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초라한 성적표
18대 국회 초라한 성적표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06.0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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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으로 거듭나야할 19대 국회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18대 국회가 2012년 5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물러났다. 18대 국회는 개원이 한 차례도 제 기간에 이뤄진 적이 없고 직권상정도 역대 최다 국회, 폭력(전기톱, 해머, 최루탄)까지 등장하여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준 국회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19대 국회는 18대와 다른 모습과 더 나은 국가의 모습을 설계하고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야 할 시기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된 18대 국회

5월 2일 18대 국회는 사실상 마지막 본회를 열어 국회선진화법안과 약사법 개정안 등 6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4월 24일 본회의 개최가 무산된 지 8일 만에 열린 본회의이다. 18대 국회는 2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본회의도 늦어져 5시에 즈음하여 개최되면서 마지막까지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제한하고, 국회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발의된 것으로 18대 국회의 초라한 모습을 대변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8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에 가장 많이 직권상정을 했고 예산안도 제때에 통과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18대 국회에 대해 혹평했다. 그는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입장 관철이나 반영 수단이 없었고, 새누리당이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우며 수량으로 밀어 붙여 폭력이 끊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18대 국회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153석, 민주당 81석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으로 출발했다. 200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국회는 출범부터 한나라당의 과반으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는데 그 해 6월 5일 개원하기로 되었던 국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정부와 여당의 태도에 반발하여 개원을 거부했다. 한 달간 개원이 지연되다가 통합민주당이 개원에 합의하여 7월 10일 첫 본회의가 개최됐다. 가장 많이 선출된 의원은 7선의 자유선진당 비례대표인 조순형 의원이며, 그 다음으로 이상득, 정몽준, 홍사덕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초선의원은 모두 134명으로 전체 정원의 44.8%였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의 승리, 민주당의 패배는 불 보듯 당연했다. 전문가와 언론의 주요 관심은 한나라당이 몇 석을 얻을 것인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에 비해 지난 4월 치러진 19대 총선은 다시금 야권이 부활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었다는 것을 보면 18대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다.

 

▲대화와 소통이 없던 18대 국회는 임기 4년 내내 제대로 회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또한 전기톱, 최루탄을 통해 폭력국회라는 별명을 가진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다.

 

‘할 일은 안하고’ 국민에게 외면 받는 정치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한 달을 미뤘던 개원과 같이, 국회 임기 4년 내내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며 단 한 번도 법정기일인 12월 2일 내에 합의 처리하지 못했다. 제대로 회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 처리율도 가장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다. 18대 국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1만 4,761개의 법안이 발의 되었는데 이는 17대 국회 8,368개의 두 배에 달하고, 16대 3,177개와 비교하면 네 배에 달한다. 그러나 발의되는 법안의 수를 처리하는 비율은 가장 낮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가운데 마지막 본회의까지 처리된 법안은 8,273개로 처리율은 56%이다. 즉 6,488개 법안이 그대로 폐기가 될 운명인데 18대 국회가 종료 후 43.9%의 법안이 사장이 된다. 사장되는 법안 가운데 ‘반값등록금’실현을 위한 사립대학 구조조정법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중요한 민생법안들이 포함되어 있어 19대는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해야 할 지경이다. 또한 18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에 직권상정의 의안수가 가장 높은 국회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떠났다.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직권상정 의안 수는 99건으로 민주화된 13대 국회이후 가장 많다. 그 이유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채 극한의 대립 상황에서 일방의 강행처리 의지가 관철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직권상정에 비해 자신들에게 관대하던 18대 국회는 의원징계안 5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가결된 것은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징계안 단 1건뿐이다. 비단 18대의 문제만이 아닌데 국회가 민주화 된 이후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여전히 지속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8대 국회가 가장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가운데 하나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너무 대립적인 쟁점이 많았기 때문에 국회가 파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른 국회 때도 있긴 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4년 동안 내내 예산안도 강행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본 국민들 대다수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8대 국회 의정활동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4%가 ‘잘못했다’고 응답해, 지난 17대 국회평가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4명중 3명은 18대 국회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잘했다’라는 평가가 12.8%에 불과한 것을 본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 트위터 tjdwn****은 “국회의원들에게 총 141억의 세금이 들어간다”며 “일 안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돈 주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민생법안에 관련된 주요 트윗으로 국회 135회, 법안처리 70회, 민주당 69회, 여당 69회, 야당 68회로 나타났으며 하루 동안 민생법안이 언급된 230개의 트윗이 올라올 만큼 국민들의 기대에 반해 정치적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 방영,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

