ‘5.1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방안’과 ‘12.7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마련했고, 올해에도 적정 SOC 투자규모를 유지하며 주택건설경기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다만, 건설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건설업계 종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하죠.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참여주체 간 공생발전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우리 건설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맡은 분야에서 힘써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취재/안수정 기자 류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