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투자 유치 활동에서도 성과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지구촌 동포들의 ‘든든한 울타리’
2021년 기준 재외동포 규모는 732만 명에 달하는 상황으로, 동포사회의 높아진 기대와 세대교체 등 정책환경 변화에 종합적·체계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설치해 기존 관계 부처와 재외동포 재단 등에서 나눠서 하고 있던 재외동포 업무를 통합하고자 재외동포 정책 전담 기관 재외동포청을 신설했다.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및 정착 지원
지난해 6월 인천에 둥지를 튼 재외동포청은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본청에서 정책 전반을 담당하고, 재외동포 관련 민원 업무는 인천 본청과 서울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에서 처리하고 있다. 아울러 개청 이후 제정된 재외동포기본법을 바탕으로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2024~2028)을 수립해 재외동포 권익 향상과 거주국 정착 지원, 정체성 제고 등에 필요한 정책 밑바탕을 마련하기도 했다. 기본계획은 재외동포 정책 강화 체계 확립과 재외동포 정체성 함양, 국격에 걸맞은 동포 보호·지원 강화, 한인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중추 국가 실현 기여 등 5대 정책 목표를 담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피해를 본 일본 히로시마 거주 한인을 한국에 초청하기도 했다. 당시 히로시마에는 한인 5만 명이 거주했는데 이 가운데 약 3만 명이 원자폭탄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추석 명절에는 재일동포들이 한국을 찾아 경복궁, 국립현충원, 서대문형무소 등을 방문했고, 파독 노동자들을 모국에 초청해 이들의 모습을 담은 ‘파독 근로 60주년 기념 사진전’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아울러 동반 가족 범위가 확대된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한 한인인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과 정착 등도 지원 중이다.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영주귀국 대상으로 선정된 사할린 동포 270명 중 60명은 지난 5월 단체 입국했다.
재외동포 경제인을 대상으로 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와 세계한인회장대회 등도 열고 투자 유치 활동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는 전 해보다 4배 많은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기업인 7,8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상 비즈니스 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17,200건의 미팅과 5억 7,260만 달러의 수출 상담 성과도 냈다. 이외에도 재외동포 청년 인턴 사업과 코리안페스티벌을 비롯해 재외동포 문학상 개최, 한글학교 역량 강화, 차세대 재외동포 모국 초청 연수, 재외동포 원스톱 민원서비스 시스템 구축, 고려인 정착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 히로시마 아픔 결코 잊지 않을 것”
한편 지난 7월 31일 이상덕 2대 재외동포청장이 취임했다. 이상덕 신임 청장은 인천 연수구 재외동포청 본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 구축’이라는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재외동포청이 설립됐으나 지역에 따라 재외동포와 재외동포의 거주국 간의 관계 설정에 있어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한 만큼 재외동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청장은 “해외 거주 재외동포는 줄고 있으나, 재외동포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에 소외되어왔던 동포들을 보살피겠다”고 했다.
또한 재외동포청 출범 1년 만에 재외동포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계획을 마련해 정책 체계화의 기초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폭피해자, 파독근로자, 사할린, 고려인 동포, 입양인 동포들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등 재외동포 정책의 외연도 확장했다”며 “한글학교 지원, 한글학교 교사 초청연수 강화 등 재외동포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와 세계한인회장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도 더욱 내실 있게 다졌다”며 “최근에는 재외동포들을 위한 본인인증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도입하는 성과까지 거뒀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첫 행보로 이 청장은 일본 원폭 피해 동포 보듬기에 나섰다. 지난 8월 5일 일본 히로시마평화공원에서 열린 제55회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제에 참가해 “전쟁의 참화와 차별로 얼룩진 고통의 역사가 있었음에도 지난 세월 우리 정부가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후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를 찾아 동포사회 현안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 신임 청장은 주인도네시아 대사와 중국·일본 등에서 근무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한국외국어대 포르투갈어과와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1988년 22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입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