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워싱턴 선언’ 채택하며 새 안보지형 그려
[이슈메이커] ‘워싱턴 선언’ 채택하며 새 안보지형 그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7.30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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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자산 한반도 평시임무 배정 확약 성과
나토 공동성명에 북한 “가장 강력히 규탄 배격”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워싱턴 선언’ 채택하며 새 안보지형 그려

서방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7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렸다. 창설 75주년에 걸맞게 32개 회원국과 한국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러시아를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The White House/Flickr
ⓒThe White House/Flickr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우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우려를 표명했다.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대러시아) 포탄과 탄도미사일 수출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심화를 큰 우려를 갖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북한과 이란이 탄약과 무인기(UAV) 등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가 ”유럽·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한다“고 규탄했다. 또한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관련 기술을 이전하면 ‘중대한 긴장 고조’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정상들은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는 ‘결정적인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규정하고서 중국의 지원 때문에 러시아가 이웃과 유럽 및 대서양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대한 모든 물질적이며 정치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계속해서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정상들은 중국이 핵무기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면서 핵무기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화에 참여하고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이를 두고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자국의 안보 위협을 경계한 나토 정상회의를 강력 성토했다. 왕 위원 겸 부장은 카스파르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나토 워싱턴DC 정상회의가 중국에 대해 이유 없이 비난했다. 중국은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와 안보 문제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록이 좋은 강대국이다. 시종 국제 사회의 평화 및 안정의 역량이었다”면서 “중국과 나토 국가들은 정치 제도와 가치, 이념이 서로 다르나 이것이 나토가 중국과 대결을 선동할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올바른 길은 대화 강화와 이해 증진, 기본적 상호 신뢰 구축으로 전략적 오판을 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후 “나토는 본분을 지켜야 한다. 아시아·태평양 사무 개입과 중국 내정 간섭, 중국의 정당한 권익에 대해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북한 역시 워싱턴 선언에 크게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자주적인 주권국가들의 합법적 권리를 훼손하고 전 지구적 범위에서의 신냉전과 군사적 대립을 고취하는 대결강령으로 가장 강력히 규탄 배격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의 대결 수단으로 전락된 나토야말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의 지원 때문에 러시아가 이웃과 유럽 및 대서양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The White House/Flickr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의 지원 때문에 러시아가 이웃과 유럽 및 대서양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The White House/Flickr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논의 못해
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로부터 추가적인 무기 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나토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협약을 발표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원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서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여전히 난색을 보이면서 전쟁에서 승기를 잡게 할 만한 결정적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따른 인지력 저하 논란으로 후보직 사퇴 압력에 직면하는 바람에 나토의 강력한 대(對)러 규탄 메시지가 묻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폐막 직후 단독 기자회견을 자처한 게 결정적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으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게 할 만한 결정적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he White House/Flickr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으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게 할 만한 결정적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he White House/Flickr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나토를 더욱 강하게 유지하겠다”며 동맹 결속을 약속했지만, 전 세계 언론은 ‘그가 대선 후보 자리에서 내려올 의향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도 모두 발언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정치적 강점을 내세우는 데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전임자는 나토에 대한 헌신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는 나토 조약 제5조를 지킬 의무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첫 대선 TV토론 이후 따라붙었던 인지력 논란은 이날도 제기됐다. ‘대선 전 인지 검사를 받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가 권유하면 받겠지만, 지금 아무도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을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으로 거명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나토 IP4를 언급하는 과정에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한국을 빼먹고 호주만 2번 말하기도 했다. 모두 인지력 논란에 불을 지필만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10여 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회의와 퍼블릭포럼 기조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10여 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회의와 퍼블릭포럼 기조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10여 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정상회의와 퍼블릭포럼 기조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 사상 최초로 북핵 억제와 대응을 위해 미국 핵 자산을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한반도 임무에 배정할 것을 문서로 확약 받았다. 정상회의에 앞서서는 하와이를 방문해 한미동맹의 상징 격인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태평양국립묘지를 방문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경제 협력 강화에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동맹·우방과 국제 연대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 등의 무모한 도발을 분쇄할 것임을 강조했다. 귀국 후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는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승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며 “확장억제 시스템이 공고히 구축됐고,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시와 평시 막론하고 미국의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배정함으로써 어떤 종류의 북핵 위협에도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3년 연속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일원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된 것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포함한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인태파트너 4개국도 별도 회동을 갖고 러·북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강력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각 부처에 영국, 네덜란드, 체코, 스웨덴 등 13차례 양자회담의 후속 조치들을 세심히 챙겨 줄 것을 당부했다. 이들 국가와는 원전, 고속철도 등 인프라와 국방 역량 강화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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