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한반도 극한호우 개선하고 예측할 수 있을까?
인공위성 관측 및 수치모델 융합 기반 강수 연구
대기과학, 위성기상학 분야 전문인력 수요, 점점 늘 것, 비전 있는 유망학과
올해 여름 우리나라는 국지성 호우로 여러 곳이 물난리를 겪었고,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젠 호우가 아니라 극한호우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게 쓰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예측 불가능한 재해에 인간들은 자연재해인지 인재인지 모를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면 극한호우도 개선과 예측이 가능하다. 한반도 온난형 호우 연구로 인지도가 높은 경북대 송환진 교수는 한반도 극한호우의 원인을 규명해 개선하고 더 나아가 예측까지 할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2년 역대급 태풍 ‘루사’, 내 인생을 바꿨다”
2002년 하면 한일월드컵이 떠오른다. 모두 붉은 옷을 입고 길거리 응원을 했던 6월이었지만 그해 8월 역대급 태풍 ‘루사’를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있을까? 강원도 동부에 많은 강수를 내려 246명이 사망·실종되었으며 역대 1위의 일 강수량 870.5㎜ (강릉)를 기록했다. 2003년 환산가격 기준으로 5조 3천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낸 역대급 태풍이었다. 당시 강릉의 고등학생이었던 송환진 교수는 이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도로가 제 가슴까지 물이 찰 정도였고, 그런 재난 상황에서도 학교에 갔었으니까 당시 재난 시스템이 얼마나 열악했나 알 수 있죠”라며 그는 “그때 자연의 무서움을 체감했고, 루사는 자연재해이기 전에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해 대비를 못한 인재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기과학을 전공해 이런 재난이 앞으로는 안 생길 수 있게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고향과 이웃들이 겪은 피해를 보며 대기과학자의 꿈을 꾼 소년은 현재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 대기과학 중에서도 위성기상학 연구자가 됐고, 한반도 집중호우를 연구하며 관련 분야 신진연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위성 관측을 활용한 강수 구조 이해 및 구름미세물리 모수화 검증
수치모델에서 강수 예측을 담당하는 미세물리 모수화 방안들은 대륙성 강수 메커니즘이 지배적인 북미·유럽 등 선진국에 역사적 배경을 두고 있어, 실제 관측이 부족한 대기 상층에서 한반도 강수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부정확한 강수예보로 귀결되고 있다. “박사학위논문으로 위성 관측을 이용해 한반도 집중호우가 키가 크고 빙정이 많은 구름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키가 작은 물구름들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온난형 집중호우는 비단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아시아 여름철 습윤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강수 구조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송 교수는 관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서울대학교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 한국기상학회 최우수학위논문상 및 젊은대기과학자상 등 많은 수상 실적을 기록했고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을 거쳐 경북대에 부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위성기상연구실에서는 크게 3가지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 연구 분야는 위성 관측을 활용한 강수 구조 이해 및 구름미세물리 모수화 검증이다. 송 교수는 “첨단위성 빅데이터, 정교한 복사전달모델링(위성 시뮬레이터), 수치모델 구름미세물리 모수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융합되어야 하는 연구 분야입니다. 해당 연구는 기초 연구 성격뿐만 아니라 기상청 현업 강수예보 개선에도 파급력이 큰 분야로 정년퇴임까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싶은 주제입니다”라고 밝혔다. 23년에는 ‘위성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구름미세물리 모수화 평가’ 과제로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와 최초혁신실험실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번째 연구 분야는 수치모델의 물리 과정을 AI 에뮬레이터로 대체하는 연구로 최근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연구 주제라고 송 교수는 설명했다. 노순영 연구초빙교수가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 과제에 선정되어 관련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 연구 분야는 위성 관측자료를 활용한 기후변화 연구다. 송 교수는 경북대학교 G-램프(LAMP) 사업단의 지구과학 연구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공위성 및 수치모델 관련 기상청 학술용역사업들을 수행하고 있고 기상청에서 대규모로 추진하는 북태평양고기압 국제 공동연구 및 중규모 위험기상 목적관측 사업의 기획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경북대학교 대기과학과가 BK21 4단계 사업에 신규 선정되어 대학원생을 위한 안정적인 연구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송환진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는 속도가 중요, 협력하는 오픈마인드 가질 것”
송환진 교수는 인터뷰하며 이 말을 꼭 건네고 싶다고 했다. 이상기후로 위험기상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관련 분야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 것이라며 그는 “대기과학은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져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지만 사회적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비전 있는 분야가 될 것입니다. 대기과학을 전공하면 정부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공기업 등으로 많이 진출합니다. 그리고 위성기상학을 전공하면 우주 관련 기업체로 진출할 기회도 많습니다. 최근 우주항공청 개청과 더불어 우주 산업이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공위성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라고 밝혔다. 그의 연구 철학은 신진연구자 답지 않게 견고하고 시스템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연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집중을 하면 양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지도교수님이나 국내·외 전문가와 결과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연구는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태풍 루사가 만든 주변의 고통과 슬픔을 지나치지 않고 연구로 풀어내고자 한 그의 비범함에 감탄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그의 연구, 한반도 극한호우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그의 과학적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