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난 여야 수장
[이슈메이커]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난 여야 수장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8.2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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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주도권 쟁탈 위한 치열한 승부 예고
민생·특검 둘러싼 입장차 여전히 커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난 여야 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16총선에 이어 양당 수장으로 2라운드에 돌입했다. 두 대표 모두 차기 대권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민생·실용 경쟁이 시작됐단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 국회
ⓒ대한민국 국회

 

‘악연’으로 시작해 정치 최전방서 조우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악연’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9월 21일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조목조목 역설하며 이 대표를 ‘대규모 비리의 정점’이라고 직격했다. 이후 한 대표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법무부 장관과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고인으로 마주했던 두 사람은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표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여당의 지지율 답보 속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한 대표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우며 이 대표와 각을 세웠다. 한 대표는 당시 유세 현장에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죄를 짓고 자기를 지켜달라고 한다”고 이 대표를 비난했다. 이 대표 역시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언급한 한 대표를 겨냥해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며 “남의 눈에 티보다는 자기 눈에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검사 출신 한 대표를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총선은 국민의힘의 참패,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한 대표는 지난 7월 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돼 정치 일선으로 복귀했다. 이어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면서 두 대표는 다시 여야 지휘봉을 쥐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양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대표는 향후 치열한 정국 주도권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악연’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악연’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채상병 특검, 검사 특검 등을 추진하며 정부와 여당을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한 대표와 이 대표의 악연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은 가장 큰 뇌관이다. ‘제3자 추천 특검’을 주장하는 한 대표와 달리, 이 후보는 ‘야당 추천 특검’ 임명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한 대표는 “왜 꼭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정하는 특검이 수사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민주당과 이 후보가 말한 특검의 이슈가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략적 이익을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각종 혐의에 대한 판결들이 기다린다는 점도 양측 간 충돌 수위를 더욱 높일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어 상대 당 대표를 향한 여야의 공세 수위는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야당은 한 대표의 ‘고발 사주 사건’ 연루 의혹을 비롯해 법무부 징계 취소소송 고의 패소 의혹, 자녀 논문 대필 의혹 등을 특검으로 수사하자는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한 상태다.

 

양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대표는 향후 치열한 정국 주도권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두 대표는 향후 치열한 정국 주도권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중도층 공략 위한 민생 정책에 속도
다만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 당 대표가 된 데에 대한 기대감도 공존한다. 양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 주자들인 만큼 차기 대선까지 남은 2년 반 동안 정책 비전과 리더십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두 대표는 나란히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민생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이슈다. 한 대표는 최근 미국발 쇼크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금투세 폐지는 민생’이라 강조하며 “금투세 시행 시 1,400만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 폐지를 압박했다. 이 대표 역시 전당대회 들어 금투세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 대표는 금투세 과세 기준을 연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인상해 과세 부담을 줄이자는 완화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금투세 유예 가능성도 언급했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추진된 것으로 민주당이 유지해 온 이념·정책적 기조에서 방향을 튼 ‘우클릭’ 행보로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종부세 완화론을 꺼내든 것도 외연확장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거의 효과도 없는 실제 거주하는 1가구 1주택에 대해 자꾸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저항이 높아져서, 실제 다른 정책 집행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권까지 바라보는 이 대표가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들고 나온 전략이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양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 주자들인 두 사람이 향후 정책 비전과 리더십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감도 공존한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양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 주자들인 두 사람이 향후 정책 비전과 리더십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감도 공존한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한 대표 역시 지난 총선에서부터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민생·실용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당대표 당선 이후에도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료 지원과 일본도 살인에 따른 총포·도검 관리 강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지원 등 민생 이슈에 대해 즉각 대안을 내놓았다. 또한 교육·문화·지역·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격차 문제를 다룰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신설 방침도 밝혔다. 한 대표의 ‘격차 해소’는 사회 양극화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 외연 확장 정책인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 대표는 여당이기에 정부와 협력해 국민들이 체감할 정책을 바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여러 차례 부각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며 민생·실용 노선을 부각하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연임 소감을 통해 “보편적 기본사회를 준비하겠다”는 일성을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부터 기본소득에 기반한 ‘기본사회’를 자신의 정책 비전으로 삼았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 발의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도 이러한 정책 비전에 근거한 법안이다. 이는 이 대표 역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85.4%)를 얻었지만, 강성 ‘팬덤’에 휘둘리는 성과만 내서는 지난 대선과 같은 ‘0.73%포인트 격차’ 패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22대 국회 개원 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전쟁’은 ‘입법 전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22대 국회 개원 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전쟁’은 ‘입법 전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하반기 재·보궐선거서 2차전
한편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삼각관계’ 구도도 주목받는다. 당초 8월 25일 예고되었던 두 대표의 만남은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19에 확진으로 연기되었다. 양당은 추후 협상을 통해 회담 일정을 다시 잡기로 한 상태다. 한 대표는 이 대표와의 공개 회담을 통해 내심 ‘일대일 경쟁’ 구도를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공개 회담에서 이 대표와 정책 논의를 벌이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대표는 SNS를 통해 “이번 여야 대표 회담에서 민주당과 국민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한 대표와의 회담보다 윤 대통령과 마주하는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졌던 이 대표 입장에서는 한 대표와는 체급이 맞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회담 추진에 앞서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 상대적으로 독립된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끌고 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미심쩍어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 사람이 지난 총선 국면을 1차전 무대로 삼은 가운데 실질적 2차전 무대는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될 전망이다. 4·10 총선 이후 6개월 만에 열리는 선거로, 단체장 사망으로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결과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두 곳 모두 민주당계 후보에 단 1차례씩만 당선을 허락한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이다. 한 대표가 두 곳을 지켜낸다면 지난 총선 패배의 아픔을 일부 씻을 수 있겠지만, 한 곳이라도 뺏기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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