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대한민국 웨딩 문화의 또 다른 선택지
- 현명한 소비 이끌어 예비 신랑·신부의 행복한 결혼식 실현
-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보다 업체의 인식 변화의 선행 필요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자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여겨지는 ‘결혼’.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에 자신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젊은 남녀는 현실에서 비롯되는 마찰과 갈등으로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업체들의 투명하지 않은 운영과 이에 대한 과도한 결혼식 비용 등이 첫 번째 관문이다.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대한민국의 결혼식 문화는 행복과 동시에 심리적 불안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결혼식 시장에 대한 개선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지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기존의 관습 벗어난 올바른 결혼 준비 문화 필요
지난 5월, 대한민국 정부는 결혼 준비과정에서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른바 ‘웨딩플랜 표준약관’ 제정에 착수했다. 골자는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시장현황을 파악하고 거래실태·소비자 피해 등을 분석, 표준약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그동안 결혼 준비과정에서 예비 신랑·신부와 업체들 사이에 문제점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결혼 준비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서비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줄곧 제기돼 왔고, 업계에서는 암묵적인 담합이 이뤄져 왔다. ‘스몰웨딩’, ‘셀프웨딩’ 등과 같은 새로운 결혼 문화가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유행처럼 번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미진 브라이드하우스 대표는 웨딩 업계의 이러한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기존의 관습을 깬 드레스 전문 피팅 쇼룸 & 대여숍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이드하우스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대한민국 결혼식 준비 문화의 방향성을 이슈메이커가 심층 취재해보았다.
웨딩 업계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처음 웨딩 업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웨딩샵에서의 아르바이트였습니다. 활발한 성격에 이타적인 성향이 도드라졌던 저였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다 접하게 되었죠. 비록 아르바이트였지만, 경험을 거듭하며 ‘나와 정말 잘 맞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드레스 피팅, 웨딩 플래너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며 웨딩 업계에 깊숙이 파고들게 됐습니다”
창업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었나요?
“아니요. 오히려 그렇지 않습니다. 창업 전에는 웨딩 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에 몸담고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할 시기가 됐고, 저는 이전의 제 경험을 믿고 자신 있게 결혼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결혼식 준비과정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투명하지 않은 가격 정책과 주먹구구식의 상품들, 그리고 만들어진 틀에서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들을 직면하게 됐죠. 당시 제가 꿈꿨던 결혼식은 야외에서 소중한 분들과 진정으로 축복받고 함께 즐기는 결혼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셀프웨딩을 진행해보고자 직접 결혼식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바로 ‘드레스 구매’였어요”
결혼식 드레스를 구매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신부님들의 드레스 피팅과 컨설팅을 진행해왔었던 저였기에, 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스스로 고를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었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울의 드레스샵에서 드레스를 주문했는데, 입어본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타인에 대한 객관화와 저 자신에 대한 객관화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가볍게 드레스를 입어보고 선택할 수 있는 피팅샵을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대구 지역에는 패키지 웨딩샵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역을 확장해 전국으로 수소문 했고, 마침 서울에 있는 드레스 피팅 전문샵을 알게 됐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내용을 읽어보던 중 ‘가맹점 모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순간 머릿속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그 길로 서울로 올라가 가맹 계약을 하게 됩니다. 2015년의 뜨거운 여름날, 창업에 대한 저의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가맹점으로서 시작한 사업은 어떠셨나요?
“사실 당시 본사의 대표님께서도 사업의 초기 단계였고, 이렇다 할 매뉴얼이 정립되어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계약서조차도 제가 직접 작성해 보내드려야 했을 정도였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기업과 브랜드를 키워가며 동료처럼 일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많지 않다 보니 독립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을 건 드레스 피팅 전문샵인 지금의 브라이드하우스를 2017년에 오픈하게 됐습니다”
이후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브라이드하우스를 세상에 선보이며 제가 진정으로 바랐던 일은 ‘웨딩드레스의 투명화’였습니다. 과거 폐쇄적으로 운영되오며 신부님들이 입어볼 수 있는 드레스가 제한적이고,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행위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브라이드하우스는 누구나 편하게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진도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죠. 업계의 관습을 깨뜨리는 행위이기에 앞으로의 길이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각오를 다지며 시작했는데, 반응은 생각보다 너무나 뜨거웠습니다. 드레스 입은 자신의 모습을 SNS에 공개하고 공유하며 브라이드하우스에 대한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호기심에 찾아와 세심한 컨설팅과 피팅 서비스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시작됐습니다. 시장의 니즈를 확인했고,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브라이드하우스를 오픈하고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당시 저는 브라이드하우스의 가맹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소중한 생명이 찾아와준 것이었어요. 기쁜 소식이 이어지며 정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 생각보다 활동에 대한 제약이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 전날까지 피팅과 컨설팅을 직접 진행했고, 출산 이후에도 별도의 출산휴가 없이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바로 현장으로 돌아왔어요. 이 일이 저에게는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고, 또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후 연년생으로 둘째도 낳았고, 이 과정에서 가족과 사업 모두가 풍요로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 부분은 사실 숨길 수 없는 고충이기도 했어요(웃음)”
최근 전국 체인점 모집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브라이드하우스는 대구와 울산, 부산 지역에 직영과 가맹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럼에도 브라이드하우스가 전국 체인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예비 신랑·신부님들에게 더 좋은 혜택과 선택지를 주기 위함이에요. 사실 드레스는 각각의 단가가 높은 영역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복수로 구매를 진행했을 때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어 여기에서 오는 베네핏을 예비 신랑·신부님들에게 고스란히 돌려드릴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아직 대한민국 전반에 퍼져있는 웨딩 패키지 문화에서 또 다른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작은 영역을 담당해보고 싶었습니다. 경남과 경북 지역을 넘어 전국에 브라이드하우스의 신념을 전파할 수 있다면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한 결혼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브라이드하우스가 향하고 있는 지향점에 공감해주시는 동반자분들이 많아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다만 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브라이드하우스를 어떠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으신가요?
“수익보다는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서 인정받으며 활동해가고 싶습니다. 현재 브라이드하우스는 매년 대구 지역의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합동 결혼식 행사에 최소한의 후원 비용으로 드레스를 후원하고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대구시 행사에 참여해 브라이드하우스가 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지속하고 있어요. 기업으로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가치이지만, 저는 사회적 가치를 일으키는 것이 기업가로서 가져야 할 최선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브라이드하우스로 업계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브라이드하우스가 폐쇄적인 웨딩 시장에 작은 환기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리고 예비 신랑·신부님들이 현명한 소비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결혼식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며 새로운 결혼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데 작게라도 이바지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보다는, 업체의 인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브라이드하우스의 신념을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