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변수 등 악재 산적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수출 회복 비롯 내수 회복은 여전히 지연
수출 회복이 내수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올 4분기에도 뚜렷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제기된다. 더딘 내수 회복 움직임에 기업 실적 악화 등의 영향이 겹쳐 세수 부족 사태가 2년 연속 현실화된 상황이라, 이러한 세수 부족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10개월째 수출 플러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평균적으로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5%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로 제시했다. IMF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2위인만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지는 않으나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수출에도 다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제조업과 수출 호조세가 내수 회복 조짐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어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평가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며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선순환 효과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 8월까지 11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고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110억 달러가 넘는 호실적을 이어가며 수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끝없이 치솟던 물가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년 만에 1%대 상승폭을 보이는 등 지표상 안정화 추세라는 평가다. 정부는 추세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에도 2% 초중반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통화정책 전환이 중요 변곡점
정부의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은 다섯 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한은은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석 달 전에 비해 0.1%p 내린 2.4%로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수정했다. KDI는 ‘경제동향’ 9월호에서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10개월째 내수 부진 판단을 내렸다. 이어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그친 가운데 투자도 둔화하는 등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라며 “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경우 내수 회복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대외적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거나, 중국이나 미국의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한국 경제 회복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올해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한은 기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1%를 밑돌게 되고 1%대 저성장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예상했던 것보다 56조원 덜 걷힌데 이어 올해도 3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 발생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에 정부는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이어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했지만 내수 회복이 지연돼 기업실적 악화로 이어져 다시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 기조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이 30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도 변곡점을 맞았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소비 둔화가 반등할 수 있으나, 일각에서 미국 통화정책 전환이 경기둔화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와서다. 미국 경기침체는 그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는 견조한 수출 호조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는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며 “부문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회복을 가속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두 자릿수 상승하며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투자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