직권 상정으로 처리된 주요 의안은 매년 있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감세법안들(종합부동산세일부개정법률안, 소득세법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시작으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4대강 사업관련 법안, 한미 FTA 비준안 등은 모두 한나라당의 직권 상정으로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는데 선진 의회민주주의를 이룩하겠다던 18대 국회는 전기톱, 해머, 소화기에 이어 최루탄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폭력국회’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작은 2008년 12월 18일 밤에 발생했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면서 회의실을 봉쇄했다. 야당은 닫힌 문을 열기위해 전기톱과 해머를 동원해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당시 민주당은 의원과 당직자 150명을 외통위 회의실로 들이닥쳤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장악하고 박진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경위들을 통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의자와 책상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문을 열지 않자 민주당은 전기톱과 해머를 이용해서 문을 부수고 소화전을 끌어다 바리케이드 너머로 물대포를 발사 했다. 경위들은 밖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방어했다. 이 와중에 회의장 밖 유리문이 파손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상황이 끝난 후 여야는 또다시 책임전가에 열을 올렸다. 비단 우리나라의 언론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도 난장판이 된 대한민국 국회에 대해 집중보도하며 조롱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한국 무역협상이 흉해지고 있다’란 제목을 달았고, LA타임즈는 ‘정치, 한국 스타일’이라는 부제로 사건을 소개했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지 등도 한국의 국회를 희화화했다. 국제적인 망신의 대상이 된 치욕적인 18대 국회의 모습이다.

그 기억을 잊었는지 2011년 10월 23일 또 하나의 경악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국회 본회의에 의원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FTA비준 안이 통과됐다. 국회의사봉이 울리는 순간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국회의장석을 돌아다니다가 최루탄을 터뜨렸다. 언론에 본회의를 공개하지 않아 기자들이 방청석의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는 등 또 한 번 아수라장이 된 국회는 여지없이 전파를 탔다. 일본의 NHK에서도 방송된 영상을 보고 일본의 네티즌 들은 “개그 프로보다 더 웃기다”, “한국인은 정말 재미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위를 선양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당·의회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태”라며 “스스로 민주화가 진전됐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강압적이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는 현상을 보면서 자조감을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또다시 벌어진 이 사건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처리와 야당의 폭력을 양산하는 우리 삼류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팀장은 “개인적으로 이익의 균형과 검증에 실패하고 국민적 합의도출에 이르지 못한 기습처리가 사건의 본질이라고 본다”며 일침을 가했다. 국민들은 최류탄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 민주당을 떠나서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서 불신을 더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19대 국회 말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되어야

2012년 4월 11일 18대 국회를 평가하는 운명의 날을 맞았다. 선거 직전까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야권연대는 새누리당에 패했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은 단독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정권교체를 이루려던 야권연대 세력의 계획엔 제동이 걸렸다. 정권심판론을 외쳤으나 결국 그에 뒷받침 되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152석은 과거 18대 국회보다 줄어든 의석이지만 정권교체를 갈망하던 국민들에게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숫자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더 크게 바라는 것은 국회가 성숙한 정치를 펼쳐주는 것이다. 제 1회 국가대전략회의에서 서강대 한정택 교수는 국회의 정치개혁의 방향에 대해 “국회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의사절차의 선진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며 이어 “대통령과 정당 지도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보다는 국회의장과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18대 국회가 범한 잘못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라디오 연설을 통해 19대 국회에 대해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며 “우리 국회가 더 이상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여서도 안 되고, 소수의 극한투쟁과 몸싸움을 반복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도 국회가 변화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이디 egyptok****은 “여야가 서로 인식과 정책을 공유하고 보편적인 일과 상식 앞에서는 서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며 “그래야 정당이 계속 사람을 받고 권력을 유지하는 길이다”라고 변화된 19대 국회를 주문했다.

자신이 받은 소중한 한 표의 무게를 모른 채 국민의 믿음을 배신했던 18대 국회. 새로운 19대 국회는 국민의 표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국민들에게 외면 받지 않는 국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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