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반도체 배선에 위상 금속 적용, 차세대반도체 혁신 기술 기대
전통 기술인 배선에 신개념 도입
소재합성에서 반도체나 센서 응용까지
얼마나 작은 칩에 얼마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느냐가 차세대반도체의 관건이다. 차세대반도체로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을 찾는 연구자도 있고, 복잡한 반도체 칩 하나하나의 소자를 새로운 소재로 대체해 기존의 반도체를 능가하는 차세대반도체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하는 연구자도 있다. 여기 반도체 배선에 주목하며 차세대반도체를 이야기하는 신진연구자가 있다. 배선은 전통학문이고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반도체 구리배선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인 위상 금속 제시
자신을 재료연구자라고 소개한 한혁진 교수는 나노 단위의 소재를 합성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연구를 한다.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한 후 미국 예일대에서 실리콘이나 금속산화물이 아닌 위상 금속을 주제로 새로운 나노 구조체 제어법을 연구했다. “저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찾습니다. 위상 금속도 최신 학문으로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라 관심을 두고 진행했습니다” 그는 만들어낸 새로운 위상 금속을 반도체 배선에 적용했다. 반도체 배선 분야는 구리라는 절대적인 금속 물질이 자리 잡고 있어 그 아성을 건드리기 쉽지 않은데, 반도체가 점점 나노화되면서 구리의 비저항성이 발전에 걸림돌이 됐고, 새로운 물질을 탐구하는 연구 물결이 일던 터였다. “제가 배선소재에 주목한 건, 향후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에 맞춰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반도체 칩 안에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배선을 더 효율적인 신소재로 대체한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반도체 칩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반도체 배선을 대체할 특성이 있는 위상 금속 나노구조체를 개발해 배선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논문을 Advanced Materials에 게재했다. 이 성과를 계기로 성신여대에 부임할 수 있었고, 기능성 나노물질 합성 및 제작, 기능성 나노물질을 이용한 응용 소자 제작이라는 2가지 큰 테마로 구조 제어 나노물질 연구실을 열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반도체 배선 기술과 관련한 위상 금속의 결정화 경로, 세계 최초로 규명
성신여대 부임 후 기존 연구를 심화발전 시키던 그는 최근 차세대반도체 배선 기술과 관련한 위상 금속 나노구조체의 결정화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위상 금속을 반도체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노 구조의 위상 금속 합성이 필수적이나, 주로 벌크 형태의 위상 금속 합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돼 나노 규모에서의 위상 금속 결정화 과정을 밝히기는 쉽지 않은 큰 숙제였다. “미국에서 낸 논문에는 새로운 배선 소재로서의 위상 금속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논문은 위상 금속의 합성과정을 자세하게 규명해내며, 그 과정들을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어 그 응용력을 높였다고 보시면 됩니다”라며 “이는 미국의 지도교수님과 공동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인데요, 이 기술의 핵심은 변환반응입니다. 한가지든, 두 가지든, 세 가지든 소재가 변환하는 반응의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설계자가 다양하게 합성해 원하는 위상 금속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전통 금속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은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구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차세대반도체, 진단 센서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
한혁진 교수는 차세대반도체로 응용될 기술 중 자신의 배선 관련 연구가 메인 테마가 되길 바랐다. “위상 금속을 배선에 적용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서 희소성에 따른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 힘든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사이드 기술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우리 연구그룹의 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됐을 때는 효율이 높은 반도체 탄생을 이끌어 그 파급력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밖에도 연구그룹에서는 진단 센서로의 응용도 진행하는데, 마이크로니들 형태의 바이오센서나 식품의 신선도 평가 및 질병을 진단하는 센서 등으로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고 한 교수는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좋아하지 않은 분야를 선택해서 능력을 키우면, 자신의 성장에 따라 좋아하지 않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여 즐겁고 자연스럽게 능력이 향상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차세대반도체로 가는 길, 누구도 가지 않은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며 자신만의 연구 정체성을 점점 키워가는 한혁진 교수는 분명, 반도체 강국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나라에 보탬이 되는 연구성과를 낼 것이다. 그의 연구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