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숨어있는 사망 원인 1위, 심장병의 비밀을 파헤친다
심장병 기전연구와 유전자 치료제 개발
전 세계적인 도전 연구, 심장병
2020년 세계 보건 기구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 원인 1순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원인발견과 치료에 주목하는 심장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망 원인 1위 암에 밀려 연구개발이 빈약한 질병이 바로 심장병이다. 심부전, 심근경색, 협심증 등 많이 들어본 질환이지만, 세계적으로 아직 확실한 원인 규명도, 제대로 된 치료 약도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이면서도 블루오션인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양대 정동탁 교수의 연구 활동이 눈에 띈다. 희소한 연구자 중에서도 눈에 띄는 그의 행보를 취재해봤다.
심장병 연구하는 과학자
심장병을 연구한다고 하면 의사인가 싶지만, 정동탁 교수는 과학자다. 심장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자 단위에서 찾고, 그에 따른 치료법까지 연구하는 기초와 응용까지 아우르는 과학자다. “우리나라는 암에 이어 사망률 2위가 바로 심장병입니다. 그만큼 중요하게 연구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그룹이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심각한 심장병을 극복하기 위한 큰 노력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아직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심장병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후천적인 심장병약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있는 약도 증상 완화 정도만 가능하고 근본적인 치료 약은 아직 없는데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저도 심장병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정동탁 교수는 2020년 모교인 한양대 부임 이전에 미국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 심혈관센터에서 심장의 근육 심근세포의 칼슘조절능력을 회복시키는 연구를 진행했고 칼슘조절 펌프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SERCA2a의 전사후 조절 단계에서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선택적 miRNA를 발견해 Nature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심장병의 원인은 칼슘의 잘못된 조절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데요, 저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심장의 섬유화입니다. 그래서 저의 또 다른 연구주제는 심장 섬유화를 억제 혹은 제거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입니다. 관련해서 섬유화를 제거하는 핵심 단백질을 동정했고 이 단백질을 조절해 심장의 기능을 향상할 수 있다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한양대 부임 이후에는 분자의약실험실을 열고 관련 연구들의 추가적인 기전연구 및 질병 확장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 연구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심장병을 모사하는 동물모델을 기술적으로 확보하고 있어서 새롭게 발견한 유전자들의 효과를 동물모델 수준에서 바로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와 기자재가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심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 응용 가능한 섬유화 기전연구
정동탁 교수는 최근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되며 심장병 연구에 기대를 모았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연구자분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 전문가이신 분들로 연구그룹을 운 좋게 구성했고요, 공동연구자분들이 워낙 뛰어난 성과와 능력을 갖추고 계셔서 선정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는 이번 사업으로 심부전 환자 및 동물모델 빅데이터의 지능형 멀티 오믹스 분석을 기반으로 한 심부전 질환 진단 바이오마커 발굴 및 혁신적 치료 기술 개발을 최종 목표로 연구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저희는 빅데이터 팀과 바이오마커 팀으로 나뉘어 연구를 진행하며 이미 각 연구자가 기존에 소중한 연구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이 데이터들을 검증하고 잘 조합해 빠른 시간안에 최상의 성과를 내고자 합니다”
정밀의학 시대 꼭 필요한 유전자 치료제와 전달체 연구
분자의약실험실에서는 다양한 심장병 기전연구와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는 특히 심장병 섬유화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섬유화라는 것은 단순히 심장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조직과 기관에서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섬유화를 조절할 수 있는 핵심 인자들을 동정하면 다양한 많은 질환에도 접목할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그룹 연구영역 중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유전자 치료제와 그 전달체 연구다. 유전자치료는 개인 맞춤 정밀의학 시대 꼭 걸맞은 치료방법으로 미래산업을 바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유전자치료는 그 전달체 연구가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 교수는 이 전달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핵심적인 유전자 또는 유전자 조절자를 동정했다 하더라도 타겟으로 하는 조직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부재하다면 궁극적인 치료제 개발은 요원합니다. 기존의 사람의 면역체계로 중성화되지 않고 심장 혹은 특정 장기로만 전달될 수 있는 전달체를 개발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과제입니다”
“나를 연구자로 성장시킨 심장병 연구, 선도적인 기술로 글로벌 경쟁력 갖추겠다”
“대학원 들어갈 당시 지도교수님도 낯설었던 심장병이었고 저에게 임무가 주어지면서 실험실 세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경험이 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누가 먼저 유의미한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저는 세계를 리드하는 좋은 기술로 리딩그룹으로 인정도 받고 더 나아가 창업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생명과학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인내가 가장 큰 근간이라며 그 지난한 시간을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길 바랐다. “긴 시간 연구했는데 자칫 원하는 도출물이 나오지 않으면 학생들이 크게 좌절합니다. 하지만 결과들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면 좋은 논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혜롭게 상황들을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정동탁 교수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아직 정복되지 않은 심장병 연구이기에 그 가치가 더 크다. 심장병 연구라는 큰 산의 정상에 그의 연구그룹의 깃발이 꽂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